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의약품 수급 불안정과 위수탁 정글의 법칙

의약품 수급 불안정이 여전히 문제다. 정부는 제도 개선은 물론, 매점매석 행위를 단속하겠다는 계획도 꺼내들었다. 정부가 분석한 의약품 공급 부족 원인은 제약사들의 이윤 추구로 인한 오래된 제네릭 생산 중단, 시설 및 원료 부자재 부족 등에 의한 제조 문제가 크다. 정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완제의약품의 31.3%, 원료의약품의 88.1%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제약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일반약과 전문약을 위주로 생산하기 때문에 약가가 낮거나 패치제 등 특수 제형은 뒤로 밀리거나 생산을 포기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작년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협의체(대한약사회, 대한의사협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의약품유통협회, 한국병원약회 등 참여)를 구성해 운영했고 △시급성 △중요도 △구체적인 불안정 상태 △대체약 존재 여부 △자체 해결 가능성 등을 파악해 대응하고 있다. 특히 시급성과 중요도가 높은 소아용 의약품의 경우 약가 인상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데, 감기약(해열ㆍ진통제)과 기관지염 치료제 등의 상한 금액이 인상됐고 패치제에 대한 약가 인상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웃지못할 위수탁 세계의 약육강식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자체 생산이 아닌 위수탁 체제에서 수탁사의 파워가 커진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생동(임상)시험을 '1+3'으로 제한한 후로 더 그런데, 수급 불안정 의약품 이슈에서도 예외는 아닌 듯 하다.

작년 1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수급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고, 채산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공급하는 제품을 위해 '상한금액 인상 조정신청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조정신청이 가능한 약제 기준에는 '감염병 위기 상황 또는 긴급한 공급 부족 등 예외적인 경우로, 약제 수급과 관련한 중앙행정기관 등의 협조 요청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가이드라인에 따라 약가 인상을 위해서는 생산 증대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건보공단 측은 "약가 인상 결정부터 실제 현장에 공급되는 시간까지 한 달여가 소요된다. 자칫 약가는 인상됐지만,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이 나올 수 있다"면서 "공급량에 대해 13개월치를 협상하는데, 사전 협의 시작단계부터 증산을 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수탁사에서는 공급단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모 회사는 생산량을 얼마나 늘리고 이를 위탁사들에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공지도 없고 가능한 만큼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원가 정보도 없이 공급단가만 이야기해 위탁사들이 눈살을 찌푸린 것으로 알려진다. 또 다른 회사의 경우 새로운 위탁사를 추가했다. 수급이 불안정하다는 것은 이미 공급량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새 위탁사를 추가한 데다, 더욱이 영업력이 좋은 회사여서 공급량이 쏠릴 것에 대한 우려가 기존 위탁사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위탁사들 입장에서는 약가 인상은 이뤄지지만 공급량은 기대만큼 늘지 않고, 공급단가만 올라 오히려 이익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생산량 분배에 대한 의문은 있지만, 문제 제기를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제약사들이 채산성이 낮은 의약품을 생산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익이 높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회비용을 포기하고, 의료현장에서 필요한 의약품을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생산량 증대를 위해 새로운 설비 투자를 했다면, 공급단가를 인상할 수 있다. 시장경제의 논리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이해 가능한 최소한의 매너가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혹시 우리 제품의 분배가 줄어들거나 후순위로 밀릴까봐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위탁사들이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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