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멧니즈 향한' 부광의 R&D…"될 만한 신약만"
'언멧니즈 향한' 부광의 R&D…"될 만한 신약만"
  • 김경애
  • 승인 2019.10.07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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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Win Fast Fail'로 신약개발 비용·시간 절약
"끝까지 가겠다는 집착 버려야 성공 가능"

"유망한 신약후보물질을 끝까지 가져가겠다는 집착이 없어야 한다. 하나의 물질에 목매지 않고, 성공하는 약이 나올 때까지 계속 순환시켜야 한다."

부광약품(대표이사 유희원)은 신약후보물질을 도입·개발해 기술이전하거나 유망한 바이오벤처에 투자하는 국내 '오픈이노베이션'의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제약사다. 'Quick Win Fast Fail' 전략에 따라 투자 수익을 재투자하거나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 식인데, 쉽게 말해 '될 만한 약에 집중'한다. 

2009년 HLB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인 LSKB로부터 개발·판권을 양수한 경구용 위암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아파티닙)이 대표적인 사례다. 부광약품은 리보세라닙의 전임상 및 글로벌 1·2상을 진행해 지난해 8월 HLB생명과학에 권리 일체를 400억원에 양도했고, 이 과정에서 투자 대비 상당한 수익을 얻었다.

부광약품은 "한정된 자원으로 버티기 위해서는 돈·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가 글로벌 빅파마에 인수되면 투자 금액이 커져서 돌아오는데, 이 수익을 파이프라인 R&D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했다. 또 성공 경험이 많은 회사에서 좋은 신약이 나오므로,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해외파트너들과 견고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고 했다.

부광약품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 현황(자료: 부광약품)
부광약품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 현황(자료: 부광약품)

전임상·POC 사이는 '스위트 스팟'

약물의 전임상은 동물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임상1상도 환자가 아닌 건강한 성인 대상이다. 즉, 2상까지 가야만 환자를 대상으로 효능을 입증할 수 있다. 약이 효과가 없다는 사실은 전임상부터 2상까지 약 10년의 시간이 지나야만 깨닫게 되는데, 이 과정서 수백억원의 비용이 지출된다.

이 같은 이유로 부광약품은 안전성이 확보된 물질의 경우 POC(대상 약물의 개념확립) 테스트를 우선적으로 진행하며, 가장 많은 실패를 겪는 임상 2상을 두 번으로 나눠 약물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또, 릴리나 화이자와 같은 빅파마처럼 외부 전문가를 적극 활용해 인건비도 상당 부분 절약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우리 회사의 연구개발직은 34명뿐이다. 만일 100명이라면 한해 급여만 100억원이 넘게 들어간다. 연구 기자재·공간 등의 비용으로 결국 200억원이 고정으로 쓰이게 된다. 그런데 회사 연구개발 비용은 매출의 20%(200~300억원) 수준이다. 월급 주면 끝이어서 임상이 불가능하다"며 "최신 기술을 가진 외부 전문가를 쓰는 게 비용·기술면에서 훨씬 효율적"라고 했다.

'프로젝트 포커스 컴퍼니' 전략도 있다. 프로젝트당 회사를 하나씩 세우게 되면 해당 프로젝트가 커가면서 회사도 함께 성장하게 된다. 부광약품은 "사람을 뽑아서 급여를 주는 건 한계가 있고, 창업도 리스크가 있다. 그런데 '프로젝트 포커스 컴퍼니'가 되면 원개발자와 투자자가 다같이 벌 수 있다. 우리 회사 소속이어도 본인 지분을 기반으로 기업을 일군 것처럼 향후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광약품은 "우리 방식은 이 외에도 굉장히 다양하다. 파이프라인도 여러 부스로 분산해서 하지만, 전략도 다양하게 한다"며 "신약은 리스크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신약은 그간 실패한 모든 것을 합친 것보다 더 벌어야 번 것이다. 가령 계속 실패해 1조원을 지출했는데 신약이 성공해서 1조를 벌게 되면 결국 남는 게 없다. 비용이 효율적이지 않으면, 신약이 나와도 사실 실패여서 비용을 굉장히 까다롭게 보는 편"이라고 했다.

"던디에서 하는데 너네도 해봐라"

부광약품은 글로벌 신약 성공을 경험한 북미·유럽 제약사들과 다양한 형태로 손을 잡고 있다. "덴마크 바이오벤처 콘트라파마(CNS)를 인수할 당시 노보노디스크에서 만든 벤처캐피탈에서 투자를 받아 진행했는데, 유럽에는 노보노디스크로부터 투자를 받는 기업간 대규모 포럼이 있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포럼에 참석해서 투자하거나 파이프라인을 가져올 수 있었다"며 "결국 알음알음 가는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빅파마의 경우 핫한 기술이 나오면 콜라보를 하거나 회사를 통째 사버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지 않는다. 그런데 국내 제약사는 2·3상을 거쳐 끝을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부광약품은 "(개발 중인 물질) 가격이 적절하다면 우리는 판다. 리보세닙도 마찬가지였다. 끝까지 가겠다는 집착이 있진 않다. 그래야 성공한다. 하나에 목매지 않고 계속 순환시켜야 진짜 성공하는 약이 나온다. 하나에 집중하는 회사는 천운이 따라야 하는데, 기업경영은 천운에 의지해 할 수 없다"고 했다. 

C형간염 치료제로 유명한 길리어드는 미국의 바이오벤처로 시작했다. 과거 부광약품과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로슈에 팔았고, B형간염 치료제를 GSK에 팔았다. 그렇게 덩치가 커져서 현재는 10대 글로벌 제약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부광약품은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들이 크게 성공한 사례를 계속 봐왔다. 길리어드가 인수한 파마셋은 C형간염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10조원에 팔렸다. 이런 식으로 커지는 시스템이 신약 개발이라는 것을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많이 배웠다. 심지어는 개발 중인 물질을 작은 회사에 파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가 진행이 잘 되면 그 회사를 인수한다. 이런 식으로 리스크를 분산하며 여러 곳에서 진행해야만 성공한다. 우리도 그런 식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올해 7월 체결한 영국 던디대학과 파트너십 계약에 대해서도 "자회사 콘테라파마를 계기로 알게 된 인맥을 통해 '던디에서 하는데 너네도 해볼래?' 식으로 이뤄졌다"며 "글로벌 네트워킹은 굉장히 중요하다. 다들 아는 사람끼리 하고 있다. 맨날 성공하는 회사에서만 성공하는 약이 나온다. 사고 파는 것도 그 안에서 돈다"고 했다.

"사회에 필요한 약을 공급하는 게 제약사 의무"

최근 부광약품은 파킨슨병 환자의 이상운동증(LID)과 아침 무동증(Morning Akinesia)에 더해 파킨슨병 신약 개발까지 '파킨슨병' 완전 정복에 도전하고 있다.

앞서 부광약품은 레보도파(Levodopa) 약물 부작용인 이상운동증을 치료하는 'JM-010'과 파킨슨병 환자의 아침 무동증을 치료하는 'JM-012'를 개발한 콘테라파마를 2014년 11월 자회사로 인수해 LID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에 본격 돌입했다. 올해 7월 3일에는 영국 던디대학의 신약개발유닛과 파킨슨병 신약 개발을 위한 수십억원 규모의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부광약품은 "파킨슨병은 신경장애에서 알츠하이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지만 적절한 치료제가 없어서 약이 개발될 경우 글로벌파마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시장은 충분하다. 또, 제약사의 핵심가치는 사회에 진짜 필요한 약을 공급하는 것이다. 치료제가 없어 고통받는 환자들이 해방되도록 하는 게 제약사의 의무"라며 "우리가 가진 전략과 핵심가치·비전에 모두 알맞는 분야가 바로 파킨슨병"이라고 했다.

던디대학과 함께 개발하는 파킨슨병 신약은 'USP8 효소'를 차단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파킨슨병이 발병되는 주요 생물학적 기전은 신경세포를 죽일 수 있는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는 것이다. 옥스포드 대학 연구에 따르면, 알파시누클레인의 자연분해를 USP8 효소가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던디대학 신약개발유닛은 옥스포드 대학의 조지 토파리스 박사와의 공동연구에서 USP8 효소를 차단해 뇌의 알파시누클레인 수치를 감소시키는 신약후보 물질군을 확인했다. 부광약품은 "던디대학이 가진 이 기술은 현재로써는 가장 앞선 기술"이라며 "여러 회사들이 도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파킨슨병에서 우리는 선두주자다. 선두그룹에 있다는 건 그 안에서 신약 나올 확률이 높다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부광약품은?

부광약품은 1960년 10월 창립돼 1988년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자본금은 약 318억원이며 연구개발직 34명, 영업직 277명, 생산직 161명, 관리직·기타 165명 등 총 637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레보비르·레가론 등의 간질환 치료제, 덱시드·치옥타시드 등 당뇨병 합병증 치료제, 로나센·익셀·오르필 등 신경정신과 질병 치료제, 아젭틴·액시마 등 호흡기 분야 치료제 등 100여종의 의약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국내외 파트너십 현황을 보면, 미국 멜리어·LSKB와 항당뇨 물질 및 표적 항암제를 공동 개발 중이며 2014년 11월 인수한 덴마크 콘테라파마로부터 파킨슨병 이상운동증 후보물질에 대한 라이센스를 취득하기도 했다. 또,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를 전문적으로 연구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기업 안트로젠을 관계사로 보유하고 있다. 이 외 2012년 바이오 벤처기업 아이진, 2015년 미국 희귀의약품 전문 개발사 에이서 테라퓨틱스에도 출자했다. 국제적 벤처 캐피탈리스트인 TVM 라이프 사이언스 캐피탈과 전략적 제휴 협약을 맺고, 메디베이트 파트너스를 통해 미국 CRO 기관에도 투자하는 등 국내외 유망 기업에 전략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임상단계에 있는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인 아슬란 파마슈티컬과 조인트벤처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주요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은 신규 기전의 제2형 당뇨병 치료제 'MLR-1023'(미국·한국 후기 2상 완료), 레보도파로 인한 파킨슨병 이상운동증 치료제 'JM-010'(글로벌 2상 진행 중), 파킨슨병 환자의 아침 무동증 치료제 'JM-012'(전임상 진행 중), 전립선암 치료제 'SOL-804'(임상 2상 준비 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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