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비전, 형식적 퍼포먼스 넘어섰다 '절호의 기회' 공감
코19 글로벌 밸류체인 위기 확인, 내수 밸류체인 조성 필요성 대두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 1년, 바이오의약품 산업 발전 현황과 전망 토론회

허심탄회. 20일 윤일규 의원실이 주최하고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회장 강석희)가 주관한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 1년, 바이오의약품 산업 발전 현황과 전망' 주제의 토론에선 정부 기관 업계 투자 등 각 영역별 전문가들이 대한민국 바이오헬스를 진단하고, 의견을 솔직하게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

먼저 토론회를 주최한 윤일규 의원은 개회사에서 "이 달을 마지막으로 국회를 떠난다"라고 운을 뗐다.

"국회에 있으면서 토론회를 열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의원들을 많이 봤다"며 "전문성도 떨어지며 부족한 능력과 정보를 갖고 토론회를 이끌어가는 아쉬운 모습을 봐 오기도 했다"고 솔직한 소감도 전했다.

그는 "백신을 개발해야 이 싸움이 끝난다"며 "질병과 싸움은 정책과 또 다른 문제로, 국회가 뭐라고 하더라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미래가 요구하는 일을 변함없이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의 자리를 지켜달라는 당부였다. 바통을 넘겨받은 이는 이날 행사에서 좌장을 맡은 서울대학교 손여원 교수였다. 그의 발언은 토론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나왔다.

'BT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어, 업계는 자율규제를 정부는 국민 안전성과 유효성 확립을, 연구기관은 연구 및 가치평가 역량 강화 등 사업주체자들 간 책임의식이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질의에 "왜 우리 기업, 우리 과학자, 우리 기관에만 개발ㆍ허가 패권을 잡으라 하나"며 반문했다.

손 교수는 "갓 태어난 아이에게 노벨상을 받아와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토양을 우선 만들어야 하고, 잘 자란다면 좋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포용해야 하는 것은 실패에 대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잘 하고 있다"며 "그것은 누구보다 더 잘하고 있다는 개념이 아니라 실패와 좌절을 겪으며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의약품은 기본적으로 이물질이고 독성물질이며, 바이오의약품은 리스크가 더욱 크다"며 "리스크와 이물질들이 정보라는 근거와 만났을 때, 약으로 허용됨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강석희(왼쪽) 회장, 박정태 상근부회장

업계 자율규제 방안에 대한 물음은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강석희 회장이 받았다.

강 회장은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박정태 상근부회장의 답변에 첨언을 하겠다고 나서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우선 박 부회장은 자율규제에 대한 물음에 "업체가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은 바이오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업체의 특정 품목만을 주시하며 잘못되면 문제시 하는 현상은 감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답했다.

첨언에 나선 강 회장은 "제약산업이 겜블(Gamble) 같은 모양새임을 투자자와 국민들이 공감해야 하지않나 한다"며 "그렇지만 기업들도 IR 등에서 기대ㆍ성과를 과도하게 소개하는 행위 등에 대한 양심적인 측면도 단단히 다져야 할 것"이라는 뼈 있는 말을 남겼다.

그렇지만 이날 참석한 이들은 정부가 선포한 바이오헬스 국가비전이 바이오산업 발전에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는 뜻을 같이했다.

셀트리온 장윤숙 사장은 "정부 의지가 이보다 더 할 수는 없다고 본다"며 "형식적인 것이 아닌 절회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장 사장은 "그렇기에 정부 못지않게 산업계도 역할을 해야 한다"며 "리드기업과 중견기업 및 수요가 필요한 업체와 MOU를 주선하고 있지만, 수요와 공급이 필요한 업체는 결합시키되 수요-공급 필요 모델과 산ㆍ학ㆍ연 연계 필요 모델, 정부지원 필요 모델 등으로 분류할 필요는 있다"고 제안했다.

코로나19 네 번째 백신을 준비 중이라고 소개한 HK이노엔 송근석 상무는 특정한 사업 영역에서는 국가가 함께 가면서 산업을 이끌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개발 과정도 힘들지만 만든다 해도 대규모 임상이 필수"라며 "소아임상은 동남아로 가야하고 그에 따라 비용도 커지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임에도 짊어져야 하는 리스크가 큰 R&D"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성공적으로 개발됐다 하더라도 수요가 맞지 않아 갈 곳을 잃을 수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정부가 안전장치가 돼 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이날 토론에서는 정부가 선포한 바이오헬스 국가비전에 대한 가능성 외에 또 다른 교집합이 만들어졌는데, 인력 문제였다. 인력 수급이 어렵고, 규모별 지역별로 심화된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내용은 주제발표에서도 언급됐는데, 발표에 나선 박정태 상근부회장은 "IT계에 실리콘밸리라는 거점이 있는 것처럼 바이오R&D에도 거점이 있어야 한다"며 "이를 지탱할 사업 전주기에 대한 인력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셀트리온 장윤숙(왼쪽) 사장, 삼성바이오로직스 윤호열 전무

삼성바이오로직스 윤호열 전무는 "글로벌 리더십 확보 이전에 일단 아시아 존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력이 중요하다"며 "그렇지만 아시아 쪽에는 인력개발 장소가 없어 인력 풀을 어떻게 글로벌화 할 것인가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업 투자 현실 대변을 위해 자리한 스케일업 파트너스 이태규 사장 역시 인력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그는 "매년 생겨나는 작은 기업들은 연구자 기술에 치중할 수 없다"며 "FDA나 해외에서 노하우를 쌓은 인력을 채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력 문제가 업체 규모와 지역에 따라 심화되고, 더욱이 즉시 기용을 위한 인력 외에도 소규모 업체는 자문의 역할을 담당할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파멥신 유진산 대표는 "서울을 벗어나면 인력풀이 적어지는 현상이 심화 된다"며 "이 외에도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를 기용하고 싶은데, 이 부분에 대한 매칭을 정부가 나서주면 어떨까 한다"고 했다.

소규모 업체가 가진 한계는 인력 문제만은 아니었다.

유 대표는 "어려운 시기에는 소규모 업체들이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안에 귀를 기울이고 그 부분에 대한 도움을 바란다"며 "오피니언 리더들의 말에 우리 의견이 묻히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패널토론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제사회 유통 단절로 부상한 글로벌 밸류체인 붕괴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글로벌 벨류체인 없이도 한국 안에서 벨류체인이 굴러갈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부분도 공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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