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의 제약바이오 Global Watch | 2023년 12월 2주차

여러분, 하마터면 이번 주 HIT글로벌을 보여드리지 못할 뻔했습니다. 토요일에 외출했다가 선 채로 얼어버릴 뻔했거든요. 벌벌 떨면서 집에 기어들어와 셀프 감금 프로토콜을 실행한 후, 따뜻한 방에서 HIT글로벌을 작성했습니다.

"또냐" 싶을 정도로 나오고 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관련 딜(Deal) 소식을 먼저 들려드립니다. 돈뭉치를 꺼내든 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고요. 또 머크(Merck)는 최신 '딱풀'을 사왔습니다. 이어 '카스게비(CASGEVY)' 허가에 딸린 특허로 덩달아 돈을 번 에디타스메디신(Editas Medicine) 이야기와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백신 기업 인수 소식을 준비했습니다.

 

①BMS, 11조 내고 중국서 ADC 들여와

또 이어지는 ADC 관련 계약 소식입니다. BMS가 중국 소재 시스티뮨(SystImmune)으로부터 EGFR/HER3 이중 타깃 ADC인 'BL-B01D1(개발코드명)'의 중국 외 상업화 권리를 라이선스 인(License in)하기로 했습니다. 선급금 액수만 8억달러(약 1조원)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규모의 계약입니다. 전체 계약 규모는 84억달러(약 11조원)입니다.

시스티뮨의 BL-B01D1은 페이로드(Payload)를 통한 암세포 사멸만이 유일한 약리 기전이 아닙니다. EGFR과 HER3 신호를 저해해 암세포의 증식과 생존을 방해하는 기능도 함께 탑재돼 있습니다. 현재 임상 1상을 거치고 있으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가장 강한 효능을 보였습니다.

시스티뮨 측에선 "기존 항-EGFRㆍ항-HER3 ADC보다 우월할 것"이라고 기대를 밝힌 바 있는데요. 아무래도 지난 10월 머크(Merck)가 일본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로부터 라이선스 인(L/I)한 ADC 중 하나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힙니다.

이번 계약에서도 보이듯, BMS는 ADC 사업에 점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미 BCMA와 클라우딘(Claudin) 18.2를 각각 타깃하는 ADC가 임상 1상 개발을 거치고 있고, 지난 2021년에는 일본 에자이(Eisai)의 ADC를 들여왔습니다. 올해 초에는 독일 소재 튜뷸리스(Tubulis)로부터 ADC 관련 기술을 라이선스 인했고, 지난달에는 우리나라 오름테라퓨틱의 'ORM-6151'을 인수하며 ADC를 표적단백질분해(TPD)에도 접목시킬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②머크, 최신 '딱풀' 사온다… C4와 25억달러 규모 옵션딜

BMS, 노바티스(Novartis)에 이어 머크(Merck)도 분자접착제 신약 개발에 나섭니다. 머크는 C4테라퓨틱스(C4 Therapeutics)에 1000만달러(130억원)의 선급금을 지불하며, 표적단백질분해 항체접합체(Degrader Antibody ConjugateㆍDAC) 기반 항암제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계약에는 추후 개발할 수 있는 타깃 3개에 대한 옵션도 포함돼 있고, 모두 실행될 경우 계약의 총 규모는 24억달러(약 3200억원)가 됩니다.

DAC는 TPD 분야의 신상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름테라퓨틱이 지난 11월 BMS에 양도한 'ORM-6151'도 DAC죠. 분자접착제를 항체에 연결시켜 원하는 곳에 분자접착제를 전달한 다음, 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분해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그 작용 원리가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위에서 BMS 소식을 전해드리며 오름테라퓨틱도 언급했고, C4도 등장했으니 독자 여러분께서 TPD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아래 관련 기사를 붙여드립니다.

관련 기사 | 신약에도 '딱풀'이…분자접착제 신약, 너도나도 개발 열풍

 

③CRISPR 특허 게임 승자 에디타스, 판돈 가져간다… 버텍스와 라이선스 딜
연말을 달군 글로벌 이슈 중 하나는 역시 첫 유전자 가위 치료제의 승인 소식일 겁니다. 버텍스파마슈티컬즈(Vertex Pharmaceuticals)와 크리스퍼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의 '카스게비(CASGEVY)'가 그 소식의 주인공이죠. 하지만 그 뒤에는 또다른 주인공이 있었습니다. 카스게비 허가로 덩달아 돈을 벌게 된 에디타스메디신(Editas Medicine)입니다.

에디타스는 버텍스와 크리스퍼캐스나인(CRISPR/Cas9) 기술 사용에 대한 비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버텍스로부터 5000만달러(약 650억원)를 선급금으로 받게 됐습니다. 라이선스 대상은 카스게비의 적응증이기도 한 낫형세포병ㆍ베타 지중해성 빈혈의 BCL11A 유전자 편집 기술입니다. 비공개된 조건에 의해 향후 5000만달러의 마일스톤도 수급할 예정인 데다, 2034년까지 매년 1000만~4000만달러 규모의 판매 로열티도 챙기게 됐습니다.

버텍스가 에디타스에 돈을 건네는 이유는 에디타스가 CRISPR/Cas9 기술의 독점적 사용 권리를 쥐고 있어서입니다. 그 독점 사용권을 에디타스에 건네준 특허의 진짜 주인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 브로드연구소(Broad Institute)입니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UC Berkeley)와 치른 CRISPR/Cas9 특허 분쟁에서 작년에 승기를 거머쥔 곳입니다. 에디타스는 자연스럽게 그 수혜를 입은 셈이죠.

 

④아스트라제네카, 아이코사백스 1.4조에 인수 …'콤비네이션 백신' '줍줍'

지난 2021년 백신 부서를 신설하며 업계에 고개를 내민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주머니를 열었습니다. 미국 소재 아이코사백스(Icosavax)를 전격 인수하기로 한 건데요. 계약 규모는 11억달러(약 1.4조원)에 이릅니다.

아이코사백스는 일명 '콤비네이션 백신(Combination Vaccine)'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와 사람 메타뉴모바이러스(hMPV) 감염을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IVX-A12(개발코드명)'입니다. RSV 콤비네이션 백신은 여태 없었던 데다, hMPV에는 아직 백신 자체가 없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입장에선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큰 시장을 공략하면서 자사 백신 사업을 강화시킬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또 이번 인수로 RSV 백신 제품을 판매 중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화이자(Pfizer)와도 맞붙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두 회사는 작년에 각각 '아렉스비(AREXVY)'와 '아브리스보(ABRYSVO)'를 허가받은 이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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