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환자는 늘고, 제네릭은 사라졌다
'페라미플루' 제네릭 등 대체제도 없다…내년 1월 이후 수급 관건 될 듯

최근 독감에 걸린 30대 A씨는 흔치 않은 일을 겪었다. 의료기관에서 처방을 받아 치료제를 찾으러 인근 약국을 돌아다녔지만, 약을 전혀 구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방법이 없던 그는 돌고 돌아 왕복 택시비만 3만원을 내고 옆 도시의 큰 약국에서 약을 구할 수 있었다. A씨가 그렇게 찾아다니던 약의 이름은 로슈의 독감 치료제 '조플루자'였다.

최근 제약사와 유통업체, 약국에 이르기까지 '독감 치료제'를 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독감 환자의 증가 문제도 있지만, 사실상 '올해 장사'를 접은 '타미플루 제네릭' 문제 등이 겹치면서 시장에서 환자들의 불편함은 더욱 가중되는 모양새다.

8일 제약업계, 의약품 유통업계, 약국가 등에 따르면 한국로슈의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와 '조플루자'를 비롯해 국내에서 허가받은 '타미플루 제네릭' 중 성인용으로 쓰이는 75㎎ 함량 제제가 순차적으로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의약품 유통업체들의 경우 12월에 맞춰 발주를 한 타미플루 및 조플루자 등의 주문이 취소되고, 적게는 4분의 1 수준의 양만이 출고되는 상황이다. 실제 업체들 내에서는 주문을 넣었지만, 수량을 맞출 수 없어 각 지역마다 예상 대비 모자란 수의 약품이 업체로 도달하고 있는 경우가 이어졌다.

한 의약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발주를 했지만 정작 그만큼의 양이 취소되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재주문이 이뤄지고 있다"며 "지역 내 수요를 못맞추는 수준의 물량이 나오고 있어 업체와 약국 등도 불만이 좀 크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허가를 받은 '타미플루 제네릭'의 상당수 역시 공급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약국가 및 업체들의 이야기를 모아보면 국내 Y사, M사 등 몇몇 회사의 제품만이 공급되고 있으며, 이 중에도 상당수는 수급 불안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타미플루 제네릭'이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처방이 가능한 환자에게는 조플루자 집중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말이다.

업계와 약국가는 이번 상황이 어느 정도 예정돼 있었다고 말한다. 이른바 '면역 빚'으로 인한 독감 환자의 급증세가 이어질 상황에서 코로나19 기간 동안 '타미플루 제네릭 장사'가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발표한 48주차(11월 26일~12월 2일) 독감 의사환자분율은 총 48.6명으로 유행기준인 6.5명보다 7.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환자분율은 1000명당 의심 환자의 수를 나타낸 비율이다. 심지어 이는 작년의 15명과 비교해도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증가 추이 역시 지속돼 46주차 37.4명, 47주 45.8명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의사분율이 가장 높았던 11월 26일은 74.1명에 달했다.

이렇게 의사분율이 높은 데는 코로나19 팬데믹 3년간 방역 수칙 준수와 마스크 착용 등으로 독감 감염률이 높지 않았던 상황이 지나자 최근 마스크를 벗으면서 더욱 감염에 취약해지는 '면역 빚' 현상 때문이라는 것이 의료계에서 나오는 추정이다. 더욱이 낮은 습도와 상대적으로 따뜻한 기온까지 겹치면서 전파력 역시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등장했던 '타미플루 제네릭'이 상대적으로 낮은 독감 환자로 인해 판매에 고전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제네릭 영업에 열심인 편이었던 S사, D사, Y사 등을 비롯한 국내 제약사들 중에서 '타미플루 제네릭' 생산이 종료된 곳이 많았다. 실제 의약사 대상 온라인몰에서 상당수 제품은 공급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업체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지금에 이르러 생산에 뛰어들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출하까지의 기간 즉, 리드 타임을 계산하면 아무리 빨라도 1월 말에서 2월 초나 돼야 제품 공급이 가능하다. 원료수급선도 마땅치 않은 데다가 연말 생산 마감 등을 겪으면 자연스레 올해 생산은 어느 정도 '골든 타임'을 벗어났다는 평이다.

그나마 대안으로 여겨지는 제품이 GC녹십자의 '페라미플루'를 비롯한 수액 형태의 독감 치료제다. 하지만 2021년부터 특허심판을 통해 제네릭 생산이 가능해져 허가를 받은 업체 중 주요 제약사들이 허가만 받았을 뿐 코로나 기간과 겹쳐 제품 생산을 진행하지 않은 곳이 대다수다.

질병관리청이 대비를 위해 타미플루를 비롯한 오셀타미비르 제제의 공수에 나섰지만, 당초 예상했던 물량 18만개 분 중 제공된 것은 절반이 조금 넘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결국 환자의 증가세, 감염이 확산되기 좋은 환경, 제네릭 제품의 부재 등이 곁들여지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초래됐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타미플루 오리지널 물량이 12월 중순 이후 국내에 최종 선적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1월 이후에도 부족할 가능성이 높은 독감 치료제의 수급 상황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