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실패... 제약업계 이면 드러낸 상징적 임상
스스로 임상 3상까지 완결한 경험은 신풍의 자산

신풍제약 홍보영상 캡처.
신풍제약 홍보영상 캡처.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던 신풍제약의 주가는 최고 20만1500원에서 최저 9560원까지 3년 반 동안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피라맥스의 임상을 위해 사용된 돈은 2021년 147억원, 2022년 176억원, 2023년 상반기 232억원 예정으로 약 555억원이다. '피라맥스'는 결국 실패로 종료됐지만 신풍제약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과정은 제약업계의 이면을 고스란히 보여줌과 동시에 교훈을 남겼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말라리아 치료제, 코로나로? 소문에서 시작된 피라맥스 적응증 확대

피라맥스(성분 피로나리딘인산염, 알테수네이트)는 말라리아 치료제로 허가된 약물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2년 1월 브라질 보건부는 백신보다 말라리아약인 클로로퀸의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대응에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발표했다. 과학자들의 반대는 계속됐지만 말라리아 치료제가 코로나에 사용될 수 있다는 의견은 확산됐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병원에서 말라리아약인 '피라맥스'가 처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치료제 가능성이 제기되자 신풍제약은 자사의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신약 개발 과정인 후보 물질 발굴부터 연구, 임상을 수행한 것과 다른 형태다. 회사는 "약물 재창출로 추가 적응증을 받기 위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으나 소문에서 시작된 임상은 2상 실패에도 멈추지 않았다.  일각에선 투자자들의 여망을 담은 임상이라 멈출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임상시험 진행 상황 미공유…'아쉬움' 표현한 투자자

신풍제약의 임상 2상은 2020년 5월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 시작했다. 1년간 진행된 임상 2상은 피라맥스의 유효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임상 2상 톱라인(Top line) 결과에 따르면 유효성 평가에서 일차평가변수로 설정된 RT-PCR 진단키트 기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음성으로 전환된 환자 비율인 음전율에서 피라맥스군과 대조군 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임상 2상 진행 중 임상시험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알기 원했으나, 공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당시 '임상시험 의무 공시'는 코스닥 시장에 한정돼 있었고, 신풍제약은 코스피에 해당돼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임상 2상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억제 효과의 근거와 투약 안전성은 확인돼 임상 3상까지 진행할 수 있었지만 환자 모집이 어려워 예상보다 임상이 늦춰지는 등의 난항도 겪었다.

이에 올해 초 한국거래소는 제약바이오 업종을 위한 공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임상시험의 중도 포기, 취소, 장기간 중지시 해당 사실을 공시해야 한다고 규정해두고 있지만, 이것도 강제는 아니다.

 

가장 빠른 시점이라고 하지만…반복되는 올빼미 공시

신풍제약의 이번 임상 3상 결과 공시 시간은 19시 35분이다. 주식 장이 마감된 후다. 회사 측은 "장 마감과 상관없이 공시 시점이 공유드릴 수 있는 최대한 빠른 시점"이라고 전했지만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올빼미 공시'인 장 마감 후 공시 진행은 이전부터 지속돼 왔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장 시간 내의 공시와 주가를 보며 매수와 매도를 한다. 공시는 주식 시장에서 주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투자자들은 공시 내용을 보며 매수 및 매도를 결정하는데, 장 마감 후 공시가 진행되면 대응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갖는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계는 주가의 큰 하락 원인 중 하나가 임상 실패다. 업계 관계자는 올빼미 공시에 대해 "주가가 변했을 때는 변화한 이유를 알아야 한다. 그러나 장 마감 후 공시는 이유를 파악하기 수월하지 않다. 또 공시 다음날 하한가까지 주가가 떨어질 수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의할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실패했지만 임상 3상 경험 얻어…"미래 도움될 것"

임상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상태로 종료됐지만 신풍제약이 얻은 이점도 있다. 바로 임상 3상을 자력으로 완료했다는 것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임상 3상까지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진 회사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문학적인 비용부터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 등 때문이다.

신풍제약의 연구개발비를 보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전인 2019년은 158억원이었지만 2020년 179억원, 2021년 303억원, 2022년 555억원으로 증가해왔다. 국내 10대 제약사 평균 비용인 1000억원의 절반까지 따라온 것이다. 업계에서는 R&D의 중요성을 매번 강조하고 있는 만큼, 임상 3상 경험과 R&D 비용의 증가는 앞으로 신약 개발 과정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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