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의 제약바이오 Global Watch | 2024년 1월 2주차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 Morgan Healthcare Conference)로 떠들썩했던 지난주 소식입니다. 이젠 개발 안 하는 곳을 세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르는 비만 치료제 소식을 리제네론(Regeneron)이 들고 나왔습니다. 또 항체약물접합체(ADC) 소식이 안 들리면 섭하죠.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로 만족 못한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은 ADC 전문 바이오텍을 하나 사들였습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도 바이오텍을 인수해 천식 치료제 시장으로 출격했고, 미국 머크(MSD)도 덩달아 인수 딜을 맺으며 '삼중 특이적 T세포 인게이저' 플랫폼을 확보했습니다. <히트뉴스>가 엄선한 글로벌 이슈 4꼭지, 친절하게 브리핑해 드립니다.

①리제네론, 비만 병용요법 개발한다… 릴리·로슈 전략 벤치마킹?

리제네론은 지난주에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비만치료제 개발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위고비(WEGOVYㆍ성분 세마글루타이드 Semaglutide)'와 병용할 근감소증 예방제 △자체 개발한 항체 접합("Antibody-tethered") GLP-1 수용체 작용제 △ GPR75 타깃 짧은 간섭 RNA(siRNA)가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제시됐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리제네론이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을 사들이는 대신 병용요법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는 겁니다. 근감소증 예방제와 병용을 한다는 점에선 일라이릴리(Eli Lilly)와 로슈(Roche)가 가져가는 전략과 유사하고, 자사가 아닌 타사의 비만치료제로 병용을 한다는 점에선 해당 2개사와 다릅니다.

현재 '위고비(WEGOVYㆍ성분 세마글루타이드 Semaglutide)'를 위시한 GLP-1 수용체 작용제 투여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지방과 근육이 동시에 빠져버린다는 것입니다. 이를 의식한 일라이릴리(Eli Lilly)는 '젭바운드(ZEPBOUNDㆍ성분 터제파타이드 Tirzepatide)'의 병용 파트너를 찾아, 작년 7월 버사니스바이오(Versanis Bio)를 인수해 근감소증 치료제 '비마그루맙(Bimagrumab)'을 확보했습니다.

또 로슈(Roche)는 작년 12월 카못테라퓨틱스(Carmot Therapeutics)를 인수해 비만치료제 3종을 확보했습니다. 자사의 항-마이오스타틴(Myostatin) 항체인 'RG6237(개발코드명)'과 병용해 근감소증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 읽혔던 딜이었습니다.

리제네론이 제시한 전략은 항-마이오스타틴 항체인 '트레보그루맙(Trevogrumab)'과 항-액티빈 A(Activin A) 항체인 '게어토스맙(Garetosmab)'을 위고비에 병용시키는 것인데요. 정확히는 '위고비+트레보그루맙' 2중병용과 '위고비+트레보그루맙+게어토스맙' 3중병용을 모두 시험해볼 요량입니다. 이에 대한 임상 2상은 올해 중순께 시작될 전망입니다.

아울러 자체 개발한 항체 접합 GLP-1 수용체 작용제는 현재 영장류 대상 실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종의 ADC라 볼 수 있는 약물입니다. GLP-1 수용체의 세포 외(Extracellular) 영역에 붙는 항체와 막관통(Trnasmembrane) 영역에 붙는 GLP-1 모사체(mimetics)가 링커(Linker)로 연결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특유의 구조 덕에 안정성과 약효가 증가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마지막으로 리제네론은 GPR75 유전자가 모자란 사람들의 체중이 평균적으로 더 낮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여기 착안해 GPR75 유전자의 발현을 줄이는 siRNA 치료제를 개발 중으로, 설치류 실험에서 근육량 감소 없이 체지방만 감소하는 효과를 관찰했다고 합니다.

②레고켐으로 입맛 돋운 J&J, 이번엔 ADC 전문 바이오텍 인수

존슨앤드존슨이 ADC 전문 바이오텍인 앰브릭스바이오파마(Ambrx Biopharmaㆍ이하 앰브릭스)를 인수합니다. 자회사인 얀센(Janssen)을 통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ADC 후보물질을 라이선스인(License-inㆍL/I)한 지 1달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입니다.

이번 인수 계약의 규모는 총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로, 이로써 존슨앤드존슨은 PSMA(Prostate-specific membrane antigen) 타깃 ADC인 'ARX517'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전립선암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는 이 약물은 임상 1/2상 시험인 '에이펙스-01(APEX-01)'에서 희망적인 결과를 보인 바 있는데요. 환자 23명 중 절반이 넘는 인원에서 전립선특이항원(Prostate specific antigenㆍPSA)이 50% 넘게 감소한데다, 약물과 관련된 중대 이상반응(SAE)도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존슨앤드존슨이 더욱 주목했던 건 앰브릭스의 '위치 특이적 접합(Site-specific conjugation)' 기술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현존하는 ADC들은 페이로드(Payload), 혹은 독소(Toxin)가 일정한 갯수로 항체에 연결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같은 약물인데도 어떤 분자에는 페이로드가 6개, 어떤 분자에는 페이로드가 7개가 붙어 있는 식이죠. 이는 약물 제조과정에서 품질관리(QC)를 까다롭게 만들기도 하고, 약효ㆍ안전성ㆍ안정성에도 영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앰브릭스에 따르면 위치 특이적 접합 기술을 활용하면 ADC에 일정한 갯수의 페이로드를 붙일 수 있습니다. 즉 약물의 균일성(Homogeneity)을 보장한다는 것입니다. 여기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주에 보여드릴 에이비켐바이오 인터뷰 기사에서 마저 해보겠습니다.

③시리즈A 4개월 만 아이올로스 낚은 GSK… '테즈파이어' 잡으러 출격

GSK가 아이올로스바이오(Aiolos Bioㆍ이하 아이올로스)를 14억달러(약 1조8000억원)에 인수합니다.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아이올로스바이오가 2억4500만달러(약 3200억원)어치 시리즈 A 펀딩을 받은 지 4개월 만에 장바구니에 던져 넣었습니다.

GSK가 인수 버튼을 연타하게 만든 건 천식 치료제 후보물질인 'AIO-001'입니다. AIO-001은 항-TSLP 항체인데요. 모달리티(Modality)와 작용 기전은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테즈파이어(TEZSPIREㆍ성분 테제펠루맙 Tezepelumab)'와 같습니다.

AIO-001의 주요 차별화 포인트는 투여 주기입니다. 테즈파이어는 4주에 1회 투여해야 하는 반면, AIO-001은 6개월에 1회 투여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주사 놓는 걸 까먹을지도 모르겠군요. 성공적으로 출시된다면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약물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④머크, 하푼테라퓨틱스 인수… '삼중 특이적 T세포 인게이저' 확보

하나보단 둘이 낫고, 둘보단 셋이 낫습니다. MSD는 삼중 특이적 T세포 인게이저(Engager) 항암제를 개발 중인 하푼테라퓨틱스(Harpoon Therapeutics)를 6억8000만달러(약 9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하푼테라퓨틱스는 '트라이텍(TriTAC)'이란 플랫폼을 가지고 있습니다. 암세포와 T-세포에 붙는 기존 이중항체와 달리, 암세포ㆍT세포ㆍ인간 혈청 알부민(Human serum albuminㆍHSA)에 삼중으로 붙는 구조체를 만드는 기술입니다.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삼중 특이적 T세포 인게이저는 이중항체에 비해 3~4배 정도 분자 크기가 작아 고형암 조직 내로 침투가 빠른 게 장점입니다. 또 알부민에 결합하기 때문에, 반감기가 대폭 증가해서 투여 주기를 늘릴 수 있다는 것도 차별점입니다.

주력 파이프라인은 DLL3 타깃 소세포폐암(SCLC)ㆍ신경내분비종양(NET) 치료제 후보인 'HPN328'으로, 임상 1/2상이 진행 중입니다. 이외에도 BCMA 타깃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HPN217'이 임상 1상을 거치고 있고, EpCAM을 타깃하는 'HPN601'은 고형암을 대상으로 전임상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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