황만순 상무가 만나본 바이오 창업가
서울대약대를 나와 VC의 길을 걷기까지
에이비엘바이오, 레고켐, 티움바이오 주목

에이비엘바이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티움바이오, 지놈앤컴퍼니.

김승현 300 파트너스 대표는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의 투자 결정은 심사역 사이에서도 주요 고려 요소라고 언급했다. 위에 언급한 회사들은 이런 황 상무가 관심을 갖고 투자한 회사다. 그는 왜 이 회사들에 주목했을까? 히트뉴스는 그가 VC 업계에 들어온 과정과 그가 주목한 바이오벤처를 정리했다. 이 내용은 성균관대학교 인재대학원이 운영하는 ‘바이오벤처 경영과정’에서 황 상무가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서울대약대를 나와 VC 업계에 몸 담기까지

황만순 상무

그는 서울대약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 중, 유한양행 중앙연구소를 거쳐 벤처캐피탈에 입문했다. 약대 재학시절부터 ‘사업’을 꿈꿨던 약학도 ‘황만순’은 어쩌다 투자 생태계에 들어오게 될 수 있었을까? 거창한 꿈을 가지고 바이오 벤처 투자계 VC를 꿈꿨을 것 같지만, 그는 겸손하게 ‘경쟁을 피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고 말한다.

사실 약학대학교는 2지망이었어요. 원래 무기재료공학과를 가려고 했죠. 대학교 1학년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여러 연구 주제를 보던 중, 경쟁이 비교적 덜한 약제학 연구실에 가게 됐어요. 약제학실에서 박사 과정을 거치던 와중에도 ‘사업’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죠. 그러다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에서 입사해 쥐, 개, 원숭이 등 동물실험을 원없이 해봤죠. 아마 당시 쥐는 말할 것도 없고 개 100마리, 원숭이 4마리 정도를 잡아 매년 동물 위령제를 지내기도 했죠(웃음).

이미 박사 과정부터 ‘사업’을 꿈꿨던 그. 아마 그에게 연구소 생활보다 좀 더 역동적인 일이 필요해 보였다. 물론 그는 투자 업계에 입문하는 것 역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해 경쟁을 피하긴 위한 전략이었다고 했지만. 5년 반의 유한양행 연구소 생활을 마치고 그는 밴처캐피탈 업계로 자리를 옮겼다.

유한양행을 나오기로 결심했을 즈음, 연구원들이 가지 않는 길을 택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001년 8월 2일 투자 업계에 입문했어요. 당시만 하더라도 바이오 투자 생태계가 지금보다 더 성숙하지 못 했어요. 심지어 식약처 허가 처리 기간이 6주인데, 문서에 2주 안에 허가를 받겠다고 하는 기업이 심심치 않게 보였으니깐요…

투자 업계에 적응을 할 때 즈음, 그는 돌연 비임상 임상수탁기관(CRO) 켐온 부사장으로 또 한번 새로운 도전을 했다. 유한양행의 동물실험 경험은 그를 또 다른 곳으로 이끌었다.

켐온에 당시 25억원을 투자했어요. 당시만 하더라도 2-3억원을 투자하는 것이 관례였고, 10억원만 투자해도 대규모 투자라고 하던 시기였죠. 그러다 회사가 여러 어려움으로 존폐 위기까지 걱정할 때, 주주들이 저를 선택했어요. 아마 제가 당시 제약사 네트워크가 상당하니, 제약사를 상대로 영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아요. 그렇게 4년 반동안 켐온에서 열심히 일했어요. 현재 이 회사는 코스닥에 상장했죠.

경쟁을 피했다고 겸손하게 표현하지만, 사실 그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간 선구자다. 연구실 경험을 바탕으로 신약개발 연구 데이터를 날카롭게 보는 눈 뿐만이 아니라, 신약개발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신약개발 생태계에서 바람몰이를 하는 데 일조하고 싶지 않다”고 단호히 말한다.

이런 그가 에이비엘바이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티움바이오, 지놈앤컴퍼니를 주목하는 이유는 ‘사람’이다.

한화와 SK케마컬 사업부가 바이오벤처로 ‘에이비엘바이오’ ‘티움바이오’

데이터만큼 중요한 ‘사람’에 주목한 ‘지놈앤컴퍼니’ ‘레고켐사이언스’

국내 대기업이 신약개발을 위해 뛰어들긴 했으나, 아직까지 SK케미칼과 삼성의 바이오시밀러 사업 외에 별다른 성과는 없다. 제조업 등과 비교해 긴 주기의 개발 기간이 요구되는 신약개발을 찬찬히 기다려주는 곳은 얼마되지 않는다. 그는 한화와 SK케미칼의 신약개발 사업부를 주시했고, 그들이 철수한 사업부를 바이오벤처 창업으로 연결해 신약개발의 불씨를 살렸다.

한화케미칼이 5년 전에 바이오사업을 접기로 오너 차원에서 결정했어요. 당시 한화케미칼 바이오산업본부장을 맡고 있었던 이상훈 현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를 만났어요. 한화가 사업부를 정리한다고 해도 항체 의약품 등과 관련된 특허가 남아 있었어요. 이 대표에게 그 특허를 갖고 나오면 투자 환경은 제가 마련해 주겠다고 했어요. 이 회사는 작년에 상장까지 했죠.

티움바이오는 SK케미칼의 생명과학부분 혁신신약 R&D센터가 스핀오프해 2016년 12월에 설립된 회사다. 김 대표는 SK케미칼에서 스핀오프했다가 다시 합병된 인투젠에서 신약연구를 했으며, 합병후 SK케미칼에서 혁신신약 R&D센터장으로 일했다.

티움바이오 김훈택 대표는 SK케미칼 혁신 연구소장으로 일한 분이었어요. 당시 SK케미칼 임원께 창업의 필요성을 설득했죠. SK케미칼의 신약개발 역량을 대단해요. 2008년 호주에 있는 다국적제약사에 혈우병 치료제를 기술이전해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팔리고 있는 약물을 개발한 곳이에요. SK케미칼에서 신약개발 성공 경험을 가진 연구 인력이 티움바이오에 있기 때문에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회사라 볼 수 있어요.

황 상무가 주목한 바이오벤처. (시계방향으로)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김훈택 티움바이오 대표,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 김용주 레고캠바이오사이언스 대표

그는 ‘사람’을 기준으로 투자를 한다면, 단연 김용주 박사가 이끌고 있는 레고켐바이오사언스와 경영학을 전공한 배지수 대표와 기초의학을 전공한 박한수 대표가 이끄는 지놈앤컴퍼니를 주목한다고 했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산언스 대표는 LG생명과학에서 신약개발을 총괄했다. 유진산 파멥신 대표,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 등도 김 대표과 함께 LG생명과학에서 신약개발의 열정을 키우고,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면, 단연 김용주 박사가 이끄는 레고켐을 선택할 거에요. 완제품을 팔 수 없는 바이오벤처를 투자할 때, 제약회사 등 산업계 경력을 가진 CEO가 있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레고켐을 통해 절실히 느꼈어요. 또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의 이력도 흥미로워요. 서울의대를 나와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의학지식에 사업가 기질도 가지고 있죠. 여기에 박한수 공동대표가 합류해 기초 연구 또한 탄탄한 회사입니다.

이제 투자 업계에 들어온 지 어느덧 20년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바이오센추리(BioCentury)’를 읽으며 동향을 파악하고, 관련 논문을 읽는다는 황 상무. 연구와 투자 경험을 두루 갖춘 그의 선택이 왜 심사역들까지 주목하는지 짧은 강연 안에서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성균관대학교 인재교육원은 9월 4일부터 12월 18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6층에서 신약개발연구조합 후원으로 ‘바이오벤처 경영과정’을 운영한다. 이번 교육 과정은 바이오 창업기업(벤처, 스타트업) 임직원과 기존 바이오·제약회사의 신약기획 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기업가 ▲사업기회와 자원조달 활용 등으로 나눠 창업부터 자본조달, 기업공개(IPO)에 이르는 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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