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간 보툴리눔톡신 글로벌 찬스 다 놓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8일 "서류 조작에 대해 무관용·엄단 조치를 내리겠다"면서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 제제인 메디톡신주 3개 제품을 허가취소했다.

메디톡스가 메디톡신 생산과정에서 △무허가 원액 사용 △서류에 허위내용 기재 △조작된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해 국가출하승인을 받아 판매함으로써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관리당국을 기만했다고 판단했다.

메디톡스가 2016년 11월 대웅제약이 자신들의 균주를 도용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이래 보툴리눔톡신 이슈는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메디톡스는 2017년 대웅제약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미국에서 소송전을 벌이다 급기야, 2019년 1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을 제소했다.

둘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 국내에선 2012년부터 2015년 사이 메디톡스의 불법 사실이 공익 제보로 드러났고, 18일 식약처 조치가 이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지금까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미국에서 소송비용으로 족히 수백억 원은 지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사가 미국에 뿌리고 있는 돈은 매출 규모가 꽤 있는 회사의 한해 영업이익과 맞먹고, 웬만한 국내 회사의 R&D 비용보다 크다. 성공한 벤처기업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메디톡스와 국내 전통기업의 상징인 대웅제약이 특허 보호대상도 아닌 균주를 놓고 대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두 회사의 다툼은 서로 상처를 내는 것도 모자라 국내 다른 업체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뷰티 산업이 활발한 국내 특성에 맞춰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상품화하려는 업체들(10곳 이상)은 내수를 넘어 세계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데 있어 두 회사 다툼에서 치고받으며 드러난 못난 정들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때문에 외국 진출에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국내 다수 업체들이 내수를 발판삼아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ITC 예비판결이 다음 달 6일로 다가왔다. 메디톡스가 승소하면 자사 기술을 사간 미국 시장의 맹주 엘러간은 활짝 웃을 것이다. 반면 미국에 진출한 대웅제약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대웅제약이 승소하면 '끈질겼던 메디톡스 족쇄'에서 풀려나 미국 비즈니스를 더 활발히 전개할 수 있게 된다. 반면 가뜩이나 품질관리 이슈로 내수와 중국시장에서 발목이 잡힌 메디톡스는 암울해 질 것이다.

국내 두 기업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이런 저런 자료를 내며 얼굴을 붉히고, 때론 얌전하게 판결받는 장면은 썩 유쾌하지 않다. 같은 맥락에서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가 사석에서 우스개소리 삼아 했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내가 두 회사 대표와 막역한 사이가 되지 못한 게 안타까울 지경이다. 그랬다면, 어떻게든 양쪽 대표들을 마주 앉혀 놓고 화해를 시켜 봤을 텐데..."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생태계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마치 치킨게임처럼, 이대로 가면 어떤 결과에 상관없이 두 회사는 제약바이오 역사에 '미국 ITC 목장의 결투'로 기록될 것이다. 이 보다 막판에 솔로몬의 지혜를 낸 회사로 기록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낭만적인 생각을 해 본다. 두 대표가, 아니 수 많은 종사자들을 거느린 두 기업이 극적으로 화해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한 것일까? 너무 늦은 것일까? 중재를 해볼 산업계 원로들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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