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이행/중개연구란 뭔가, 누가 진정한 전문가인가"
"임상이행/중개연구란 뭔가, 누가 진정한 전문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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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4.02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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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김선진 플랫바이오 회장

혁신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이행/중개연구의 필요성(1)

퍼스트인클래스, 베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Best-in-class). 신약개발에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이다. 연구자들은 항상 자신들이 개발하는 물질이 경쟁물질들에 비하여 더 높은 효능을 보이고 보다 낮은 독성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그 이유는 물질에 대한 '신념'과 임상시험의 '성공'이라는 목표에 대한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성공보다는 실패가 익숙한, 기쁨보다는 좌절이 흔한 곳이 신약개발 분야다. 실패와 성공에는 각각 이유가 있다. 정당한 실패와 성공은 의미 있고 값진 결과를 남긴다.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 같은 시행착오를 방지할 수 있고, 성공의 요소를 확인하고 개선해 더 효율적이고 높은 확률의 임상시험을 기획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쉽게 말해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실패의 이유, 성공의 요소를 찾을 수 없는 비과학적인 사례가 아직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에 많이 있다. 즉 실패나 성공의 결과로부터 결론을 도출할 수 없는 허무한 경우다.

성공적인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이행/중개연구의 구성요소와 그 의미가 무엇이며, 임상시험과 중개연구간에 어떤 구조적이고 기능적인 관계가 이루어져야 전임상결과가 임상에서 이행될 수 있는지 에 대한 고찰을 통해 현재 진행중인, 그리고 향후 임상실험의 기획과 수행에 길라잡이를 제시해본다.

 

임상중개연구 전문인력은 신약 후보물질 개발 경험있는 지휘자 역할

모든 분야가 그러하지만 특히 의생명과학분야에 종사하는 과학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규범이 있다.

첫째, 새로운 핵심단어(key word)나 개념이 도입되었을 때 먼저 선점을 해서 전문가나 권위자 행세를 하면 안된다. 금요일에 3차 산업의 전문가로 퇴근한 사람이 월요일에 4차 산업의 권위자로 출근했다는 전설(?)이 절대 근거 없는 우스갯 소리가 아니다.

새로운 분야의 선도자는 신상품 입고의 광고지를 미리 보고 가게가 문을 열기 전에 제일 먼저 줄을 서서 싹쓸이를 하는 사람이 아니고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위해 등산에 필요한 체력과 고도의 기술을 습득하고 팀원들을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로 이끌 수 있는 준비가 된 사람들이어야 한다. 즉 정보를 미리 알고 머릿 속에서 정리하여 입으로 떠드는 '아는' 사람이 아니고 세계 최고봉에 오르기 위해 그보다 낮은 산을 오르며 등반 기술을 몸에 익히며 더 높은 산에 오르기 위해 기술을 개선하고 체력을 쌓은 등정의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고 그 이유를 분석하고 개선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둘째, 실패한 프로젝트를 도마 위에 올려 놓고 난도질을 해서는 안된다. 실패라는 결론이 과학자들에게 편견과 왜곡된 시야를 제공해, 자칫 유사한 시행착오를 방지하기 위한 전향적 분석 자체를 막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상황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인력들의 실수와 디자인의 허점을 찾아내서 비난하고 책임을 지우는데 급급한 후향적 분석이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이유를 덧붙이자면 실패한 과제의 잘못된 부분과 참여했던 인력들의 미숙했던 점을 찾아내어 맹렬히 비난하고 무조건 책임을 묻는 일은 그저 재미있는 오락일 뿐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흔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신약의 임상시험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나라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임상시험보다는 임상시험 서비스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평가가 더 정확한 사실이다.

실제로 많은 지식과 기술이 축적되고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것은 병의 생리적, 생화학적 원인을 찾고 그 병리기전을 제어해 병의 진행을 막고 치료할 수 있는 신 물질을 찾아 임상에 진입 시킬 수 있는 약으로 제형을 만들고 생산하고 투약방법 등 임상시험이 디자인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전문인력이 양성되고 사회적 연구인프라가 형성된다. 임상이행/중개연구에서 개발임상과 진료임상은 완전히 다른 전문가들의 영역이다. 물질연구, 물질을 이용한 개발임상, 진료임상분야의 전문가들의 육성과 함께 이들을 이끌 세분야를 모두 경험하고 지식과 경험을 쌓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연구자들이 많이 확보되어야 한다.

전문인력은 두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첫째는 그 분야에서 남보다 앞서는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쌓은 사람들로 주도적으로 과제를 기획하고 끌고 나갈수 있는 역량이 있는 사람들이다. 즉 과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개념을 수립하고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설계를 하고 참여인력을 이끌어 연구를 수행해 나온 결과를 분석하고 해석하여 결론을 낼 수 있는 사람이다. 둘째,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들과 같은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지도력을 갖춘 사람들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연구인력의 단절이 없는 구조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지속적인 전문인력의 양성이기 떄문이다. 신약개발을 포함한 바이오의약 분야가 일발성 성공 스토리가 아닌 국가 기반 체계로 어떻게 구축되고 유지돼야 하는지 의미하는 바다.

 

임상이행중개연구는 '어떻게'를 제시하는 것 

임상이행/중개연구같이 가장 많이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어 온 단어는 없을 것이다. "From the bench to the bed side"라는 유명한 문구가 소개된 이래 신약개발에 종사하는 많은 연구자들이 이행연구, 중개연구를 전면에 내세우며 전문가임을 자처했다.

그런데 막상 임상이행/중개연구의 정의(定義)를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쉽지않다. 그 이유는 임상이행/중개연구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다'가 아니라 '어떻게'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실제로 임상이행/중개연구에 노출되거나 경험한 연구자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순수과학, 개발임상, 그리고 진료임상을 두루 경험한 연구인력을 많이 배출하고 확보해야하는 이유이다. 임상이행/중개연구의 핵심 개념은 'translation'이다. 책상 위나 컴퓨터 모니터에서 세워진 개념은 실험실 내의 시험관, 소위 인위적으로 제어되는 조건인 플라스틱 환경내에서 작동되도록 중개(translation)돼야하고, 그 단계를 통과하면 다시 실험동물을 이용한 생체조건에서 translation돼야하고, 마지막으로 환자에 투여되는 인체조건에서 translation되어야 한다.

그 중심 개념이 실행가능 한(feasibility) 타당성이며 전임상 실험의 결과가 임상에서 재현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임상실험의 임상 실행 가능성(clinical feasibility)이 부족하거나 결여됐기 때문이다.

신약개발 초기단계인 실험실에서 수립되고 이용되는 개념이나 기술은 빠르게 보편적으로 도입되고 개선된다. 반면에 임상이행/중개연구의 핵심인 '노하우'는 보편화, 일반화 되기 힘들고 다분히 연구주체의 역량에 많이 좌우된다. 즉 표준화나 일반화가 쉽지않은 점이 있고 자연히 같은 주제나 목표에 대해 의견일치나 합의(consensus)를 이루기 힘든 경우가 많이 있다.

임상이행/중개연구는 개발물질의 특성에 맞는 실행가능성이 있고 임상적 의의가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개발 초기인 실험실 단계부터 파악하여 임상시험에 반영할 수 있게 모든 단계에 적용하며 최종단계인 임상디자인에 임상시험의 성공과 상용화의 가능성을 높이는 프로토콜 강화 과정(enrichment)을 반영할 수 있는 결과물의 도출을 그 기능이자 목표로 한다.

임상 실행 가능성(feasibility)은 개념의 타당성과 방법의 타당성으로 나뉜다. 개념의 타당성의 예를 들면 암의 전이를 방지하는 치료법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치료표적들이 있다. 그러나 임상적인 현실은 적지 않은 환자들이 진단을 받을 때 이미 방사선검사나 기타 혈액검사로 발견되지 않는 전이병변이 있고 이병변의 진행으로 환자들은 목숨을 잃게 된다. 그러므로 보다 타당성과 의미가 있는 것은 전이를 막는 것 보다는 전이병변을 치료하는 물질을 개발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임상에서 미충족의료수요(unmet need)는 전이방지 치료법이 아니라 전이병변을 치료하는 치료법의 개발이다. 또 하나의 예는 아직도 진행중인 물질의 효능검증을 위한 전임상 동물실험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피하모델과 동소이식모델에 관한 논쟁이다. 과연 어느 모델의 결과가 임상으로의 translation의 가능성에 있어 우월하거나 상대적으로 높은 가능성이 있을까?

객관적으로 피하종양모델은 실제 임상 실행가능성(clinical feasibility)이 결여돼 있다. 즉 실제 임상에서 치료의 대상은 수술, 방사선요법등 국소치료로 종양의 제거가 불가능한 전이병변을 갖고 있는 환자들이며 환자의 몸에서는 전이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전이병변이 있는 장기는 각각 특이하고 다른 혈관 분포와 종양미세환경에서 암세포들은 특이한 표적을 발현하게 된다.

따라서 전신 반응(systemic administration)을 통한 약제의 분포와 장기에 도달한 약제가 암세포에 작용하여 효능을 발휘하는 기전이 달라질 수 있고 이것이 전임상 결과가 임상에서 재현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예를 들어 피하에 이식된 췌장암 세포에 대한 치료제의 효능시험으로 결과를 해석하면 이렇다.

첫째, 췌장암의 발병과 전이기관인 췌장이나 간, 복강내 등과는 전혀 다른 피하에서 암세포는 임상 상황과 전혀 다른 미세환경에서 암세포 종양미세환경 상호작용(cancer cell-host microenvironment interaction)을 일으킨다. 둘째, 전신반응을 일으키는(systemic administration) 약제가 종양에 도달하는 기전과 분포상태 또한 임상적 유의성이 없으며, 만일 약제가 종양에 직접 주사됐다면 임상 실행가능성(clinical feasibility)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동소이식 동물 모델은 임상 상황을 가장 유사하게 갖추어 암세포에 대한 약제의 반응이 임상에서 재현되는 확률을 획기적으로 높여줌으로써 임상시험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도구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지금까지 피하 모델을 이용하여 개발에 성공한 많은 신약들이 있다와 어차피 동물은 사람과는 다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반론은 임상에서의 실패율이 아직도 높고 그에 따른 천문학적인 개발비(임상비용)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성이 있고 이를 위해 더 임상적 타당성이 높은 모델을 도입하여 translation의 가능성을 높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과 동물의 이질성과 한계를 따진다면 동물을 이용한 독성실험과 약물분포, 노출실험의 결과로 임상 1상에 진입하는 개념의 근간이 부정되는 것이다. 즉 운용하고 수행할 능력이 있다면 단독으로 혹은 협업이나 위탁을 통하여 동소이식모델의 도입이 바람직하다. 실질적으로 너무 높다고 체감되는 전임상에 소요되는 연구비나 시간은 임상에서 one cohort나 환자 2~3 명에 소요되는 비용이나 시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편에서 계속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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