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뒤 숲속약국', 2년째 이행… 2명 → 4명도 늘어
장영옥 약사 "작은 행동 하나가 흐름을 바꿀 수 있죠"

비 온 뒤 숲속 약국 장영옥 약국장

"직원 자신의 성장과 개발, 여가를 활용하는데 시급이 도움된다면 약국은 충분히 직장의 가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함께 마음을 맞춰 근무하면 약국을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죠. ('시급 1만 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습니다. 다른 약국들에 권하고 싶어요."

이름도 독특한 '비 온 뒤 숲속 약국'은 2년 전부터 꾸준히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시급 1만 원' 구인 광고를 올리고, 이 약속을 계속 지켜오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6470원이던 최저시급은 내년에는 8590원까지 오른다. 그러나 당초 대통령 공약인 '시급 1만원' 실현은 요원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비 온 뒤 숲속 약국'을 운영 중인 장영옥 약사는 정부보다 앞서 스스로 '시급 1만 원 공약'을 실현하고 있다.

장 약사는 2017년 6월 지역 SNS인 '망원동 좋아요'에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원 구인 공고를 처음 올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고 있다. 히트뉴스는 8일 약국개설자인 장영옥 약사와 만나 '시급 1만원'의 의미를 들어봤다.

- 시급을 1만원으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최저시급이 6000원을 조금 넘었을 때였는데, 시급 1만 원 필요성을 주장하는 분들의 이야기가 담긴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됐죠. 솔직히 약국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어렵다, 어떻게 만원...' 이렇게 생각했었죠.

SNS를 통해 아르바이트생들이 최저시급에 대한 퍼포먼스를 하는 사진을 보게 됐고, 이후 정부 정책으로 최저임금 1만 원이 언급되더라고요. 그렇다면 약국을 운영하는 저부터 '시급 1만 원'으로 좋은 사례를 만들어 보자, 그러면 한 사람, 한 사람 동참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텐데 부담되지 않을까요?

"며칠 동안은 잠을 못 잤어요. 할 수 있을까, 내가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을까? 고민했죠. 하지만 제가 제 근무시간을 늘려 손실을 보전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아침 문을 여는 시간을 앞당기고, 저녁에 문 닫는 시간을 늦추자. 저임금에 기대 제 수익을 보장받는 시스템을 지양하자는 생각으로 하게 됐어요. 그래도 최종 결정까지는 고민이 많았어요."

- 지금도 시급 1만 원을 지키고 있나요? 직원은 몇 명이죠?

"네, 여전히 만원입니다. 아르바이트생까지 직원은 네 명이에요. 처음엔 두 명을 뽑았었는데 변동이 있었고 지금은 다른 직원들이 근무 중이에요. 직원들은 한 번 바뀌었어요. 대개는 두 명씩 상주하고 있습니다."

- 시급 1만 원을 고수하는 이유는?

"2017년 첫 시도할 때보다 지금은 더 안정적이라고 보면 됩니다. 직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느끼고 있어요. 약국경영에도 도움이 됩니다. 잦은 인력 교체로 고민을 하는 약국과 병·의원이 많잖아요. 시급 1만 원을 해결책으로 권하고 싶어요."

비 온 뒤 숲속 약국 장영옥 약국장

- 정말 다른 약국에도 권하실 수 있겠어요?

"약국과 한의원, 치과의원, 의원에는 강력하게 권하고 싶어요. 시급인상은 자신의 일에 대한 보상·인정받는 마음을 줄 수 있습니다. 직원 자신의 성장과 개발에 도움이 된다면 약국은 직장의 가치를 충분히 갖고 있는거죠. 

함께 마음을 맞춰 근무하면 약국 경영은 안정화돼요. 팀워크는 경영에 중요한 거니깐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죠. 강력히 권하고 싶어요."

- 전문언론이 아닌, 지역 SNS에 구인공고를 올린 이유는 뭔가요?

"아직 시급 인상 준비가 안 된 약국들에 예기치 못할 피해를 줄까 봐 고민했어요. 약국경영이 녹록지 않는다는 건 저도 잘 아니깐요."

- 약국에 가보면, 경영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는 합니다. 현실적 어려움, 없을까요?

"의약분업 초기부터 계속 약국은 어려워요. 물가, 인건비, 임대료, 세금 모두 올랐죠. 편의점의 의약품 판매도 고려해야 하고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우리가 공정한 분배를 해야 한다는 점이죠. 소득주도 성장 이야기 많이들 하시잖아요. 우리의 주머니가 두둑하면 소비도 늘어나는 만큼, 약국경영도 활발해지지 않을까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어려움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느꼈습니다. 서민들의 주머니가 얇아져 약국도 어려워졌다고 생각해요. 결국 빈부격차와 상대적 박탈감도 거론되죠. 저는 시급 1만 원을 결심했을 때 약국이니깐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약국도 어렵지만, 우리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 약국, 한의원, 치과 등이 먼저 시작하면 사회적 흐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역사회에서 호응이 좋을 듯합니다. 직원들과 호흡은 잘 맞나요?

"망원동에서도 반응이 좋았고, 전화도 많이 받았어요. 지방에 계신 분들과 시민들이 전화해서 응원의 메시지도 보내줍니다. 직원들과 호흡도 잘 맞아요. 무엇보다 우리가 어디서 어떤 일을 하건 나 자신의 노력이 정당하게 보상받는 게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 최근 민초 약사들의 일본 의약품 불매운동은 어떻게 보세요? 또 '시급 1만 원'은 약사님께 어떤 의미일까요?

"저도 일본 의약품은 다 수거해 반품했어요. 무엇보다 일반 시민분들의 참여가 굉장히 높아요. 우리 약사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민에게 약사 직능이 인정받고 '약사들이 앞서 하는구나'라고 알아주실 때, 결국 나를 둘러싼 환경이 좋아지는 것이니까요. 약사로서 고민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먼저 시작해야 해요. 흐름을 바꾸는 건 작은 행동에서 한 걸음 시작된다고들 하죠. 시급 인상을 고민하는 약국장님, 자영업을 하는 고용주분들의 결정에 제 사례가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