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한국비엠아이 부사장

지난 주 금요일 김포에서 제주로 가는 아침 비행기에는 좌석이 반도 차지 않았다. 자리에 앉기 전에는 짐을 위로 올릴까말까 잠시 헷갈렸지만 전혀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찾아간 식당은 현지인들사이에 매우 인기가 높은 곳이었는데 오후 한 시가 좀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한 두 테이블밖에 없었다. 손님이 없어 무료했는지 식당주인은 난로에 자기 발을 가까이 대고 냄새를 풍기는 불결한 짓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는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2003년의 기억이 난다. 어느 학회에서였을 것이다. 사스가 난리를 치던 시절이라 아마 사스에 대한 발표 내용이 주를 이루었던 것같다. 가장 실력이 있던 의사는 사스환자가 들어오면 일선에서 그를 치료해야 하는 입장에서 살면서 처음으로 생명보험에 가입을 했다고 농담을 했다. 웃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하긴 베트남에선가 진료하던 의사가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이 나와서 내린 결론 중 하나가 플루백신의 접종률을 늘리는 것이었다. 초기증상이 비슷한 두 감염병을 식별하기 위하여 환자에게 플루접종을 확인하여 접종을 했으면 사스, 안했으면 플루로 우선 가르마를 타자는 의견이었다. 플루의 효능이 50%도 안된다고 알고 있던 나는 혼란스러웠다. 다행히 그해 끝무렵 사스가 잦아들었는지 플루유사증상의 환자가 백신접종을 했는지 안했는지를 따진다는 말을 들어본 것같지는 않다.

평소 빈 좌석을 찾기 힘들었던 항공기에도 거의 승객들이 없었다.
평소 빈 좌석을 찾기 힘들었던 항공기에도 거의 승객들이 없었다.

원인과 유행패턴은 각각 엄청나게 다르겠지만 이후의 신종플루, 메르스를 겪으면서 나름 개인적으로 체득한 교훈은 신종감염병이 들어오면 결국 작금의 현상에서도 나타나듯이 손씻기로 대표되는 개인위생강화와 마스크로 대표되는 개인보호구착용 등 자신이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여행을 자제하거나 사람많은 곳에 안가는 것은 철저히 개인의 선택사항인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마스크를 못쓰는 부류에 속한다. 착용을 해도 답답해서 10분이 지나면 자꾸 썼다 벗었다하면서 얼굴 여기저기를 더 만지고 긁어 차라리 마스크는 안하고 다니는게 낫다고 판단을 내렸다. 신종플루 때도 손씻기와 마스크착용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당시 신종플루뿐 아니라 A형간염도 꽤 유행을 했었는데 손씻기로 효과를 본 것은 오히려 A형간염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76만명의 환자가 발생한 걸 보면 마스크의 효과에 대한 평가가 힘들지도 모르겠다. 2015년 메르스 때 고글에 마스크를 하고 일원동 삼성의료원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을 여럿 본 적이 있다. 메르스는 원내감염이 주요 감염경로라고 했었다.

올해 하반기 플루접종 시즌까지 만일 이번 유행이 잡히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스때처럼 플루접종유무를 식별기준으로 하는 해프닝은 없을 것이다. 진단기술이 발달해서 원인을 잡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생활수준이 높아져도 사람들의 생각은 별로 발전하지도 문제해결방식이 나이스해지는 것 같지는 않다. 다음에는 마스크보다 방독면이 더 효과가 좋다는 말이 나올까봐 걱정이다. 돌아오는 공항의 풍광은 더 황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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