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진 입법조사관, 정보취약계층 현황·문제점 진단

노인 등 정보취약계층이 의약품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과 약국 등 보건의료관계자들이 협력 관계를 형성해 지역기반 보건의료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김은진(약학박사) 입법조사관(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은 국회입법조사처가 28일 발간한 '의약품 안전사용을 위한 과제: 정보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주제 [이슈와 논점]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김 입법조사관은 "현행 약사법령은 의약품 용기 등의 기재사항을 쉽게 볼 수 있는 부분에 표기하고,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정확히 적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해 제품의 명칭, 품목허가를 받은 자 또는 수입자의 상호 등은 점자표기를 병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김 입법조사관은 "하지만 노인, 장애인, 이주민 등 '건강문해력'이 낮은 이들에게 의약품 안전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미흡한 실정"이라고 했다. 여기서 '건강문해력'은 개인이 의료와 관련된 적절한 의사 결정을 스스로 내리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와 서비스를 얻고 처리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렇다.

만성질환?다약제복용 위험이 있는 노인=2017년도 노인실태조사에서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앓고 있으면서 의사 진단을 받은 만성질병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노인의 89.5%에 달했다. 또 3개월 이상 의사처방약 또는 비처방약을 복용하고 있는 비율은 85.1%로 나타났다.

김 입법조사관은 "이처럼 노인은 다양한 만성질환으로 인해 여러 종류의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는 대표적인 집단이다. 하지만 가족지지가 없는 독거노인(노인인구의 약 23.6%)의 경우 의약품 구분의 어려움이나 복약지도 내용의 이해부족 등으로 복약순응도가 낮은 경향이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질병의 악화를 야기함으로써 국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노인에게는 복약순응도 개선을 위한 올바른 의약품 사용 안내, 오남용의 위험성, 만성질환을 가진 경우 약물 복용 등에 대해 반복적으로 의약품 안전사용 교육을 수행하고, 여러 질환에 대한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는 특성상 개별적으로 의약품 복약 관리를 도와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보 소통이 어려운 시·청각장애인=선행연구를 보면, 시력저하나 시각장애가 있는 경우 의약품 구분, 의약품 용기 식별, 액상 의약품 관리 등에 어려움이 있고, 의약품 종류, 복용량과 복용기간 등 복약지도가 문서 또는 일회적인 구두설명으로 이뤄져 비장애인에 비해 복약 상 어려움을 겪기 쉽다.

또 청각장애가 있는 경우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문진, 복약지도 등 전반적인 과정에서 '필담(筆談)'을 진행하면서 오해발생 위험이 있으며, 간단한 메모 외에는 의약품 등의 상담이 불가능해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입법조사관은 "그러나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복지 사업 중 의약품의 안전 사용을 위한 직접적인 서비스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증 시각장애인은 병원에서 직접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지만 이런 정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청각장애인을 위한 의료수화통역은 한정된 기관에서만 할 수 있으며, 아직 의약학용어에 대한 수화가 정립되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 정확한 의사소통이 어렵다"고 했다.

따라서 "시·청각 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는 교육 담당자에 의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직접적인 의약품 안전사용 교육, 개발된 정보와 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고, 저시력자를 위해서는 의약품 정보 확대 글자 인쇄, 의약품정보 사이트 개발, 시각장애인 전용 투약상자 사용 등의 개선책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청각장애인은 이해하기 쉬운 시각적 자료를 포함한 복약지도서 활용, 복약지시사항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수화통역센터 내 보건의료전문수화통역사 배치 등이 검토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어 소통이 어려운 이주민=결혼 이주민 등은 한국어와 한글에 대한 이해가 낮고, 특히 전문적인 언어가 사용되기 마련인 의약품 정보의 경우 이해의 어려움이 배가된다. 또 모국과 다른 주거나 노동 환경의 변화 등으로 비염, 만성기침과 같은 알레르기 증상, 스트레스, 우울증 등을 갖기 쉽고 낯선 의료서비스 환경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김 입법조사관은 특히 여성의 경우 임신과 관련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측면이 많으며 건강한 출산과 육아를 위해 알아야 할 의약품에 대한 정보 제공이 부족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이주민의 경우 언어를 통한 내용 이해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들이 속해있는 지역사회를 통한 정착 지원 서비스를 통해 기본적인 의약품 정보와 안전사용 교육이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입법조사관은 또 "이주민과 외국인 근로자 등의 이용빈도가 높은 '다문화 가족지원 포털 다누리' 등에 다빈도로 사용되는 의약품이나 관련 용어 등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 다누리 콜센터를 이용한 상담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전문상담원에 대한 교육 자료 배포 등을 통해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입법조사관은 결론적으로 "정보취약계층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위해 지역사회 기반의 보건소, 의료기관, 약국, 주민센터, 비영리민간단체 등 보건?의료 관계자들이 협력 관계를 형성해 지역 기반 보건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는 지역별로 병원 등을 '지역의약품안전센터'로 지정해 지역사회 의료기관들과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의약품으로 인한 이상사례 수집, 보고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정보제공 역시 이와 유사한 형태의 지역사회 기반 접근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취약계층 특성에 대한 이해를 통해 그들이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식약처는 정보취약계층 대상 의약품 안전사용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그동안 '많이 사용되는 일반의약품 사용 정보집', '내 몸속 약 이야기', '노인에 대한 의약품 적정사용 정보집', '청각장애인을 위한 의약품 안전사용 수화동영상' 등을 발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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