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제약 유제만 대표 "우린, 걷지 않은 길로 갑니다"
신풍제약 유제만 대표 "우린, 걷지 않은 길로 갑니다"
  • 김경애
  • 승인 2020.02.10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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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풍제약 유제만 대표이사
신풍제약 유제만 대표이사
신풍제약 유제만 대표이사

"지난 30년간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한 뇌졸중 신약만 100여개 이상이다. 그만큼 뇌졸중 약이 어렵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빅파마들이 SP-8203 임상 데이터에 굉장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5일 역삼동 사옥에서 만난 신풍제약 유제만 대표이사는 급성 허혈성 뇌졸중 혁신신약으로 자체 개발 중인 SP-8203(오탑리마스타트)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앞서 신풍제약은 뇌졸중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한 전기 2상에서 약의 유효성을 입증했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군을 168명으로 확대해 지난해 3월 후기 2상에 본격 돌입했다. 전국 14개 대학병원에서 진행 중인 후기 2상은 마무리 단계이며, 올 상반기에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유제만 대표는 "후기 2상은 당초 미국에서 진행하려 했다. 그런데 전기 2상 결과를 본 자문위원이 후기 2상을 글로벌에서 하지 말고, 전기 2상과 동일 프로토콜로 설계한 뒤 환자 수를 늘려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줬다"면서 "이번 결과에서 통계적 유의성과 재현성을 충분히 확보한다면, 뇌졸중 환자들에게 조만간 굉장한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출했다.

신풍의 자부심 넘치는 포트폴리오 '피라맥스'

신풍제약은 언멧 니즈(Unmet Needs)를 타깃하는 구충제·항생제로 유명한 중견 제약기업이다. 이 같은 강점을 눈여겨본 WHO는 1999년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을 신풍제약에 제안했고, 여기에 스위스 비영리기관인 MMV(Medicines for Malaria Venture)가 임상비 7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유제만 대표는 "말라리아 치료제는 구매력 없는 저개발국 환자가 대상이다보니 투자비용 회수가 어려운 약물이다. 분명 회사 경영에 도움되는 약은 아니지만, 인류 건강에 기여해온 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어렵게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약 10여년의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피라맥스(피로나리딘·알테수네이트)가 탄생했다. 2011년·2012년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EMA(유럽 의약품청)로부터 각각 시판 허가를 받았고, 2015년 소아용 피라맥스 과립의 EMA 승인을 획득했다. 2017년 WHO 필수의약품 등재와 2018년 미국 FDA 희귀의약품 지정에 이어 지난해 아프리카 3개국 항말라리아 치료 가이드라인 1차 치료제로 등재됐다.

우려한 약은 결과적으로 남는 장사가 됐다. 서아프리카 16개국·케냐와 135만·235만 달러 규모의 피라맥스 3년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뒤 이어 나이지리아·콩고와도 각 556만 달러·174만 유로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신풍제약은 예상 수요인 2억7000만 도즈(Dose) 중 30%인 8000만 도즈를 매출 목표로 세웠다.

유제만 대표는 "아주 오래 전에 개발된 항말라리아 치료제들은 내성·재감염률 문제가 크며, 고지방식을 먹어야만 흡수가 잘 된다는 단점이 있다. 저개발국에서는 우유와 같은 고지방식을 구하기가 어려운데, 피라맥스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면서 하루 한 번씩 3일만 복용하면 될 만큼 복용 편의성을 갖춘 약이다. 시장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구충제·항생제만? "뇌졸중부터 COPD까지 탄탄"

First In Class(세상에 없는 신약)로 개발되는 급성 허혈성 뇌졸중 치료제 SP-8203은 신풍제약이 보유한 파이프라인 중 상업화 단계에 가장 앞서 있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터지는 출혈성과 뇌혈관이 막히는 허혈성으로 구분되는데, 뇌졸중의 85%는 허혈성이다. 

앞선 SP-8203 동물실험에서 신풍제약은 유일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약 액티라제(알테플라제)의 부작용인 뇌출혈 억제 효과를 확인했고, 임상 1상에서는 안전성·전기 2상에서는 유효성을 확인했다. 후기 2상은 마무리 단계로, 올 상반기에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자료: 신풍제약
신풍제약 신약 파이프라인(자료: 신풍제약)

신규 기전의 경구용 항혈소판제 SP-8008도 First In Class로 개발되고 있다. 이 약은 기존 항혈소판제와 유사한 혈소판 응집 억제 효과를 나타내면서 출혈 부작용을 크게 감소시킨다. 지난해 10월 건강한 남성 48명을 대상으로 영국 1상에 본격 돌입했다. 

이 외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죽상동맥경화증 SP-8356 △심부전 SP-8236 △골다공증 SP-35454(유럽 1상 완료·2상 보류) △골관절염 하이알원(HyalOne) △패혈증 SPTA-1 △디피실 감염증 SPTA-2 △COPD(신규 과제) 등이 있다. 

유제만 대표는 "동맥경화증은 사실상 치료제가 없고, 약물(로수바스타틴)과 운동·식이요법으로만 치료되고 있다. SP-8356은 전임상 마무리 단계인데, 앞선 동물실험에서 뇌 손상과 출혈·사망률을 70% 낮추고 혈관 내벽 비후도를 감소시켜 동맥혈관 탄성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들 물질을 포함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10개까지 확보하는 게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민족의 슬기·긍지로, 인류 건강을 위해"

신풍제약 창업자인 故 장용택 회장은 '민족의 슬기와 긍지로 인류의 건강을 위하여'라는 기업 이념 아래 원료부터 완제까지 의약품 전 공정의 국산화를 선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기생충 감염이 만연한 1975년, 광범위 구충제인 메벤다졸 국산화에 성공해 전세계 기생충 박멸사업에도 기여했다.

메벤다졸은 최근 항암 효과가 있다는 루머로 논란이 된 강아지 구충제 펜벤다졸의 유사체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암환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을 이용해 신풍제약에서 메벤다졸을 다시 생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유제만 대표는 "메벤다졸은 굉장히 오래 전에 개발됐고, 생산도 중단된 약이다. 항암 효과가 임상적으로 입증된 것도 아닌데, 루머에 편승해서 제품을 다시 생산하는 건 기업 윤리에도 맞지 않는다. 제약기업이 갈 길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또 "모든 제약기업이 인류 건강을 얘기하지만, 실제로 이 이념을 실천하는 회사가 얼마나 있느냐. 적어도 우리는 '민족의 슬기와 긍지로 인류의 건강을 위하여'라는 기업 이념을 실천해온 회사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모든 것이 한 방향으로 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바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약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유제만 대표이사는 누구?

1956년 경기도에서 출생해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에서 약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1년부터 2009년까지 동화약품 중앙연구소장,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제일약품 R&D본부장(부사장)을 역임했다. 

2011년 신풍제약 R&D 본부장으로 영입된 후 2014년 3월 신풍제약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동화약품 중앙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국산신약 3호인 방사선 간암치료제 밀리칸주 개발과 골다공증 치료제 DW1350 기술수출을 주도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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