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대웅제약, 윈윈위해 핸들 꺾는 지혜를"
"메디톡스-대웅제약, 윈윈위해 핸들 꺾는 지혜를"
  • 류충열 유통전문기자
  • 승인 2019.02.11 06: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치킨게임, 난타전으로 흘러선 안돼

대웅제약은 2월1일(현지시간)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가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 식품의약국)로부터 '나보타'(미국명 Jeuveau 주보)의 최종 품목허가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에볼루스 사장은 "미국 미용성형 뉴로톡신 시장에서 약 10년 만에 처음으로 신제품을 선보이는 회사가 됐다"며 기쁨과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 소식에, 시장 가치가 주가로 가장 민감하게 평가되는 증권시장이 먼저 반응했다. 미국에서 에볼루스의 주가가 FDA 승인 후 나흘 동안 47%나 급등했다 한다. 대웅제약의 주가도 설 연휴 끝내고 지난 7일 개장 첫날 5.7%가 올랐다. 그러나 8일에는 0.98% 밖에 상승하지 못했다. 이러한 대웅제약의 주가 상승력은 에볼루스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 혹시 이게 어떤 의미를 시사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나보타'의 FDA 품목허가 승인일 전전날(1월30일 현지시간), 메디톡스는 미국 파트너사인 앨러간과 공동으로 '메디톡스의 전 직원이 보툴리눔 균주와 보툴리눔 톡신 제제(보톡스)의 전체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절취해 대웅제약에 제공했다'는 내용으로 미국 ITC(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국제무역위원회)에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제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미국 진출을 막기 위해 그동안 근거 없이 계속 제기해온 메디톡스의 전형적인 시장진입 방해 전략의 일환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일축했었다. 통상 행해지는 경쟁사의 발목잡기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난타전이다. 이를 보면, 좋은 일에 '치킨게임(game of chicken)'을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들이 지금까지 벌여오고 있는 마케팅 전쟁은, 제품개발에서부터 국내외 시장 런칭(launching)까지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마케팅 잔혹사(殘酷史)의 한 단면을 가감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유익한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 자료로 남을 만하다.

이들 두 제약사 간의 공식적인 마찰은 2015년 4월 'Dubai Derma 2015' 학회 일정 중,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나보타 세션(session)'에 참석해 '나보타의 균주 기원에 대해 말해 달라'는 질의를 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에 대해 부당한 방법으로 몰래 균주를 가져갔다고 의심하는 근거는 '나보타'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자사의 것과 동일하다는 점이다.

메디톡스가 '미국 NCBI(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의 진뱅크(Gene-Bank)에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균주의 염기서열을 확인한 결과, 1만2912개 모두가 자사 균주의 것과 100% 일치했다고 2016년10월초 주장하면서, 두 제약사 간의 '나보타'를 놓고 벌이는 육박전에 본격적인 불이 붙었다.

이러한 메디톡스의 공격에 대해, 대웅제약은 '2006년 용인시 소재 한 마굿간 토양에서 보툴리눔 톡신을 생산하는 균주를 검출했다. 이미 소정의 절차를 모두 거치고 관련된 자료 제출과 실사도 완료해 정부로부터 제품 허가를 받았다'고 대응하면서, 메디톡스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했다.

2016년11월4일, 대웅제약도 진뱅크(Gene-Bank)에 확인한 결과를 발표했다. '메디톡스와 염기서열이 100% 일치하는 균주가 5개 더 있다'는 것이다. '균주의 출처가 달라도 독소에 관여하는 독소단백질의 염기서열이 일치하는 건 생각보다 흔한 일이다'. '특히 Hall A(보툴리눔 type A1)와 같은 특정 카테고리 안에서의 균주들은 염기서열의 일치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메디톡스는 2016년11월7일 반격했다. '염기서열 중 출처가 서로 다르면서도 메디톡스 균주와 톡신 유전자군 염기서열이 동일한 것은 대웅제약 균주와 ATCC19397 및 멀츠 균주 3개뿐이다'며 '보툴리눔 균주는 지리적 편향성이 있어서 특정 지역에서는 특정한 형태의 보툴리눔 형(type)만 주로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메디톡스는 '자사의 균주(Hall A)와 ATCC19397 및 멀츠 균주(ATCC3502) 모두는 지리적으로 미국 서부 지역에서, 시간적으로는 1930년대를 전후로 분리․동정(同定)된 균주이기 때문에 유전학상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이 매우 유사하다'며 '특히 톡신 유전자군 염기서열 약 1만 3천여 개는 100% 똑같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웅제약이, 1930년대를 기준으로 80여년이 지났고 지리적으로도 미국과 다른 대륙에 있는 우리 한국에서 톡신 유전자군 염기서열이 동일한 균주를 자체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박테리아에 속하는 보툴리눔 균주는 고등생물에 비해 유전체 복제 과정에서 쉽게 변이가 일어남으로, 시간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아주 멀리 괴리된 시점과 장소에서 똑같은 염기서열의 균주가 발견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일침을 놨다.

'그러기 때문에, 용인시에 위치한 마구간에서 최근 자체적으로 Hall A형 균주를 분리, 동정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을 과학적 상식으로 도저히 믿기 어렵다'며 '이로 인해 대웅제약이 자체적으로 균주를 채집한 것이 아니라 메디톡스의 균주를 가져간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라고 메디톡스는 지적했다.

그러나 대웅제약은 그날 곧장 재반박했다. '한국에서도 같은 균주가 나올 수 있다'는 견해를 재확인 했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는 대부분 미국에서 등록하는 편이기 때문에 지역 편향성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보툴리눔 톡신 A형을 보면 미국과 캐나다, 이탈리아, 스위스, 중국, 대만, 케냐 및 뉴질랜드 등에서 발견됐다는 보고 사례가 있다. 이는 1992년까지의 문헌보고이니 실제 보고되지 않은 사례까지 합치면 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웅제약은 '메디톡신의 균주 밀반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맞불을 놨다. 윤리적 차원에서 메디톡스 제품의 균주 입수경위에 대한 적법성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40년 전 1979년 양규환 박사가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당시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밀반입해 온 게 아니냐?'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양규환 박사가 균주를 짐 가방에 싸왔다고 하는데 어떻게 밀반입된 균주로 의약품 허가가 난 것인지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검증 및 재심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그 이전인 1974년 생물무기의 출입을 막는 생물무기금지협약에 대해 국회 비준을 얻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또한, '허가없이 생물무기에 해당하는 균주를 밀반입했다면 그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품목 허가취소 사유에 해당되는 것은 아닌지 문제를 제기한다'고 강조했다.

급기야 메티톡스는 2017년6월 초순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현지 법무법인을 통해 대웅제약과 그 미국 파트너사 알페온(에볼루스 지주회사)을 대상으로 보툴리눔 균주를 도용당했다는 내용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메디톡스는 이 소장에서 '자사의 전직 직원 A씨가 친분이 있던 대웅제약의 직원 B씨에게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에 대한 일체(Master Record)를 전달하고, 12만 달러(한화 약 1억3천만 원)를 받은 A씨는 추가로 메디톡스 퇴사 후 미국의 한 대학에 박사후과정(post doctor) 유급직을 보장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와 B씨는 대웅제약 등과 함께 이 소송의 피고인으로 올라있다. 메디톡스는 이 소송의 취지를 '대웅제약 등 피고소인이 훔쳐간 보툴리눔 톡신 균주로 인해 침해된 지적 재산권을 반환받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 미국 민사소송 사건의 판결을 놓고서도 두 제약사의 엇갈린 신경전이 펼쳐졌다.   

2018년4월30일,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 에볼루스 등을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제기한 소송의 유지(Stay) 여부를 결정하는 심리가 4월28일 열렸는데 해당 법원의 명령에 따라 에볼루스 등에 대한 소송 유지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특히 메디톡스는 '미국 법원은 대웅제약 등에 대한 재소(再訴)가 허용된 각하 결정을 내렸다'며 '한국 소송 이후 재소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 법원의 대웅제약 등에 대한 결정은 관할 존부에 관한 형식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며, '에볼루스 등에 대한 소송 유지 결정은 해당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심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이라도 대웅제약은 보유한 보툴리눔 균주의 획득 경위와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을 조속히 공개해 현 사안에 대한 모든 의구심을 해소하길 촉구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즉각 자료를 내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렌지카운티법원이 각하결정을 내렸다'며 반박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각종 소제기(訴提起)를 두고 '자사의 나보타가 FDA 승인을 받을 경우, 메디톡스의 제품은 시장에서 도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메디톡스가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은 2년 가까이 끌고 있는 국내 형사 고소의 건과 맞물려 국내 민사 소송의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메디톡스와 에볼루스의 미국 소송 건에 대해서는 각하되지 않고 캘리포니아 주에 남았지만 이는 형식적인 것으로 메디톡스가 실질적인 소송을 진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부연하면서,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한 미국 소송에 에볼루스를 공동 피고로 넣은 이유는, 캘리포니아 주에 본점을 두고 있는 에볼루스를 공동피고로 넣어 캘리포니아 주에 관할을 만들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전략적으로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적어도 자사가 '나보타' 미국진출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겠다'면서 '이슈를 제기하고 언론 이용 효과를 노린 전략'이라고 비꼬아 비판했다.

이와 같은 진흙탕 싸움이 지금 초반전(初盤戰)일까 중반전일까 아니면 종반전일까? 선택은 싸움을 하는 당사자들 손에 달렸지만 이쯤에서 이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말, 보여주고 싶은 행동(소송 등), 이제까지 다 했지 않은가. 위에서 비교적 장황하게 정리한 내용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들이다. 아직도 '핑퐁'치면서 들어낼 치부가 더 남았을까. 이렇게 하는 것이 마케팅의 통상적인 기법인가. 진실은 밝혀져야 하겠지만, 확실한 물증 없이 의심과 정황 및 추정 등의 입씨름과 방증만 가지고 끝장 날 사건이 아님이 분명하다.

또한 더 큰 문제는 이 전쟁의 영향이 두 당사자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지금 막 우리의 신약개발 결과물들이 세계시장을 누비기 시작하고 있는데 이 싸움은 우리 제약바이오산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빤하다. 오죽하면 이 갈등을 두고 일부지만 여타 제약바이오사들 간에 '세계가 주시하고 있는데 이 무슨 집안 망신이냐'라는 물밑 여론까지 조성되고 있을까.

우리 속담에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다'는 말이 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공히 미국 당해 제휴사들과 거액을 받는 기술수출 약정을 맺은 바 있다. 그러한 기술수출을 할 만큼 힘들게 노력한 보람이 헛되지 않도록, 이제 두 당사자들은 우리 속담을 깊이 새겨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앞으로 왕서방에게만 큰돈을 안겨주는 우직한 곰이 돼서는 절대 안 되겠다.

양사는 지금까지처럼 죽기 살기로 서로 마주 보며 차를 직진시키지 말고, 이젠 협상을 통해, 미국이라는 절대 강자의 시장에서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핸들을 꺾는 지혜로운 방법을 강구했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 2019-07-27 12:35:48
미국 한복판에서 상투 붙잡고 싸우는 조선사람들 모습이네.
시장은 넓다. 그리고 노력하면 먹을 것은 많다. 국익을 위해 싸우지말고 윈-윈 하라.
보아하니 메디톡스 균주도 훔쳐온 거구먼~쩝

황당 2019-05-24 14:04:26
적법성의 시시비비를 가려야되는데 핸들을 꺾으라고 하는게 말이나 되나요?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이 고소를 하겠다는데 하지말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