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동 '희망약국' 최은주 약사
"임상약학지식 갈증느껴 도전...약국에도 필요"

최은주 희망약국 약사

"88학번으로 1992년에 약대를 졸업했습니다. 그 후로 교과서로 공부한 적은 없었지요. 3년 전 처음 약국을 열며 '임상약학 지식'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처방전을 읽는 능력(인사이트)과 환자 맞춤 복약지도를 하려면 공부를 해야겠더라고요. 혼자였다면 절대 할 수 없었을 거에요. 동료 약사님들과 함께 도전해 얻은 결과입니다."

최근 전문약사 제도를 국가자격으로 하려는 법제화 과정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한 개국약사가 임상약학 지식을 알고 싶어 미국 전문약사(BPS : the Board of Pharmaceutical Specialties) 자격 취득에 도전해 합격했다.

주인공은 서울 도봉구 창동에서 '희망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최은주 약사로 휴베이스 공부방 출신 BPS 1호다.

"BPS가 아니더라도 임상약학을 배우고 싶어하는 약사님들을 위해 프로그램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개국약사라면 현장에서 필요한 분야가 있다고 공감할 겁니다." 히트뉴스는 최 약사를 만나 '2년 간 BPS 도전기'를 들어봤다.

-미국 전문약사(BPS)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서울시 도봉구 창동에 위치한 희망약국. 두 세개의 아파트 단지 인근에 위치해 인근 주민들은 희망약국을 찾는다.
서울시 도봉구 창동에 위치한 희망약국.
두 세개의 아파트 단지 인근에
위치해 인근 주민들은 희망약국을 찾는다.

"약국을 연지 3년이 다 됐습니다. 제약회사도 다녀보고 여러 일을 해봤는데 약국은 처음이었어요. 약국을 시작하며 휴베이스에 가입했는데 지역 약사분이 우리 약국을 컨설팅 해줬었어요. 복약지도 하는 모습을 보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화를 내셨어요.  공부를 해야겠구나, 생각하는 계기가 됐죠. 

주말마다 배울 수 있는 곳은 다 다녀봤어요. 그런데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강의는 대개 1~2회에서 끝나니까요. 건강기능식품이나 일반의약품(OTC)에 편중됐고요. 고민하던 참에 모연화 휴베이스 부사장이 자신의 합격 경험을 들려주며 BPS를 소개해줬어요. 사실 그 전엔 BPS를 몰랐어요. 

공부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어요. 임상약학대학원에 가기엔 근무약사를 둘 형편이 아니라 시간을 내기 어려웠고, 조금씩 공부양을 늘려가며 한 번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 독학이었나요?  

"독학은 아니에요. 휴베이스 회원약사들과 함께 했죠. 혼자면 지루하고 어려웠을텐데 같이 모여 공부하니 진도가 나가더라고요. 시험 직전엔 주 1회 씩 모였죠. 몇몇은 중도 포기하고 불합격하는 쓰라림도 있기는 했어요. 2017년 봄부터 시작했는데, 한 번 불합격한 뒤 이번에 재수로 합격했어요."

- 2년 간 준비과정이 쉽지 않았을텐데, 어떻게 공부했나요?

"약국 일을 하며 동시에 공부하는 건 솔직히 불가능했어요. 한가한 약국이어도 환자가 오고 일반약 판매도 해야하니 집중하기 힘들죠. 결국 약국 문을 닫은 밤 8시부터 집에서 했어요. 시험 직전엔 도서관 문 닫을때까지 자리를 지켰죠. 힘들었어요(ㅠㅠ). 대충 만만하게 할 공부는 아니었어요."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군요.

"88학번으로 1992년 졸업했어요. 졸업한 뒤로 교과서를 본 적이 없었어요. 그 새 내용이 바뀌어어서 전부 새롭더라고요. 약국 일 말고 해봤던 여러 분야의 내용은 괜찮은데 시험범위가 다양해서 몰랐던 분야를 이해하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BPS는 임상약학(파마코세라피, Pharmacotherapy) 외에 전문 분야별로 나뉘어져 있어요. 그 중 임상약학을 택했는데 20여개 질환군의 약물들을 봐야했어요."

(위쪽부터) 최은주 약사가 BPS 취득을 위해 공부했던 자료들. (???????ACCP Updates in Therapeuties 2018, 그 요약본과 최 약사가 다시 필기하며 재정리한 자료들)
(위쪽부터) 최은주 약사가 BPS 취득을 위해 공부했던 자료들. (ACCP Updates in Therapeuties 2018,
그 요약본과 최 약사가 다시 필기하며 재정리한 자료들)

-합격비결이 있을까요? 설마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는 아니죠? ^^

"네, 교과서 위주로 했어요.(웃음) 책을 가져왔는데요. 무거워요. 근데 이것들도 요약본이에요. 내용을 다시 정리했어요. 책만 보면 어려워서, 관련 문헌을 찾아봐야 간신히 이해할 수 있었어요. 모르는 내용은 인터넷, 국내 강의나 자료를 참고했어요. 자료조사도 필요했어요.

사실 시험문제가 여기서만 나오는 게 아니에요. 미국 약사회가 중점적으로 다루는 부분이 있나봐요. 미국 정책과 제도도 시험범위에 포함됐는데, 공부는 질환 약물에 중점을 뒀어요. 스스로 하고 싶어 도전한 만큼 기억에 많이 남아요."

-합격 후 어떤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나요? 

"자랑을 할 수 있고, 축하도 받겠지만 해방감을 느꼈어요. '이제 됐다'는 마음이요."

-합격 이외에 BPS 도전으로부터 약사님이 얻은 건 무엇일까요?

"환자들에게 해줄 말이 많아졌어요. 우리는 윗 층에 가정의학과가 있는 동네약국인데 간혹 대학병원에서 온 처방전을 가져오는 환자들도 있죠. 이럴 때 자신있게 상담할 수 있게 됐어요."

여행을 가서도 자료를 놓지 않았던 최은주 약사 (사진제공 : 모연화 휴베이스 부사장)
여행을 가서도 자료를 놓지 않았던 최은주 약사

-BPS 취득이 약국경영에도 도움이 되나요? 관심있는 약사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약국을 경영하는 약사 입장에서 부족한 지식을 보충하려고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취득을 해야한다 말아야한다고 답변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또 영어로 된 내용들이라 부담도 되죠.

다만 BPS를 따기 위해 공부했던 내용들은 약국 현장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요. 임상약학을 다시 배우니 환자가 왔을 때 어떤 사항들을 확인해야 할지, 안내나 상담도 전문성 있게 할 수 있게 됐죠.

임상약학과 약물 정보를 전하는 일은 대부분의 약국이 필요하다고 공감할 거에요. 우리나라에도 약국가를 위한 프로그램이 개발된다면 배우고, 체득하는 게 훨씬 수월하겠죠."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