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 - 약물조화클리닉 · 서울대 - 처방중재 상담 사례 공유
이선민 약사 "처방복잡도, 해외보다 높아…연구 시급"

[종합] 병원약사대회 심포지엄 '다약제 약물사용 최적화 약사 역할은'

한 노인 여성환자가 고혈압을 진단받아 CCB 계열(칼슘채널차단제) 약제 '암로디핀'을 복용하다 말초부종이 와 이뇨제인 '푸로세미드'를 추가 복용하게 됐다. 그러자 요실금까지 생겼다. 의사는 여성 환자를 배려해 방광치료제 '이미다페나신'를 처방한다. 결국 변비까지 오게 돼 '배변완화제'도 복용하게 됐다. 이 경우 암로디핀 등 CCB 약제로 온 부종은 말초이완제의 투과성 변화와 관련이 있어 이뇨제를 추가 처방하기 보다 혈압약을 바꿔줘야 한다는 게 병원약사의 설명이다. 의사가 이 상황을 알았다면 말초부종 등 다른 질환이 생기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약제 복용으로 오히려 약물 간 상호작용과 약물이상반응은 물론 약제비도 늘어나는 데다 복용 순응도, 치료 효과도 떨어뜨릴 수 있다. 이 때 병원약사가 환자별 약물 처방정보를 확인하고 부적절한 처방을 조정 · 중재한다면 치료 효과와 신뢰감을 높일 수 있다. 처방의 복잡한 정도를 뜻하는 처방복잡도가 약물 치료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므로 이를 줄이기 위한 다학제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23일 열린 2019년도 병원약사대회 및 추계학술대회의 2부 세션 1은 '다약제 사용 환자의 약물사용 최적화를 위한 약사의 역할'을 주제로 열렸다. 

이미리내 서울아산병원 약제팀 약사는 '서울아산병원 약물조화 클리닉 활동'을, 이하연 서울대병원 약제부 약사는 '서울대학교병원 다약제 사용 신장내과 노인 환자의 약물사용평가 및 상담'을, 이선민 인하대병원 약제팀 약사는 '처방복잡도를 활용한 다약제 관리'를 제목으로 각각 발표했다. 히트뉴스는 이들의 주제발표 내용을 간략히 요약했다.

이미리내 서울아산병원 약사 = 많은 수의 약들을 동시에 과하게 복용하는 게 '다약제 복용'이다. 여러 질병이 약을 많이 먹게 하고, 과하게 먹다보니 부작용이 생긴다. 여러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얽힌다. 약물이상반응과 약물 간의 상호작용 그리고 약제비는 증가하는 대신 약물 복용 순응도는 떨어진다. 약이 약을 부르고, 병주고 약주는 셈이다.

이미리내 약사가 설명한 '다약제'의 개념
이미리내 약사가 설명한 '다약제'의 개념
이미리내 서울아산병원 약사

임상적으로는 '트렌지션 케어(Transition of care)'라고 본다. 입·퇴원과 병동 이전·진료과 이전 등의 상황으로 환경이 변한다는 뜻이다. 환자의 의료기관이나 의료진이 변하는 것뿐만 아니라 진료 수준 · 관리 수준 · 환자의 상태 등 치료환경 변화를 의미한다. 이 경우 치료 이행 시기에 한 가지 이상의 약물부조화가 30% 이상 증가하고, 예방 가능하거나 잘못된 정보 전달로 약물관련 이상반응이 60% 증가한다. 다약제 복용을 촉진해 평균 45%에 비해 트렌지션 케어로 90일 이내 74%가 증가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약물조화가 부각됐다. 최근 약물처방이력을 작성한 후 약사는 이력의 정확도를 확인하며 현 처방과 비교해 약물유지여부·조정 등을 중재한다. 이후 약물을 변경했다면 그 이력을 전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하는 과정이 약물조화다. 

약물조화가 왜 중요할까? 병원약사로서 자주 접하게 되는데 환자의 핵심 문제에 집중한 나머지 부수적인 부분을 놓칠 수 있다. 그런데 환자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고 시간이 흐를 때마다 변하며 다른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약물조화를 통해 오랜 시간을 갖고 최적의 약물관리를 환자에게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담당약사는 ▶ 약물처방이력 ▶ 진료전 처방검토 ▶ 진료참여 ▶ 약사제언 작성의 업무를 한다. 사례로서 약물 부적합이나 중복 · 누락된 경우가 많았다. 치료 환경이 변화하거나 약물 검토가 부족했을 수도 있고 환자가 이해 · 전달 능력이 부족하거나 의료진에게 거짓으로 하는 표현, 환자가 상태를 몰라 발생할 수도 있다. 처방자는 환자의 주요 질환 이외 타 질환을 잘못 평가했을 수 있다. 약물이상반응의 위험인자로는 '환자'와 '약물' 관련 사항으로 나눌 수 있다. 약사는 환자의 상태를 이해하고 약물이상반응, 약물 관련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상반응의 원인을 파악하고 관리해야 한다. 원인약물을 중단하고 조절할 때 치료 성공과 실패를 모니터링하며 정확한 치료목적 · 치료기간을 지키게 한다.

약물조화 활동을 하며 생각한 향후 과제로는 약물관련 위험성이 높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업무를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외래를 기반으로 해 환자가 제한적이었다. 또, 병원 밖을 나가는 순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기관이 함께 할 지속적인 시스템이 필요했다. 의료진과 환자에게 병원약사가 중심이 돼 '약물 조화'의 필요성을 알려야 한다. 약물치료에 깊게 관여해야 하니 역량을 키워야 하고 업무의 연속과 정착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하연 서울대병원 약사
이하연 서울대병원 약사

이하연 서울대병원 약사 = 한국이 고령사회로 진입한 만큼, 노인환자의 약물관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장기간 다약제 악물을 사용하니 PK(약동학)/PD(약력학) 특성도 바뀌게 된다. 환자의 삶의 질과 복약순응도는 떨어지게 된다. 지난 달까지 류마티스/신장/내분비내과 진료 대상자 중 총 5종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65세 이상의 노인환자를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해봤다.

진료 전 환자의 약력을 파악하며 현재 사용 약물을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 전체 약물 개수와 노인 고위험 약물 개수 ▶ 투여기간, 약물/약품선택, 용량/용법, 중복 등 처방 정확성과 적절성 ▶ 처방변경 내용, 이전 처방용법, 처방변경사유 진료기록 등 조회 ▶ 지속 필요성 또는 중단가능 여부 ▶ 약물-약물, 약물-질병 상호작용 ▶ 모니터링 지표 확인을 했다.

또한 노인에게 좀 더 주의가 요구되는 위궤양 위험성 파악 · 평가, CNS 약물 개수 파악 · 평가, 항콜린제 파악 · 평가를 한다. 상담을 할 때는 환자가 현재 복용중인 약과 함께 타 병원 처방, OTC를 포함한 외부 약을 확인하고 복약순응도를 검토하며 부작용 발생 여부 · 발생 시 대처방안을 교육하고 약물 복용 원인 증상의 지속 여부를 확인해 처방을 지속해도 될지 그 필요성을 따진다. 

이 활동을 통해 약물사용에 있어 약사의 중재활동을 평가하며 의료진 - 환자 간의 중재도 따져봤다. 다빈도 누락약 복용 교육, 임의 중단 약제의 필요성을 교육하며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높였고 타병원 처방약, OTC, 건강기능식품 등을 확인하며 환자 자가복용약을 일깨웠다. 신기능에 따른 약물 복용 주의교육, 부작용, 복용방법 등 주의사항을 교육하며 증상에 따른 약물중단/변경, 필요약 추가처방, 필요 검사 요청 등 약물요법을 중재했다.

의사, 간호사, 영양사와 달리 약사만의 고유한 역할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노인환자들과 이야기하며 이끌어내는 정보도 많고 이를 평가하며 공부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기르게 됐다. 친근하게 다가가 귀기울이고 환자가 필요한 정보를 이야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선민 인하대병원 약사

이선민 인하대병원 약사 = 다약제 복용환자에게 병원약사가 해줄 수 있는 효과적인 중재 역할은 무엇일까? 또 이것을 어떻게 평가할까? 국내에서는 중재 수용률이나 경제적 성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중재 성과를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 의사가 약을 처방하고 약사가 조제해 환자가 복용하는 모든 과정에서 약사가 중재활동을 한다.

약에 있어 적응증을 확인하고 처방 적정성을 평가하며 처방을 검토해 복용 양의 절대적 개수를 줄여나간다. 환자의 부작용을 확인하고 요구나 기대염려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살핀다. 처방복잡도(Medication Regimen Complexity, 이하 MRC)는 처방약품의 개수와는 일치하지 않는다. 투여경로, 제형, 투여횟수, 투여방법, 투여단위, 보관, 지시사항 등이 고려된다. 

2004년 호주 병원약사회가 개발해 활용 중인 'Medication Regimen Complexity Index (MRCI)'가 대표 사례다. MRCI는 제형(A항목), 1일 복용 횟수(B항목), 지시사항(C항목)의 3가지 항목을 점수화해 그 총점으로 처방의 복잡한 정도를 나타냈다. A항목은 처방전을 통해 제형에 따른 투약 난이도로 복잡한 정도를 점수로 표현하고 B항목은 약품별 복용 횟수의 합이다. C항목은 처방전에 기재된 약품별 지시사항의 종류와 개수로 점수를 매겼다. MRCI는 포르투칼, 미국, 스페인, 터키 등 여러 나라에서 처방복잡도를 줄이기 위해 쓰이고 있다. 

미국의 제2형 당뇨병 관리 프로그램은 약물 중재 활동의 평가로 MRCI를 활용해 중재군은 대조군과 비교해 HbA1c(당화혈색소)가 감소했고 MRCI 값도 늘지 않도록 했다. 호주의 병원에서는 병동약사가 MRCI를 활용해 약사와 의료진을 교육했더니 처방이 복잡해지지 않았고 검토 처방 중 45.7%가 중재됐고 처방 변경 수용도도 26.7%였다.

한국에서도 MRCI 활용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검증한 '한국 처방 복잡도 평가 지수 MRCI-K(Korea Version of MRCI) 타당도 연구 개발'이 SCI급 저널인 'PLOS ONE'에 게재됐다. 지난 2017년 1월부터 3월까지 인하대병원 호흡기내과 병동에서 퇴원환자 331명을 대상으로 했다. 결과를 보면 한국은 약품 수가 6.1개로 스페인 9.8개, 독일 9.9개보다 평균적으로 적다. 그에 비해 처방복잡도는 상당히 높다. 복용횟수가 한국은 1.93점으로 스페인 1.43점, 독일 1.38점보다 높았고 특히 지시사항은 한국이 2.2점으로 스페인 0.65점, 독일 0.35점보다 월등히 높았다. 해외에서는 투약 횟수가 처방의 복잡도를 높이지만 한국은 복용법 관련 지시사항이 처방복잡도를 높이는 주요한 원인이다.

처방복잡도는 임상결과의 상관성 연구를 통해 다양하게 진행됐다. 처방이 복잡할 수록 재입원율이 높아지고, 복약순응도는 저하된다. 약물 부작용, 응급실 방문이 잦아진다. 처방 복잡도가 늘어나면 약물 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복잡도를 낮추기 위한 다학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약사를 중심으로 MRCI-K를 적용해 약물 중재 활동을 평가해야 한다.

이선민 약사의 한국형 처방 복잡도 지수(MRCI-K) 연구 제언
이선민 약사의 한국형 처방 복잡도 지수(MRCI-K) 연구 제언

특히 병원약사로서 환자의 입·퇴원을 지켜볼 수 있다. 처방 복잡도는 의료기간 이동 과정 중에 높아지는데 입퇴원시 약물 검토 과정에 MRCI-K 지표를 대입해볼 수 있다. 입원시 지침약의 MRCI-K 점수가 높은 경우 이 환자군을 선별해 병원에 있는 동안 처방복잡도를 중재할 수 있고 퇴원 시 타 의료기관의 약물 투약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다.

MRCI 연구는 앞으로 환자 선정과 평가, 중재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데 쓸 수 있고 약사의 약료서비스를 객관적으로 측정·평가하는 데도 활용 가능하다. 병원약사는 환자의 기관 이동 시 퇴원 환자 정보 제공에서 처방복잡도를 낮추기 위한 중재활동을 할 수 있다. 환자 중심으로 합리적인 약물 사용을 유도해 환자들의 만족감과 복약 순응도를 높여줄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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