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탄 한미약품 고형제 공장은 왜 스마트라 불리나

한미약품 팔탄공장은 의약품 제조공정이 수직으로 설계돼 있다. 7층부터 1층까지 약 40미터를 내려오면 원료가 완제품으로 포장된다.(사진제공=한미약품)
한미약품 팔탄공장은 의약품 제조공정이 수직으로 설계돼 있다. 7층부터 1층까지 약 40미터를 내려오면 원료가 완제품으로 포장된다.(사진제공=한미약품)

# 신상정보 파악과 칭량

우리는 지금 한미약품 팔탄 스마트공장 7층, 40미터 상공에 있습니다. 고혈압치료제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스타였던 나, CCB 가문의 암로디핀과 친구, ARB 가문의 로사르탄은 방금 몸무게를 재고(칭량) 반제품 용기(IBC) 안에서 잠시 휴식(보관)을 취하고 있습니다.

서울 본사에서 우리 둘을 복합제로 10만 정 더 만들라는 지침이 결정됐나 봅니다. 잠시 전 공장 작업자 한 분이 모바일 폰으로 우리(원료) 신상(정보)을 점검해 입고 처리하더니, 무인궤도 차량(RGV)과 컨베어에 태워 불러 놓고 몸무게를 재고 반제품 용기에 담아 자동창고로 보내 놓았습니다.

# 과립 만들기

두근두근. 40m 번지 점프를 생각하니 두렵지만, 나와 친구는 합체할 것을 상상하면 설레기도 합니다. 작업장에서 PC로 반제품 용기(IBC)에 담긴 우리를 부릅니다. 우린 각자 출고대로 자동으로 옮겨 가고, 무인운반기(AGF, Auto Guided Forklift)가 나타나 번쩍 들더니 다음 과립 공정 공급 스테이션에 도킹시킵니다. 촉촉(습식)한 나와 포실포실(건식)한 친구는 아쉽지만 잠시 헤어져야 합니다. 가는 길이 다르니까요. 안녕, 이따 만나.

이제 우리는 습식과 건식 과립 설비에서 특성에 맞게 동글동글하게 만들어질 겁니다. 그래야 타정할 때 정확하게 분포되기 때문입니다.한  작업자 분이 우리를 과립으로 만들어 줄 설비에 저장된 가동의 조건(설비 장치의 뇌 역할 담당)을 선택하면 얼마간 이리저리 뒹굴다 과립으로 다시 태어나겠죠. 고진감래, 참아야 합니다.

이 장면, 잘 연상되지 않는다고요? 쌀밥, 잡곡밥, 죽같은 것을 만드는 밥통은 아시겠죠? 쌀밥 버튼을 누르면, 혼자  척척 지어주는 밥통 말에요. 무쇠 솥 같았다면 어림없겠죠. 쌀 양에 맞춰 손등으로 물을 재고, 불 세기를 조정하고, 시간을 적절히 해야 합니다. 과립 만드는 과정은 밥통보다 훨씬 복잡하지만, 기본 원리는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빅테이터를 통해 최적화된 정보가 과립 설비에 이미 다 내장돼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작업자가 일일이 가동조건을 직접 설정할 때보다 인위적 오류 확률이 아주 낮아 진답니다.

공정이 완료되면(과립이 만들어지면), 과립기기 청소도 해야 합니다. 청소를 않고 다른 제품을 여기서 또 만들게 되면, 교차 오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예전엔 작업자가 손으로 도구를 가지고 직접 청소했다네요. 근데 이 스마트 공장에선 공정이 끝나면 CIP(Clean-in-Place) 유닛이 자동 세척을 합니다. 혼자서도 꾀 부리지 않고 참 잘합니다. 한 밤 중 물마시러 주방에 갔을 때 정수기가  '쓰윽 쓱' 소리 내며 내부 청소 하는 소리 들어보셨죠?

# 정제 만들기

둘은 지금 껏 오래 떨어져 있었어요. 우리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연구실도, 제약회사도 다른데다, 각자 슈퍼스타여서 자존심도 강한데, 한미약품 연구자들이 둘이 합체를 하면 고혈압 환자들에게 더 효과가 좋고, 약제비도 절감된다며 꼭 붙어 있으랍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고, 우리는 곧 다른 출구로 빠져 내려가 '타정 설비'에서 검은머리 파뿌리될때까지의 인연을 맺을 겁니다. 다, 운명이겠죠.

둘을 하나로 만들어 줄 타정설비는 또 얼마나 똑똑하게요? 예를들어 1만정당 10정을 중간 공정검사하라고 데이터를 입력하면 합체가 된 친구 10명(10정)은 중간으로 불려나가 공정검사용 시험장비로 끌려갑니다. 만약 검사를 받은 친구들에게서 어떤 결과가 나오면 타정설비 가동시스템으로로 보내져 자동으로 공정이 조정됩니다. 시험 타정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빅테이터 처리해 가능한 거죠. 우리는 일란성 쌍둥이랍니다.

사람과 사물(최신 설비)을 연결하고 감시하는 한미약품 팔탄 스마트 플랜트 종합통제실(큰 사진). 작은 사진은 기존 공장과 스마트 공장이 어떻게 다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사진제공=한미약품)
사람과 사물(최신 설비)을 연결하고 감시하는 한미약품 팔탄 스마트 플랜트 종합통제실(큰 사진). 작은 사진은 기존 공장과 스마트 공장이 어떻게 다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사진제공=한미약품)

# 코팅하기

제제 안정성을 위한 것이지만 이왕이면 광도 좀 내면 좋겠죠? 예전처럼 작업자 분이 코팅 설비의 가동 조건을 수동으로 설정하지 않고, 코팅 설비에 저장된 가동 조건(설비의 뇌의 역할 담당)을 선택해 가동하면 인위적 오류를 방지하면서도 반짝반짝 빛나게 코팅을 해 줍니다.

# 선별과 인쇄

설비 별로 연결된 자동 분배기에 4개의 양품 보관용 반제품용기(IBC)를 연결한 다음, IBC당 적재할 수량을 입력하면 자동 분배기서 배출되는 양품 수량을 헤아려 4개의 BC에 우리들은 고루 분배됩니다. 자동 선별기에 반제품 공급과 분배가 알아서 이뤄져 무인 가동이 가능하고 선별이나 인쇄도 같은 시스템으로 이뤄집니다.

# 포장

RFID 칩이 부착된 병이나 PTP 카톤 포장이 완료되면 자동으로 발송 박스 포장과 묶음(Aggregation)이 돼 컨베어를 타고 팔렛(Pallet) 적재실로 갑니다. 로봇에 의해 해당 팔렛에 정해진 적재방법으로 자동적재 및 자동 래핑(Wrapping)되고 나면 자동화 창고에 입고됩니다. 우리들은 이제, 반갑게 이름을 불러줄 약국의 주문을 기다립니다.

# IBC 세척

우리들을 담아 날랐던 여러 개의 IBC를 세척실에서 호출하면 세척기와 연결된 컨베어를 타고 목욕하러 옵니다. 세척기 앞에 설치된 바코드 리더기를 통해 IBC 바코드를 스캔해 적합한 세척 레시피(Recipe)를 가동시켜 세척하죠. 세척이 끝나면 자동 건조기로 옮겨져 건조된 뒤 자동 창고에 입고돼 다른 미션을 기다립니다.

# 데이터 관리

제조 공정 중 설비에서 생성되는 모든 데이터는 별도 서버(Server)에 저장되고, 그 가운데 중요한 데이터는 전자 제조기록서에 자동 반영됩니다. 축적된 빅 데이터를 이용해 이전 공정의 반제품 특성을 파악, 다음 공정에서 사용될 최적의 조건을 다시 세팅해 불량률을 최소화 합니다. 통계 프로그램과 연결, 실시간 품질 평가를 진행할 수도 있죠. 스마트 플랜트 이젠 감히 잡히나요?

한미약품 역동적인 힘 보여주는 팔탄공단 플랜트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 연구개발(R&D) 분야 선두 주자, 한미약품의 역동적인 힘은 팔탄공단 플랜트에서도 나온다.

축구장 4개 반 면적 위에 건축된 '40m 수직 공장'의 웅장함에  압도되고, 정보통신기술(ICT)과 사물인터넷(IOT)이 구축하는 질서 속에 사람과 지능화된 설비(최적화된 프로그램 장착)와 기계 장치들이 협업하는 스마트 환경으로 일탈, 원료부족 등을 중앙통제장치(ERP)가 개입함으로써 생산 최적화를 이루는 시스템에 두번 놀란다. ERP는 사람과 설비가 의약품 제조공정 프로세스 안에서 서로 협력하도록 오케스트라 지휘자 역할을 한다.

물론 의약품을 얼마나 생산할 것인지 같은 경영적 판단은 회사 수뇌부 의사결정으로 이뤄지지만, 이의 결정에 따른 의약품 생산 과정은 ERP를 포함한 13개 컴퓨터시스템을 통해 지휘한다. 어떤 오류가 발생하면 해당 컴퓨터시스템은 작업자 모바일에 어디에 문제가 있다고 신호를 주고, 사람이 개입해 문제를 해결한다. 문제 해결 프로그램이 입력된 사안의 경우, 뇌를 갖춘 기계 설비가 스스로 오류를 복원한다. 사람은 가만히 있고, 인공지능 컴퓨터(AI)가 생산 설비를 데리고 자동으로 의약품을 생산하는 체제는 아니다.

1500여억원을 투입, 연간 60억정 생산이 가능한 국내 최대 고형제 전문 스마트 플랜트는 글로벌을 겨냥한 한미약품의 대표 브랜드 아모잘탄, 로벨리토, 로수젯 같은 복합신약을 비롯해 고형제 생산의 산실이다. 특히 '제제연구센터와 생산'이 한 단위로 묶여 있어 새로운 제제기술을 생산으로 적용하는 속도가 빠르다. 한미약품이 개량신약을 남들보다 앞서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습니다. 캄실산 암로디핀제제 아모디핀이 그렇고, 씹어먹는 발기부전치료제 팔팔 추정이 그렇다.

'새로 고안한 제제기술'의 빠른 생산 적용 능력 덕분에 팔탄공장은 위수탁 개발 생산(CDMO, Contract Develope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까지 사업영역 확대가 가능하다. 주문 받은대로 생산하는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와 달리 발주기업이 요구하는 의약품의 기획부터 연구개발과 상용화,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글로벌 기업의 수탁을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문기 공장장(부사장)은 "3년이상 콘셉트를 잡은 여기 스마트 플랜트는 의약품 생산 패러다임을 바꾸고 4차 산업혁명을 제약산업이 주도하도록 확신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제(이층정, 필름코팅정, 나정), 경질캡슐 뿐 아니라 2가지 이상 성분이 분리 충전된 폴리캡슐 같은 첨단 의약품 생산이 가능하며 파일롯 규모부터 대량생산까지 폭넓은 제조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한편 종전 수평 공정의 다른 공장과 달리 팔탄 공장은 수직으로 공정이 진행된다. 7층부터 1층까지 높이는 39.5미터. ▶7층(7.2m) : 칭량 상층 ▶6층(4.2m) : 칭량 하층 ▶5층(7.4m) : 과립실, 혼합실, 세척실 ▶4층(5.5m) : 캡슐충진, 타정, 이물검사, 인쇄공급실 ▶3층(5.2m) : 캡슐충진, 타정, 이물검사, 인쇄실 ▶2층(4.7m) : 검체채취실, 블리스터, 병포장 공급실 ▶1층(4.7m) : 원료입고, 1차, 2차 포장실, 완제품 입고실.

현재 이 공장에는 576명이 근무하는데, 제제연구센터에 59명, 품질부문에 147명, 생산부문에 252명, 공장관리 부문에 118명이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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