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지원에 재택의료 필수…일본 현황은
"수가가 필요해" vs "수가 줄 환경이 필요해"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와 초고령시대를 맞아 지역 단위 보건의료 인프라 구축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재택의료 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춰진 일본과 우리나라 환경을 비교ㆍ분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공동 개최하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주관한 '바람직한 재택의료 정책 방안 토론회'에서는 한ㆍ일 의료진과 국민건강보험공단ㆍ보건복지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나라 재택의료 현황과 발전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일본, 고령자 지원에 재택의료 필수

츠바사 재활클리닉의 카미가이치 리에 교수(재활의학과 전문의)는 고령 환자 증가에 따라 일본의 재택의료 도입은 필수였으며, 재택의료의 비용은 외래진료보다 높지만 입원비용보다는 낮은 만큼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밝혔다.

카미가이치 리에 교수는 "일본은 고령자가 늘어가며 고령자가 입원할 경우 보행장애, 하지ㆍ체간 근력 저하 등으로 입원 자체가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고령자 단독세대가 늘어나 통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 확대되면서 재택의료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재택의료는 왕진과 방문의료로 구분되는데, 왕진은 환자에게 증상이 발생한 경우 실시하는 의료행위이며, 재택의료는 치료 계획에 따라 정기적으로 시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왕진료는 기본 행위점수가 720점(1점당 10엔)으로 여기에 긴급성 여부, 왕진 시간, 의료기관 시설 기준에 따라 가산이 산정된다. 방문진료는 단독주택의 경우 방문 건당 888점, 같은 건물 거주자가 있는 공동 주거시설ㆍ기관의 경우 건당 213점 등으로 산정된다.

다만 왕진료와 방문진료는 모두 높은 의료비용 지출이 발생하는데, 가장 낮은 단계의 방문진료를 월 2회 실시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은 5만2720엔으로, 외래진료 1회 이용시 발생하는 비용 5120엔보다 회당 5배 정도 높은 지출이 발생한다.

그렇지만 카미가이치 리에 교수는 입원비용과 비교했을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아지며, 이는 입원 자체가 리스크가 되는 고령 환자 대상 의료서비스로써 도입 필요성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방문진료, 왕진료 등은 환자의 건강보험 기준, 개호보험 기준에 따라 달라지지만 입원비용보다 2/3에서 1/3까지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사진 왼쪽부터) 츠바사 재활의료클리닉 카미가이치 리에 교수, 대한의사협회 커뮤니티케어 특별위원회 이충형 위원
(사진 왼쪽부터) 츠바사 재활의료클리닉 카미가이치 리에 교수, 대한의사협회 커뮤니티케어 특별위원회 이충형 위원

 

"한국 재택의료는 아직은 시범사업…제도·수가 따라와야"

대한의사협회 커뮤니티케어 특별위원회 이충형 위원은 '한국 재택의료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우리나라 재택의료 도입 현황과 과제 들을 소개했다. 이충형 위원은 지역 1차의료를 중심으로 한 재택의료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며, 또한 건강, 예방, 치료 전문가를 구성원으로 한 팀 단위 서비스 제공을 위한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1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장애인 주치의 시범사업,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등 현재 지역 통합돌봄 서비스를 위한 여러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단독 개원 등 지역 의료환경을 반영하지 않은 시범사업들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지역이 갖추고 있는 인프라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 없이 숫자에 치중한 지역별 서비스 모델 구축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독 개원한 의사들을 그룹 단위로 묶거나 지역별로 보유한 간호 인력, 사회복지 인력을 다학제팀으로 구성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며, 재택의료에 참여할 수 있는 수가구조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단독 개원의들이 통합돌봄 서비스에 개입할 수 있도록, 이들의 다학제팀 참여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하며, 필요에 따라 지역별로 재택의료 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 분산된 채로 입법이 진행 중인 법률들의 입법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널토론 한 줄 요약
"수가가 필요해" vs "수가 줄 환경이 필요해"

주제발표 이후 진행된 패널토론의 주 내용은 '수가 개선'이었다. 의료 관계자들은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수가 확대가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정부 측은 수가 지급 확대를 검토하기에는 지역 의료인프라가 아직은 열악하다는 입장이었다.

(사진 왼쪽부터) 대한의사협회 이상운 부회장, 국민건강보험공단 통합돌봄연구센터 유애정 센터장, 보건복지부 정성훈 보험급여과장
(사진 왼쪽부터) 대한의사협회 이상운 부회장, 국민건강보험공단 통합돌봄연구센터 유애정 센터장, 보건복지부 정성훈 보험급여과장

"방문진료 12만원인데, 외래진료는 3000원…누가 이용하겠나"

대한의사협회 이상운 부회장은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거나, 지자체ㆍ정부 예산 등을 합한 새로운 재원 마련으로 환자들의 경제적인 부담률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운 부회장은 "방문진료 비용을 통상적으로 12만4000원으로 잡으면 환자 부담은 30%인 3만7000원가량이 될 것"이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 입장에서는 왔다갔다(외래진료)하면 1500~3000원이면 될 서비스를 이용할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외래진료라는 기회비용을 포기하면서까지 방문진료를 선택할 동기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수가를 올려야 한다는 것인데, 이상훈 부회장은 "통상적으로 방문진료에 필요한 시간은 이동시간을 고려하면 건당 1시간30분가량"이라며 "방문진료를 하고싶은 의료진이라도 수가 측면에서 선뜻 나설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성과는 나오고 있어…재원 마련은 시급"

통합돌봄의 실효성 측면에서는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유애정 통합돌봄연구센터장은 "현재 방문의료 서비스를 필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통합돌봄 서비스 운영 12개 지방자치단체는 방문의료 서비스 성과를 체감하고 있다"며 "다만 활성화를 위한 추가적인 재원 마련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애정 센터장은 "현재 통합돌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12개 지자체는 모두 방문의료 서비스를 필수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사업 모니터링과 평가 결과 지자체 담당자 혹은 지역 의료관계자들은 방문의료 서비스 성과를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원 마련은 필수라는 의견도 내비쳤다. 일본에서 재택의료가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 역시 결과적으로는 정책적 기반과 재원 마련에 있었다는 것이다. 유 센터장은 "일본의 경우 2011년 조세 및 개호 관련법들이 개정되고 지자체, 정부 등 재정이 투입되면서 실질적인 지역의료체계 고민이 활성화됐다"며 "2018년 기준 진료소 중 재택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22%, 병원은 30% 가까이 증가했으며, 최근에는 재택의료가 외래와 입원 외의 제3의 의료 시스템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의료기반 약해…의료계 준비도 필요"

보건복지부는 정부의 제도ㆍ재정 기반 마련을 위한 노력 만큼이나 지역의료시스템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의료계 노력도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복지부 정성훈 보험급여과장은 "통합돌봄의 취지 중 하나는 건보재정의 지속가능성과 그를 위한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의 연계"라며 "다만 그보다 먼저 의료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도적인 해법 외에 지역의료 환경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는 "통합돌봄의 본질이 '의료와 돌봄의 연계'라면 1차의료 강화는 선결과제"라며 "의료 서비스 및 돌봄 서비스 제공을 위해 정부 역시 만성질환ㆍ중증질환 관리사업부터 돌봄서비스를 구축하고 있지만, 의료 제공 기반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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