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우회, 절절한 공문 건보공단에 보내...혈액암협회도 동참

한국얀센의 다발골수종치료제 다잘렉스주(다라투무맙) 약가협상이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돌연 환우회와 혈액암 관련 협회가 건강보험공단에 '절절한' 공문을 보냈다.

약가협상에 문제가 있는걸까.

히트뉴스는 소식을 접하고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와 한국혈액암협회에 연락했다. 환우회 공문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개돼 내용을 볼 수 있었다.

다잘렉스주는 다른 치료대안이 없는 삼중불응성(포말리도마이드요법 등) 다발골수종 환자에게 효과를 입증한 현재까지는 유일한 약제(4차치료제)다. 2017년 11월2일 국내 시판허가를 받아 급여 등재 마지막 관문인 약가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허가부터 등재까지 2~3년이나 걸리는 신약들과 비교하면 비교적 절차가 빨리 진행된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까지 오는데 난관은 적지 않았다. 암질환심의위원회를 3번 도전해 힘겹게 넘어선 뒤 지난해 12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했다.

사실 치료대안이 없는 환자에게 유일한 치료제여서 응급상황사용승인제도를 통해 허가전부터 국내에 도입된 점을 감안하면 1년3개월도 빠른 건 아니다.

환우회와 혈액암협회가 이번에 건보공단에 공문을 보낸 건 이런 '스토리'를 잘 알기 때문이다. 백민환 환우회 대표는 "약가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겠지만 혹시나 하는 걱정에서 의견을 보냈다"고 했다.

백 대표의 말은 담담했지만 공문은 '절절한' 편지와 같았다.

환우회는 공문에서 "온라인 상담전화에서 '이제 더 이상 쓸 약이 없어요. 신약을 쓰고 싶은데 급여가 되지 않아 엄청난 돈을 마련할 수 없어요. 우리 엄마는 죽어야 하나요?' 등 환자들의 울부짖는 전화가 울려오면 상담전화 받는 게 마치 큰 죄를 지은 것만 같아 벨소리에도 가슴이 찢어진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포말리스트 보험급여를 해준 건보공단의 노고를 잊지 않고 있다. 생사기로에 있던 많은 환우들이 살 수 있었고, 가족들과 함께 행복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서 "건보공단에 다시한번 간곡히 부탁한다. 혈액암 특성상 재발과 불응이 되풀이 되는 다발골수종 환우들에게 신약인 다잘렉스로 꺼져가는 생명를 지킬 수 있도록 희망을 달라. 용기를 달라"고 했다.

환우회는 또 "다잘렉스 협상이 진행되는 순간에도 생사에 놓여있는 환우들이 있다. 약가협상 매 순간마다 고통 속에 괴로워하는 환우들을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백 대표는 "최근들어 포말리스트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면서 다잘렉스가 언제 등재되는 지 문의하는 전화가 환우회에 많이 오고 있다. 약가협상까지 힘겹게 진행돼온 스토리도 있고, 협상이 문제없이 잘 타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공문을 보내게 됐다"고 했다.

혈액암협회도 같은 마음이었다. 이 단체는 한국얀센의 무상지원프로그램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허가사항에 맞게 포말리스트에 실패한 환자 등 약 150명이 현재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최근 환우들이 주치의로부터 다잘렉스가 곧 등재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건보공단에 이런 환우들의 마음을 전하고 협상을 잘 진행해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의견을 보냈다"고 했다.

다잘렉스주 협상시한은 이달 중순경 마무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며칠 남지 않은 셈이다.

한국얀센 관계자는 히트뉴스와 통화에서 "협상진행 상황은 비밀사안이어서 이야기하기 곤란하다. 다잘렉스주가 신속히 등재돼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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