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연의 '다짜고짜 인물 탐구'

상전벽해로 달라졌지만, 강덕영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대표(70) 만큼 세간의 평가가 엇갈렸던 인물도 드물 것이다.

제약업계 밖에서 그는, 글로벌 진출에 대해 누구보다 원대하게 꿈꾸는 인물이자, 사회 공헌 사업에 선뜻 나서는 따뜻한 기업가였으나, 안에서 만큼은 그에 대한 평가가 야박할 정도로 인색했다.

제약업에 들어선지 얼마되지 않은 대부분의 제약사 성장 과정처럼 유나이티드 역시 제네릭 사업에 먼저 집중하고, 국공립병원 입찰에 주력할 때 사람들은 "카피의 왕, 덤핑의 왕"이라며 비웃었다. SK그룹 경영기획실에서 일하다 1990년 중반에 합류한 김태식 전무는 "제약협회 기자실에 들러 회사에 대해 설명할라치면 이같은 말들을 앞세우는 기자들 때문에 적잖이 괴로웠다"고 회고한다.

다른 기업의 성장 동력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도 평가가 특히 박했던 것은 '몸집보다 큰 비전을 당당하게 말하고, 사회 공헌 등으로 자주 일간신문 등 언론에 보도된 탓'이 크다. 당시, 제약산업계에서 제법 크다는 제약회사들도 대중 언론에 노출되는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 소위 1단 기사로 처리되고는 했다.

무엇보다 '한국인의 다국적제약기업'이라는 비전을 광고로 내보냈을 때, 대한민국 제약산업을 스스로 영세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박장대소하며 믿지 않았다. "한국인의 다국적 기업 이래"라며 말이다. 다국적기업이란 포부는 국내 제약산업이 품기엔 너무 큰 꿈이었다. 이런 분위기라면 굽힐법도 한데 성경의 요셉처럼 꿈꾸는 인물, 강덕영 대표는 지금도 자사 홈페이지에 당당히 내걸만큼 자신만만하다.

다국적기업의 모범으로 화이자 같은 곳을 떠올려서 그렇지 1987년 창립, 업력이 오래지 않은 유나이티드제약의 '다국적기업 비전'은 국내 기업모두 함께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였었고, 지금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작년부터 최근까지 베트남 국공립병원 입찰에서 한국산 의약품이 살아남기 어려운 5~6 등급(현행 2등급)으로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는 상황에 이르자 '강 대표의 베트남 현지화 전략'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1990년대 초 일찌감치 의약품 수출에 눈을 뜬 유나이티드제약은 세계 40여개국에 항암제, 항생제, 비타민제 등으로 2017년 현재 221억원(전체 매출 중 11%) 매출을 올렸다.

2004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베트남 공장'에선 현재 40여종의 전문의약품과 OTC를 생산돼 베트남은 물론 인근 캄보디아 등 아세안 생산거점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베트남 입찰기준 변경에서 아주 자유로울 수 없지만, 회사는 오래전부터 공들여 온 민간 영역 의료기관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 입찰 5~6등급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닥쳐도 다른 회사들에 비해 내구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7월 한국이 의약품실사 상호협력기구(PIC/s)에 가입할 무렵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베트남 공장 실사를 받고, 베트남 당국으로부터 믿을만한 생산시설로 인증받음으로써 베트남 현지화 작업을 탄탄히 진행시키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도 의약품 생산공장을 철수시키고 의약품만 판매하는 다국적기업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국에 공장을 세워 고용을 창출하며 의약품을 판매하는 유나이티드제약에 베트남 당국이 호의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연지사.

무역학과 출신으로,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10년 가량 했던 강 대표가 1987년 한국유나이트제약을 설립한 후 2000년 초반 베트남 공장을 설립하게 된 계기도 흥미롭다.

1999년 11월 외국인 연수근로자로 왔던 베트남 응아씨가 한국을 떠나며 쓴 '이별편지'가 약업 전문언론과 일간신문에 실리고, 베트남 언론에 보도되면서 베트남 당국자로부터 "공장을 세워줬으면 한다"는 제안을 받은 게 시초였다. 응아씨는 편지에서 "한국인과 똑 같은 대접을 못 잊겠다"고 썼다.

강 대표는 당시 외국인 연수생들을 때때로 자택에 초청해 손수 준비한 음식을 나누며 이국 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격려하고는 했었다. 그는 지금도 조선족 독립유공자 후손을 후원하고, 지사가 설치돼 있는 베트남과 필리핀에서 청소년과 의·약대생을 지원하는 등 국내외 사회공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강덕영 대표, 베트남 발 의약품 품질이슈가 불러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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