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제도 개편 직격탄...등재후 최장 5년만 가산 보장

제네릭 없어도 가격조정

개량신약은 신약개발의 징검다리이면서 동시에 제약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으로 평가된다. 가령 아스트라제네카는 위염치료제인 넥시움을 통해 글로벌제약사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약제는 해외에서는 신약으로 허가됐지만, 국내 개념으로 보면 이성질체 개량신약이었다.

복지부가 개량신약복합제 약가우대 근거를 2013년 9월 마련한 것도 이런 가능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퍼주기식'으로 남발하지는 않았다. 복지부는 우대기준을 신설하면서 대상을 '식약처가 개량신약으로 인정한 복합제'에 한정했다.

자료제출의약품과 개량신약=2018년 식약처 의약품 허가 보고서를 보면, 해당 연도에 허가된 자료제출의약품은 총 239개였다. 자료제출의약품은 신약이 아니지만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가 필요한 의약품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새로운 염(이성체)을 유효성분으로 하는 의약품, 새로운 효능군 의약품, 유효성분의 새로운 조성 또는 함량만의 증감, 새로운 투여경로 의약품, 새로운 용법용량 의약품, 새로운 제형(동일투여경로) 등이 해당된다.

이중 임상시험 등을 통해 효능증대 또는 부작용 감소, 유용성 개량, 의약기술의 진보성 등을 입증한 경우에만 개량신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같은 해 자료제출의약품 가운데 개량신약으로 허가받은 품목은 6개 뿐이었다. 그만큼 인정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개량신약으로 인정받기가 갈수록 더 어려워져서 매년 허가품목 수가 감소하는 추세"라고 했다.

개량신약복합제 등재 현황=약가우대 기준 신설이후 개량신약으로 허가받은 복합제는 총 37개였다. 이중 20개 품목은 약가가산을 받았고, 나머지 17개 품목은 개량신약으로 허가받았는데도 가산을 받지 않았다.

약가가산을 받지 않은 경우는 두 가지다. 우선 개별단일제의 68% 또는 59.5%의 합이 단일제 투약비용보다 낮은 경우 가격이 비싼 단일제 가격으로 산정한다. 제약사가 시장상황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판매예정가)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개량신약복합제는 도입신약도 있지만 국내 개발신약이나 국내 개발 개량신약의 복합제가 주류를 이룬다. 엘지화학의 당뇨신약 제미글로 복합제인 제미메트서방정, 보령제약의 고혈압신약 카나브 복합제인 듀카브정, 종근당의 당뇨신약 듀비에 복합제인 듀카브정, 한미약품의 염변경 고혈압치료제 아모디핀 복합제인 아모잘탄플러스정 등이 대표적이다.

개량신약복합제 제네릭 취급하는 가산제도=개량신약복합제를 포함해 개량신약은 보통 10억~40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기간은 3~5년 정도다. 허가 때는 임상1·2·3상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물론 일부 면제도 가능하다. 독점기간(재심사)은 4년에서 6년이 주어진다. 개량신약은 아직 신약개발 역량이 부족한 국내 제약기업이 신약개발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여겨져 왔다. 특히 특허나 독점인정 등을 감안하면 신약에 준하는 취급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복지부의 이번 가산기간 개편은 개량신약복합제를 신약이 아닌 제네릭 위치로 강등시켰다. R&D 유인을 위한 보상을 고민해도 부족할 때에 우대조치를 후퇴시켰고, 결과적으로 찬밥 취급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가령 오리지널은 제네릭이 진입하면 약가가 53.55%로 떨어지는 데 최초 1년간은 70%까지 가산을 인정한다. 1년이 경과된 뒤 동일성분 품목수가 3개사 이하이면 추가로 2년 간 70% 가산을 유지한다. 이어 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최장 2년까지 더 가산을 인정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제네릭 진입 시점부터 최장 5년 간 70% 가산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제네릭 약가가산(68% 또는 59.5%)도 퍼스트제네릭 등재시점부터 같은 '로직'으로 최장 5년간 유지될 수 있다.

반면 개량신약복합제는 '로직'은 같은데, 오리지널이 아닌 제네릭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오리지널과는 달리 개량신약복합제의 제네릭이 등재되지 않았어도 등재시점부터 1년간 가산(개별단일제 68%의 합 또는 59.5%의 합)을 적용받고, 같은 조성의 복합제가 3개사 이내이면 2년간 가산기간이 더 연장된다. 약평위 인정 추가 가산을 감안하더라도 등재시점부터 최장 5년간 가산을 받을 수 있다.

현재도 등재시점부터 가산기간은 시작되지만 특허나 PMS 기간동안 단독 등재돼 있으므로 실질적으로는 제네릭이 등재돼야 가산기간 로직이 가동된다고 볼 수 있다. 3개사 이하인 경우 가산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제네릭 없이도 약가인하되는 'R&D 산물'=개편되는 가산제도를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2013년 11월1일 등재된 엘지화학의 제미메트서방정25/500mg, 씨제이헬스케어의 보그메트정 2개 함량제품, 알보젠코리아의 본비바플러스정은 현재 제네릭 없이 단독 등재돼 있지만 2018년 10월말로 이미 5년이 경과돼 새 제도 시행과 함께 재평가를 통해 약가가 곧바로 인하된다.

제네릭 없이 단독 등재돼 있는 엘지화학의 제미메트서방정50/1000mg(2015.2.1), 보령제약의 듀카브정 3개 함량제품(2016.8.1), 종근당의 듀비메트서방정25/1000mg(2016.9.1), 아모잘탄플러스정 3개 함량제품(2017.9.1), 투탑스플러스정 4개 함량제품(2017.10.1) 등도 2022년 9월까지 줄줄이 약가가 조정된다.

이럴 경우 특허기간이 남아 있어서 오리지널 단일제 가격이 조정되지 않았는데도 복합제 약가는 인하돼 상한금액이 역전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법률전문가는 "단독 등재된 개량신약복합제는 해당 투여경로, 성분, 함량, 제형에 있어서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에 있는 약제다. 따라서 단독등재 돼 있는 경우엔 제네릭이 진입했을 때 약가를 조정받도록 하는 게 시장경쟁에 의한 가격결정 원리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약가우대 가산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최소한 개량신약복합제가 단독 등재돼 있는 동안에는 가산을 유지하도록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