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 강' 앞에서 서성거리는 제약회사들에게
'마라 강' 앞에서 서성거리는 제약회사들에게
  • 조광연
  • 승인 2019.11.22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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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뛰어 들라, 그러면 건너게 될것이다

내가 서있는 이곳에 죽음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울 때, 설령 저 쪽 강 너머에서 유입되는 공기로부터 생명의 기운을 감지한다해도 즉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떠나기란 쉽지 않다. 불안한 자신의 미래를 손 바닥 보듯하며 창업에서 희망을 본 직장인의 망설임처럼 '익숙함에 대한 미련'은 본능에 가깝다. 그래서 삶에 대한 선택에도 용기와 모험이 필요하다. 탄자니아 세렝게티 초원에 건기가 찾아와 삶이 팍팍해지면 누우를 비롯한 초식동물들은 너나없이 북쪽 케냐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을 향해 나아간다.

새로운 초원까지 비단 길이 펼쳐져 있다면야 좋겠지만 당장 그들 앞에 나타난 현실은 악어들이 득실거리는 '마라 강'이다. 과연 악어들에게 잡혀 처참한 꼴을 당하지 않고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을까. 아, 어쩐다. 떠나기로 결심했고, 떠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지만 그들은 엄중한 현실 앞에서 망설이며 강가를 배회할 따름이다. 뒤를 돌아 봤자 말라가는 초원과 뒤따라 추격해오는 사자와 하이에나 뿐이다. 되돌아 갈 곳이 없다. 맥박이 최고조에 도달한 누우들은 생각한다. "누구든 강물에 뛰어들기만 해봐. 나도 곧바로 뛰어들테니까."

언제나 그렇듯 모험가들은 있는 법, 희망으로 두 눈을 꿈뻑거리며 기다리는 악어들을 향해 모험가들은 온 몸으로 돌진한다. 삶을 향한 집단적 이동이 시작됐다. 지금 펼쳐지고 있는 이 장면은 국내 제약산업계와 아주 유사하다. 전통 제약회사들이 제네릭 비즈니스 모델로 향유하던 대한민국 건강보험재정은 고갈되기 시작했고, 행정 당국은 금고를 지키겠다며 짜낼 수 있는 모든 정책들을 예비하고 있다. '기승전약가인하 정책'뿐이다. 전통 제약회사들에게 내수는 더 이상 안온한 삶의 터전일 수 없다. 개별기업들이 내수에서 삶을 찾으려면 독과점 뿐이지만 세계 의약품 시장 2% 비중에 불과한 작은 시장에서 경쟁력없는 제네릭 비즈니스로 불가능하다. 삶은 밖에 있다.

과거와 미래, 생과 사의 경계인 마라 강 앞에서 걱정과 근심, 새 삶에 대한 설렘으로 맥박수가 높아진 누우 떼들은 선뜻 강으로 뛰어들지 못한다. 강에는 현실적 위협인 악어 떼들이 물속에 숨어있으므로.
과거와 미래, 생과 사의 경계인 마라 강 앞에서 걱정과 근심, 새 삶에 대한 설렘으로 맥박수가 높아진 누우 떼들은 선뜻 강으로 뛰어들지 못한다. 강에는 현실적 위협인 악어 떼들이 물속에 숨어있으므로.

"더이상 지체하지 말고, 개방형 혁신을 바탕으로 글로벌 생태계에 직접 뛰어들어 부딪혀야 한다." 국내 제약기업의 글로벌진출 가능성을 모색하기위해 대표단을 이끌고 보스턴과 영국, 아일랜드 등을 강행군한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이 같이 밝히며 "글로벌 시장을 보고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모아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대표단은 '척후병 활동'을 넘어 현지의 유력한 연구소, 기업, 바이오클러스터, 학계, 정부기관과 다양한 업무 협의 및 양해각서, 비즈니스 파트너링 등을 진행했다. 이 가상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으려면 기업들의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는 결정은 말에게 있으니 말이다.

악어 떼(리스크)를 두려워 않고 마라 강으로 뛰어들어 저쪽 푸른초원에 한 발을 디딘 모험가들이 적지 않다. '우리 실력으로 되겠어?'라고 의심할 때 기업가 정신으로 제일 먼저 마라 강으로 뛰어든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통쾌한 도전이 있었고, ARB계 고혈압치료제를 개발해 남미로 향한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의 모험이 있었으며, 국내서 잠자던 꿀벌들(벤처)을 깨워 열매를 맺은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의 꿈이 있었고, 나보타를 앞세워 미국시장 공략에 나선 윤재승 전 대웅제약 대표의 전략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아세안 국가를 넘어서기 위한 JW그룹 이경하 회장의 베트남 현지화 전략이 실행됐고, 국내 제약산업을 선도해 온 동아쏘시오그룹 강신호 회장의 꾸준한 R&D 실천과 벤처의 가능성을 보여준 브릿지바이오 이정규 대표가 있다. 일일이 거명할 수 없을 정도다(이글에서 적지 못한 영웅들에게 죄송).

결단을 앞에 둔 누우 떼들처럼 2019년 연말 제약바이오산업계도 걱정과 근심, 미래에 대한 설렘이 공존하고 있다. 그렇지만 변할 수 없는 사실은 이곳, 내수에서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함께 오순도순 살 수 없으며, 다시 내수로 돌아오기 위해서라도 밖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는 현실 뿐이다. 기술이든, 제네릭 의약품이든 무엇이든 손에 들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뛰어 들라, 그러면 건너게 될것이다.'라고 주문을 외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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