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메디톡스 ITC 예비판정과 균주 분석법 살펴보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6일(현지시간)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보툴리눔 톡신 균주 분쟁 예비판정을 통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판정 내용은 대웅제약 나보타의 미국 수입을 10년간 금지한다는 것인데, ITC는 11월 최종판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비판정은 11월까지 ITC 전체위원회의 검토를 거치게 되며, 미국 대통령 검토(Presidential Review)를 거쳐 승인되면 최종판정으로 확정된다. 이후 ITC 최종판정으로 불리한 결정을 받게 되는 당사자는 최종판정 후 60일 이내에 항소할 수 있다. 

히트뉴스는 ▲ICT 분쟁 절차에 비춰 향후 두 회사가 어떤 절차를 거치고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할 균주 쟁점을 짚어본다. 

 

 #1. 예비판정 이후, 대통령 검토 이후에도 '항소'는 가능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현 상황을 짚어보면, 메디톡스에게 유리한 '예비' 판결이 내려졌지만, 아직 메디톡스가 ITC 분쟁에서 완전히 이겼다고 볼 수는 없다. 예비판결 이후에 남겨진 절차로 ▲대통령 검토 ▲항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ITC의 행정판사는 예비판정(initial determination)을 통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예비판정은 당사자(메디톡스 혹은 대웅)가 위원회의 검토를 요청하지 않거나, 예비판정 접수 후 60일 이내에 위원회 자체에서 검토 결정이 없으면 '최종 판정'으로 확정된다. 

대웅제약측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메디톡스의 제조기술 도용, 관할권 및 영업비밀 인정은 명백한 오판임이 분명하므로, 이 부분을 적극 소명해 최종판결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 상황에서 대웅제약측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예비판정에 대해서 최종판정이 내려지기 전에 위원회 검토를 요청하는 것이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통령 검토'를 거치게 된다. 

[출처=특허법인 아주 이창훈 변리사 발표자료]

대통령 검토는 관세법 337조(section 337) 위반이라는 위원회 결정이 내려지면, 해당 결정은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실무적으로 대통령의 위임을 받은 미국 무역대표부에 의해 ITC 최종판정에 대한 검토가 이뤄진다.

이때 대통령 위원회의 결정을 전달 받은 후 60일 이내에 '정책적 이유'로 위원회에 거부의사를 통지하면, 통지일로부터 위원회의 판정 및 수입배제명령 등과 관련된 구제조치는 효력을 상실한다. 

즉, 대웅제약 입장에서 최악의 경우 대통령 검토 과정에서도 예비판정과 같이 메디톡스에 유리한 결과가 나와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 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매우 드물며, 2013년까지 위원회에 거부권이 행사된 경우가 없다. 보통 대통령 검토는 미국 기업을 보호하는 쪽으로 내려지는데, 이 경우 엘러간과 손잡은 메디톡스와 에볼루스와 손잡은 대웅 중 어느 쪽이 유리한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마지막 단계는 항소다. ITC 최종판정으로 인해 불리한 영향을 받는 자는 누구라도 최종판정 이후 60일 이내에 미국연방항소법원에서 항소할 수 있다. 때문에 수입배제명령 대상 제품의 부품 제조업자 등 ITC 절차의 당사자가 아니었던 개인 또는 기업 누구라도 최종판정에 의해 불리한 결정을 받게 되면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연방항소법원은 ITC 결정에 사실관계의 경우 합리적인 사람이 그러한 결론에 이르기에 적절하다고 인정할 만한 ‘유력한 증거(substatial evidence)’ 기준을 따라 판단하고, 특허청구범위 해석은 법률적 판단사항이므로 새롭게 해석한다. 

정리해 보면, 예비판결의 내용대로 최종판정이 내려질 경우 대웅제약은 최종적으로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소송비용이 막대하게 들기 때문에 양측이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대웅제약은 나보타 소송 비용으로만 약 137억원을 쓰며 나보타 매출을 고스란히 소송 비용으로 부담했다.  

 

 #2. "보툴리눔 균주 분석으로 소유권 밝히기 어려울 것" 

업계에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분쟁을 바라보는 관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과학적으로 다양한 분석 기법을 거쳐도 균주 소유권을 명확히 밝혀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하나는 'A형 보툴리눔 톡신'은 국내에서 자연 생성될 수 없다는 '추정'이다. 

분석법과 관련된 사실 관계부터 살펴보면 이렇다. 미생물(보툴리눔 균주) 등을 비교하는 방법으로는 ▲16s rRNA 분석법 ▲하우스키핑유전자(housekeeping gene) 분석법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법(whole genome sequencing)이 있다.

이 세가지 분석법 중 16s rRNA 분석법을 가장 손쉽게 진행할 수 있으나, 정확도는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법이 가장 높다. 실제로 16s rRNA 분석법으로는 ‘주(strain)’ 단위까지 판별해 내기는 어렵다. 주(strain)는 미생물 개체의 분류 단위로 생물분류체계에서 종(species)의 하위 단위다.

미생물 연구자는 "메디톡스, 대웅제약, 엘러간 모두 보툴리눔 A 균주를 쓰며, (만약 세 회사에서 쓰는 균주가 모두 다르다면) strain 자체는 다를 것"이라며 "그러나 16s rRNA 분석법로는 strain의 차이를 알 수 없어 정확한 판별을 위해선 하우스키핑유전자 분석법과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법을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자의 설명을 정리해 보면,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균주를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선 '동일한 기관'에서 동일한 분석법(housekeeping gene 분석법,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법)으로 진행해 결과를 비교하면 된다.  

두 회사의 균주 분석을 더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대안도 있다.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가 운영하는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 유전자은행(gene bank)에 공개된 엘러간 보툴리놈 균주 유전자 서열과 비교하는 것이다. 

업계에서 보툴리눔 톡신과 관련해 추정하고 있는 내용은 이렇다. '국내에서 우연히 동일한 균주를 발견할 확률은 없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한 신고서를 살펴보면, 대웅제약은 2006년 토양에서 균을 채취했고,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에 대해 양규환 박사가 1979년 미국 위스콘신대학교로부터 보툴리눔 균주를 국내에 들여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암암리에 보툴리눔 톡신을 거래하는 시장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툴리눔 톡신을 균주당 1억원 정도로 거래하는 암시장(black market)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며 "각 회사에서 자사 균주를 유출하는 작업이 어려운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암시장 형성은 얼마든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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