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7월 유관단체 간담회 이어 업체들 불러 대책회의
지원책도 없으니 '일반약 패싱'까지 나올까 우려도

그래픽 = 이우진 기자
그래픽 = 이우진 기자

원료 가격 상승 등 완제 의약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정부가 최근 국내 제약회사들과 만나 일반약(일반의약품ㆍOTC)에 대한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업계는 현재 일반의약품의 제조 및 판매 구조 등을 봤을 때 마냥 가격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차라리 OTC 제품을 포기하는 것이 장사 논리에 맞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는 국내 제약사들을 모아 일반의약품 가격 인상 관련 대책 회의를 가졌다. 회의에는 복지부 측과 유관 단체, 일반약 생산 실적이 높은 몇 개 업체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내용은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으나, 감기약을 비롯한 주요 일반의약품의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일반의약품을 두고 진행한 간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복지부는 7월 박민수 제2차관 주재로 일반의약품 가격 인상 등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를 연 바 있다. 당시 회의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한국의약품유통협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병원약사회,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 등이 자리했다.

이때 정부는 '일반의약품 인상을 하지 않도록 각 제약사가 자체적 노력을 기울여달라'는 입장을 드러냈었다. 이런 분위기의 연장선에서 일부 일반의약품 판매 업체를 대상으로 최근 간담회를 진행한 것이다.

실제 일반의약품의 가격 인상 러시는 이어지고 있다. 최근만 해도 동화약품이 '후시딘'과 '판콜'의 공급가를 인상했거나 인상할 예정이며, 바이엘코리아의 카네스텐크림 역시 10월로 공급가가 인상된 상황이다. 동화약품 '까스활명수', 일양약품 '노루모'와 '위제로', 한독 '훼스탈플러스정' 등이 각각 공급가를 이미 인상했다.

업계는 정부의 가격인상 자제 요청과 관련,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소비자 물가지수에 감기약이나 피로회복제 등이 들어가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인상을 자제토록 하겠다는 발상은 일반약 판매까지의 흐름을 알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내놓은 발상이라는 것이다.

먼저 국내 주요 제약사가 보유한 일반의약품 중에는 상당수 제품이 위탁 제조를 맡겼다는 점에서 가격을 유지하기 힘든 구조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일반의약품은 전문의약품 대비 만드는 수가 적기 때문에 출시 과정에서 위탁사가 수탁사보다 낮은 지위를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실제 국내 모 제약사의 경우 자사의 처방용 의약품인 '밀크시슬' 제제 수급이 약 3개월 정도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그 원인은 제조를 맡긴 A사가 일반약 감기약 생산량을 늘리면서 정작 제제 출고가 밀렸었다.

더욱이 전문약과 마찬가지로 일반약 역시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 이들의 불만을 부르는 또 하나의 원인이다. 업체들의 경우 원료를 포함해 부자재 등도 많게는 최대 40%선까지 가격이 오른 상황이다. 특히 생약 성분 제제는 가격보다 수급 자체가 어려운 일까지 벌어지는 판국에 유통 비용과 마케팅 비용 등을 포함하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업계 내에서는 일반약 판매 자체에 장점이 없어 품목을 접는 경우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한 제약사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가기까지의 비용은 더욱 늘어나는데, 여기서 가격을 올리지 말라고 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OTC를 만들 이유가 없어져버린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나름 최소한으로 가격을 올려도 욕을 먹는 만큼 차리라 안 만드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안정 생산을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에는 회사가 이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전문의약품은 추가 공급을 하고 약가 인상이라도 받을 수 있다지만, OTC는 그렇지 않다. 회사도 땅파서 장사할 수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제품을 놓는 것이 오히려 제약사 입장에서 손해를 덜 것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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