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기기 대부분 '그룹 6' 배정될 우려…관건은 참조국 지정, 자유판매증명 유무 여부
식약처·업계 "시행 전… 우리와 베트남, 이번 주 중 만나 참조국 포함 협의 예정"

베트남 정부가 최근 '공공 의료기관 의료기기 입찰 규정'을 신설, 의료기기 제조국에 따라 '6개 그룹 입찰제'를 시행할 방침인 가운데 대부분 한국산 의료기기가 6그룹에 적용될 위기에 처했다. 

산업계와 우리 정부는 국산 의료기기 입찰 그룹 상향 또는 '참조국' 포함 여부를 당국과 협의할 계획이다.

7일 의료기기 업계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달 28일 베트남 보건부는 '공공 의료기관 의료기기 입찰 규정'을 9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명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은 채 1일부터 시행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공공의료기관에 별도 분류없이 의료기기를 조달했지만 입찰 시 제조/수출 현황에 따른 분류체계를 처음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산 의료기기는 수출 상황에 따라 그룹 2 · 4 · 6 중 하나로 분류될 수 있다. 1그룹에 가까울 수록 입찰 선정에 유리하다. 2개 이상 참조국에 자유판매증명서가 있고, 참조국이나 베트남에서 생산한다면 ▲그룹 1이다.

베트남 보건부 공공 의료기관 의료기기 '입찰 그룹제'
(베트남 규정, 조합 번역본, 히트뉴스 재정리)

2개의 참조국에 자유판매증명서가 있지만 참조국이나 베트남에서 생산하지 않는다면 ▲그룹 2으로, 1개의 참조국에 증명서가 있다면 ▲그룹 4로, 참조국에 증명서가 없다면 ▲그룹 6으로 편성된다. 베트남은 자국 의료기기를 ▲그룹 5로 두었다. 참조국보다 자국 의료기기 그룹이 후순위인 셈.

자유판매증명서(CFS: Certificate of Free Sales)는 보통 수입국에서 해당 제품의 수입허가 또는 등록시 요구되는 서류로 제품이 제조국 내에서 판매되는 제품임을 증명한다. 해외 수출하려면 현지 제출용 자유판매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베트남은 참조국으로 ▲유럽 29개국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만 정했다. 우리 정부는 베트남 보건부가 이같이 분류, 제정한 사유를 파악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은 "대부분의 한국산 의료기기가 6그룹이라 베트남 수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재화 조합 이사장은 "입찰그룹제로 인해 우리 기업의 수출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며 "조합은 관계부처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하여 한국산 의료기기의 그룹 상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조합 관계자는 "자유판매증명서에 따라 그룹 2 또는 4로 편성되는데 베트남이 어떤 증명서를 인정하는 지도 알아보고 있다"며 "최근 우리 의료기기 기업들이 활발히 해외 진출하는데 일부는 그룹 2 또는 4로 편성될 수는 있다"고 했다.

이어 "이달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이번 주 중 대사관과 함께 베트남 당국자들을 만나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합 측에 따르면 베트남 보건부의 정책 의도와 시행 시기 등 세부 사항은 알려진 바 없어 직접 만나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룹 간 동등성과 비율 그리고 제도 시행 이후 실제 입찰 과정 변화도 "직접 겪어봐야 안다"고 했다.

한국무역협회와 조합에 따르면 베트남은 대부분의 의료기기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2019년 기준 1억 달러를 수출한 우리나라의 7번째 수출국이다. 전년대비 28%가 성장한 유망 수출 시장이다. 베트남 내 의료기관의 86%는 공공 병원이다.

2023년까지 베트남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연평균 9.9% 성장하고 2023년 2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24개의 한국 의료기기 관련 기업이 진출해있다. 베트남의 의료기기 공공입찰규정에 우리나라가 '참조국'에 포함될 지는 관계부처와 산업계의 공조를 지켜봐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히트뉴스에 "베트남 보건부에 공식 서한을 보내 한국을 참조국가에 포함할 것을 요청했고 의료기기 수출 지원을 주관하는 보건복지부 및 보건산업진흥원과 협의 중"이라며 "앞으로 관계부처, 산업계 등과 공조해 우리나라가 참조국에 포함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베트남 의약품 공공입찰에서도 현 의료기기 입찰과 유사한 상황이 있었다. 2018년 2월 유럽 의약품 GMP(제조·품질관리기준) 인증을 토대로 그룹을 재조정하겠다고 예고했던 것이다.

기존 2그룹이던 PIC/s(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 가입국은 인정하지 않기로 해 우리나라 의약품 입찰그룹이 5그룹으로 내려갈 처지에 놓였다. 베트남 정부는 의약품 공공입찰 그룹을 1~5그룹으로 분류하는데, 1에 가까울 수록 입찰 선정에 유리했다.

이에 식약처는 입찰 2그룹 유지를 요청하며 베트남 공무원에게 한국의 허가·심사제도와 규제 경험을 전수, 약속하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는 개정안에서 PIC/S와 ICH에 모두 가입한 국가를 2그룹으로 인정, 우리의 2그룹을 유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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