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본 "업체들 번갈아 출하, 큰 문제 없어"
사노피, 상황 고려해 추가 공급

올해 유독 기승을 부린 A형 간염으로 감염환자 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예방백신 접종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일부 품목들이 '품절' 현상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기준 A형 간염 환자는 1만3362명으로 지난해 환자 수(2437명)보다 6배나 늘었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20~40대 연령층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무료접종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만큼 백신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GSK가 제조하고 광동제약이 공급 · 판매 중인 하브릭스1440(성인용 A형 간염 예방백신)

A형 간염 예방백신은 GSK의 '하브릭스', 사노피의 '아박심', MSD의 '박타' 등 세 종류가 있다. 이중 하브릭스1440(성인용 백신)이 올 12월 중순까지 공급이 중단될 전망이다.

GSK의 하브릭스를 공급하고 있는 광동제약 측은 지난 27일 취급 도매상에게 공문을 통해 "국내 A형 간염 유행 확산에 따른 수요 증가로 일시적으로 공급이 불가한 상태"라고 밝혔다. 공급재개 시기는 12월 중으로 예상되지만 국가 출하승인 진행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고 예고했다.

광동제약은 지난 27일 하브릭스1440 취급 도매상에게 '하브릭스 1440 일시적 품절에 대한 안내'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히트뉴스와 통화에서 "GSK가 하브릭스1440(성인용 백신)을 이달 5만 도즈 정도 국가 출하 승인을 받고 공급했지만, 워낙 수요가 많아 재고가 소진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도매상에 일부 재고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광동제약 측이 밝힌 공문대로 하브릭스는 12월 중순까지 품절 상황일 것"이라고 했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에 따르면, A형 간염 소아용 백신의 경우 NIP(국가필수예방접종)로 지정돼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성인용의 경우 국가공정 집계만 이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하브릭스1440은 2016년 75만 도즈, 2017년 131만 도즈, 2018년 37만 도즈가 출하됐다. 3년간 평균 연간 75만 도즈가 공급된 것이다. 회사 측은 올 12월 중 10만 도즈를 내겠다는 계획을 제출하기도 했다. 

질본 관리자는 "매달 공급계획 자료를 받고 있다. 소아용 백신은 연간 사용물량이 86만 도즈 정도 되는데, 하브릭스 소아용 백신은 40만 도즈가 있더라"며 "성인용 백신의 경우 사노피가 내주 안에 5만 도즈를 낼 예정이고, 10월에 MSD가 14만 도즈를 출하할 예정이다. 사노피와 MSD는 올해 더 공급량을 늘린 상황이다. 순차적으로 공급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질병관리본부 측 입장을 종합하면 A형 간염 환자가 갑자기 증가해 일부 품목의 품절이 빚어졌지만 국가 출하 계획 하에 모니터링 중이므로 큰 문제는 없다. 

감염병총괄과 관계자도 "환자 수가 급증하니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예방접종을 많이 받은 것"이라고 했다.

현재 백신 세 종류 중 박타는 올 10월까지, 하브릭스는 올 12월까지 공급 계획이 없다. 즉, 사노피 '아박심'만 당분간 추가 공급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사노피 관계자는 "일반 성인의 병·의원 접종 기준으로 했을 때 국내 연평균 A형 간염 성인 백신 시장은 약 30만 도즈"라며 "올해 사노피는 약 20만 도즈의 공급을 준비했고 현재 상황을 고려해 5~10만 도즈의 추가 공급 가능성을 타진 중"이라고 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A형 간염 대유행이 발생한 시점에 향후 얼마나 접종량이 늘어날지는 알 수 없어서 정확한 수요 파악은 어렵다"며 "아박심은 평년 수준의 시장을 유지하는 데에는 충분한 공급량이며 올해는 더 많은 수량을 공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병원 현장에서는 A형 간염 수급이 "들쑥날쑥하고, 품절이 잦아 이제는 놀랄 일도 아니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즉각적으로 품절이 체감되지는 않지만, 대비가 필요하다는 태도였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약제부 담당자는 "하브릭스를 쓰고 있었다. 아직 품절되지는 않았지만, 워낙 품절이 잦아 놀랍지도 않다. 그래서 한 제약사 품목만 계약하지 않는다. 떨어지면 대체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세 곳 중 어느 한 곳이라도 공급이 되면 유지는 되긴 한다. 다만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담당자는 "로컬(지역 병·의원)의 허브 단위까지 공급되기에는 부족할 것이다. 오늘 기사를 보니 환자가 1만 명을 넘었고, 복지부에서 무료 접종을 하겠다고 밝힌 것은 수급 확대 방침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특히 백신은 국가 예방접종인데 해외 의존도가 높은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내년 국가예방접종사업에 20~40대 A형 간염 고위험군을 추가한다고 29일 밝혔다. 대상자는 20~40대 만성질환자 중 A형 간염 항체가 없는 7만8000여명이며 2회에 걸쳐 실시된다.
복지부는 29일 예산안 편성을 통해 내년 국가예방접종사업에 20~40대 A형 간염 고위험군을 추가한다고 29일 밝혔다.
대상자는 20~40대 만성질환자 중 A형 간염 항체가 없는 7만8000여명이며 2회에 걸쳐 실시된다.

하브릭스를 입고했었다는 경기의 한 대학병원 약제부장도 "재고가 곧 소진될 것 같다. 다른 품목도 못 구할 것 같은데, 수요가 몰리지 않겠냐"며 "우리도 아박심으로 바꿔야겠다"고 했다.

서울의 다른 병원 약제부 담당자는 "우리는 박타를 쓰고 있다. 품절인 것은 알고 있지만 공급상 문제는 없었다"며 "하브릭스 때문에 박타 수요량이 는다면, 우리 병원은 다른 품목으로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고려하며 물량 수급에 신경 쓰려고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형 간염 백신이 품절이 잦아, 어려움이 있었고 각 병원도 수급 조절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GSK 관계자는 "광동제약과 공급 · 수요에 대해서는 늘 협의해왔다. 기존 공급량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지난해부터 A형 간염 발병환자가 늘어 어쩔 수 없이 당분간 품절 상황을 빚게 됐다"고 했다. 

광동제약은 '하브릭스' 판매가 호조세를 보여 백신류 매출 실적을 크게 올릴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광동제약의 백신류 매출은 지난해 437억 원, 올해 상반기 29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편, A형 간염은 사람이나 오염된 물, 음식을 통해 전파되는 전염성 질환으로 현재까지 특별한 치료제가 없다. 6세 미만 소아는 감기와 같은 가벼운 증상을 보이지만 성인은 급성 간염이 유발되고 만성 간 질환이 있다면 증상이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