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바이오기업 위상 예년보다 커져
인공지능 IT 기반기술 활용 신약개발 활발

이상훈·유진산·정두영·이정규·김태순 대표

JP모건 컨퍼런스가 지난 7일부터 10일(현지시각 기준)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올해 JP모건 컨퍼런스에는 9000여명이 참석했고, 500여개 회사가 공식 초청을 받았다고 합니다.

제 37회 JP모건 컨퍼런스가 지난 7일부터 10일(현지시각 기준)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다.

특히 유한양행의 NASH 신약후보물질이 길리어드에 기술수출 되면서 컨퍼런스 첫 날 우리나라 기업 역시 JP모건의 주연은 아니더라도 비중있는 조연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한미약품 역시 주목 받았다고 합니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페이스북에 “행사 첫날 유한양행에서 길리어드와 딜을 해서 주목 받을 만한 한국뉴스가 있었다”며 “여러회사들이 한미나 유한이 일본회사 인줄 알고 있어 경고를 줬다”는 재치있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역시 “한국 바이오의 전반적이 인지도가 높아졌다”며 “한국회사 발표가 수요일 좋은 시간대에 잡히게 된 건 좋은 소식”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굵직한 회사의 발표는 큰 의미가 있었다”며 “적어도 기술력에 대해서는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업계에서) 인정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국내 제약·바이오의 높아진 위상만큼이나 국내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MBC, 매일경제, 조선비즈, 뉴스원, 문화일보, 동아일보 등이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취재를 했습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유진산 파멥신 대표,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정두영 바이오네틱스 대표님과 메신저를 통해 현지 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또 페이스북을 통해 JP모건에 참석하신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히트뉴스는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JP모건 현장과 주요 소식을 정리해 봤습니다.

▶JP모건, 작은 한국인을 위한 사교장 ‘Korea Night@JPM’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리아 나이트(Korea Night)'는 JP모건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한국 제약·바이오 관계자가 JP모건 컨퍼런스에서 갖는 교류의 장입니다. 지난해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최하고 유한양행, 브릿지바이오, 사토리우스 코리아, 레코켐바이오사이언스 등이 후원했습니다. 2회 째를 맞는 이번 '코리아 나이트' 역시 작년 11월부터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모집했습니다.

JP모건 컨퍼런스에 주요 파트너 미팅이 열리는 Westin St. Francis 호텔

당초 100여명만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던 행사는 250여명이 참석해 9일 저녁 8시부터 10시로 넘어갈 때까지 성황리에 진행됐다고 합니다. 이번 행사 역시 에이비엘바이오, 알테오젠, 브릿지바이오, 셀트리온, 제넥신, 녹십자, 강스템바이오, 코오롱생명과학, 레고켐바이오, 엘지화학(생명과학본부), 민츠 러바인(Mintz Levin), 펩트론, 파멥신, RM Global Partners, 삼성바이오로직스, 싸토리우스코리아, SCM생명과학, 시들리오스틴(Sidley Austin), 툴젠, 바이로메드, 지엘팜텍 등 많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후원했습니다.

이정규 대표가 혁신신약살롱 페이스북에 올린 ‘JPM 탐방기’를 통해 그날 행사의 모습을 전하면 이렇습니다. 종근당, 녹십자 등에서 임원을 지낸 이병건 SCM생명과학 대표가 몇몇 큰 회사에 연락해 행사 당일 예산 부족없이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마이크가 없이 진행된 행사는 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활발한 네트워킹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축사, 개회사, 건배사 등이 없는 노(No) 마이크 행사 진행”이었다고 전했습니다. 바이오기업 특유의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여기서도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이 대표는 한국 제약·바이오 활동이 왕성하다는 느낌을 새삼 받았다고 합니다.

▶이상훈 대표 "이중항체 논의 활발…CAR-T도 '핫'”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이 대표는 “예년과 비교해 이중항체 논의가 활발해 졌다. 신경퇴행성 질환(neurodegenerative disease)와 관련한 신경 면역학 타겟(neuro immunology target)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고 전했습니다. 항암제와 뇌질환에 대한 관심은 늘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과 관련해서는 신약개발 속도가 더딘 편입니다. 많은 글로벌 제약사가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못 하고 있습니다.

그는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동물모델, 임상 바이오마커, 진단 자체가 현재 매우 부족한 실정입니다. 또 이 질환들을 언제 치료해야 할지 치료시점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고요. 항암제와 달리 뇌 질환은 치료기간이 훨씬 오래 걸립니다. 특히 동물모델과 환자 사이의 반응 차이가 너무 큽니다.”

그는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력이 인정 받고는 있지만 아직 글로벌제약사와 M&A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줬습니다.

“아직 한국 회사와 합병 등과 같은 거래(deal)을 하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가장 큰 장애물은 지리적으로 멀다는 것과 문화 등이 너무 다르다는 문제가 있겠죠.”

또 JP모건 컨퍼런스의 모습을 이렇게 전해줬습니다.

“JPM에 초청 받지 못 한 회사는 바이오테크 쇼케이스(biotech showcase) 등 많은 학회에 참석해서 미팅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만 공식 초청을 받지 못 한 회사는 컨퍼런스 메인 호텔인 Westin St. Francis hotel에서 일어난 행사와 발표에는 참석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JPM은 바이오 USA와 다르게 다양한 형태의 미팅이 많아요. 심지어 호텔룸을 예약해서 방에서 미팅을 하는 경우도 많고요. 당연히 글로벌제약사는 호텔 홀을 빌려서 다양한 미팅을 불러서 하고요.”

▶유진산 대표 "23andMe와 미팅…바이오마커에 빅데이터 활용"

유진산 파멥신 대표

유 대표는 앞으로 신약개발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파멥신도 샌프란시스코와 가까운 23andMe를 직접 방문해 미팅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는 당시 미팅을 가진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23andMe는 제넨텍(Genetech)처럼 항체치료제와 저분자화합물(small molecule) 치료제로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GSK에 투자를 받아 신약을 공동 개발 중이라고 했습니다. 파멥신은 동반 진단(companion diagnostics) 개발에 필요한 바이오마커를 찾는 데 23andMe의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방문하게 됐습니다.”

23andMe 회사는 2006년 앤 워치츠키(구글 창립자 세르게이 브리 배우자)가 설립한 회사입니다. 사람 염색체 쌍이 23개인 것에 착안해 붙여진 23andMe는 DNA검사를 통해 조상의 기원이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유전적으로 취약한 질병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했죠. 침을 통해 99달러(약 11만원)로 조상의 기원과 간단한 질병의 위험도 등을 예측해 볼 수 있는 겁니다.

우리에게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체 기업으로 알려진 23andMe가 신약개발에 나선 다는 건 새로울 수도 있으실 겁니다. 이들이 신약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이유는 앞서 유 대표가 밝힌 것처럼 ‘유전체 데이터’에 있습니다. 이들은 낭성섬유증, 겸상적혈구빈혈증, 유전적 난청, 지중해성빈혈 등 36개 유전질환과 관련해 유전자 분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셀리악병 등 8개 질환에 대해서도 FDA로부터 승인 받았습니다.

이들은 유전적 질환에 대한 유전체 데이터를 신약개발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 역시 이러한 데이터 활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죠. 대표적으로 GSK가 작년 1월 23andMe에 투자한 일이 있습니다. 관련한 내용은 다음 링크를 통해 확인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http://time.com/5349896/23andme-glaxo-smith-kline/

그는 다른 글로벌제약사에 파멥신의 파이프라인과 R&D 성과를 발표하는 파트너 미팅을 활발하게 이어갔다고 합니다. 그가 전한 JPM 파트너 미팅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글로벌제약사도 하루에 15개 회사 이상을 만나기 때문에 서로 자세하게 토의(discussion)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이후에 자료를 보내 주기로 하고 협조(follow up)하자고 하는게 일반적입니다. JPM 때 기술이전을 알리는 것(PR)은 보통 1년전 부터 준비해온 것을 JPM 때 알리는 것이지요. 그래야 주식 가치 상승(stock value increase)에 효과적이기 때문이죠. 또 행사 저녁엔 매일 글로벌빅파마들이 여는 글로벌 파마 리셉션(Global Pharma reception)이 있습니다. 초정자에 한해서 말입니다.”

▶정두영 대표 "IT기술 활용 새 약물 표적 발굴 활발히 이뤄질 것”

정두영 바이오네틱스 대표
정두영 바이오네틱스 대표

정 바이오네틱스 대표는 현지시간 기준으로 화요일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바이오텍 쇼케이스 위주로 미팅을 가졌다고 밝혔습니다. 정 대표는 이날 컨퍼런스에서 IT 기반 기술(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을 신약개발에 활용하는 게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에 많은 바이오텍들이 발표한 것들을 보면, IT 기반 기술들 (빅데이터 분석, AI 등)의 활용이 급속도로 정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약물 표적 발굴 등 여러 분야에서 이들 기술들이 빠르게 활용되는 것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 분야의 연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기술들을 빠르게 신약 개발에 접목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말도 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다양한 IT 기술 기반 바이오텍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제가 인상적으로 본 한 회사는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기 위해서 세균을 AI기반 도구로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을 이용합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약물 모델링을 과정을 거쳐 신규 약물 타겟 물질을 발굴합니다. 이를 다시 약물 화학(medicinal chemistry)과 연계해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 것이죠.”

김태순 신테카바이오 대표
김태순 신테카바이오 대표

국내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을 하고 있는 신테카바이오 김태순 대표 역시 JP모건 컨퍼런스에 참석했습니다. 김 대표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앞으로 전통적인 제약사와 AI신약개발 회사들의 협업을 늘었날 것 입니다. AI 신약개발 회사들이 어떤 연구 전략이나 컨셉을 가지고 있는지는 기밀(confidential)로 진행되기 때문에 현재까지 어떤 회사가 앞서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최소 2020년 이후부터 발표되는 연구성과를 봐야 어떤 회사를 주목할 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그는 현재 주목할 만한 인공지능 신약개발 회사로 '베네볼런트'라는 회사를 꼽았습니다. 

"AI 신약개발 회사 베네볼런트(Benevolent)가 JP모건에 공식으로 초청받아 발표했습니다. 이 회사는 현재 인공지능 신약개발 회사로서는 가장 높은 가치(value)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JP모건 컨퍼런스에서 한 발표도 연구성과보다는 회사 컨셉 정도만 간략하게 발표하며 최대한 말을 아끼는 분위기 였습니다" 

또 정 대표는 질환 영역과 관련해서는 섬유화(fibrosis)와 관련된 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질환 영역에서는 아무래도 섬유화(fibrosis) 관련 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보여요. 특발성폐섬유화증(IPF)와 비알코올지방간염(NASH)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는 브릿지바이오가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브릿지바이오는 IPF 질환 위주로 글로벌 제약사 10개 이상과 미팅을 가졌다고 들었습니다. 질환 영역에서는 기술 특성과 트렌드가 잘 맞으면 많은 관심을 받는 것 같습니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역시 “구체적인 회사를 언급하긴 어렵지만, IPF와 NASH에 관심이 많은 글로벌제약사들을 중심으로 만났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현장에서 바이오네틱스의 주요 파이프라인인 녹내장 치료제 ‘NTX-101’을 소개하고 안과 질환 위주로 해당 분야 전문 제약사와 미팅을 진행했다고 했습니다.

레이저티닙 개발 주역인 제노스코 고종성 대표는 혁신신약살롱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JP모건 컨퍼런스에 대한 짧은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엔 JPM에 큰 이슈가 없어 조용하게 끝난 느낌이 듭니다. 지난 2년간은 중국회사와 투자가들이 많이 참가해 분위기가 좋았는데요. 이번에는 좀 조용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멀리서 웹캐스트(webcast)로 몇몇 포럼을 봤지만, 장소도 불편한 면이 많았죠. (일면에서는) 연초 상견례하는 분위기로 느껴졌습니다. 장소를 샌프란시스코가 아니라 라스베거스로 옮기면 더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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