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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학정보원 안상호 부원장의 '데이터 전환 호소문'

지난 15일 '2023 대한민국 약사학술제'와 약술제 개최 전 대한약사회 측 기자간담회 등에서 확인된 학술제의 가치는 단연 약사들의 직능 확대 방향이었다. 전문약사제도 시행에 있어 지역 통합돌봄 개입 및 지역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한 '통합약물관리' 전문약사, 프로 체육인 육성을 위한 엘리트 체육 및 일상생활 속에서 생활체육 활동을 영위하는 이들을 위한 스포츠 약사 그리고 병원, 약국, 산업 외에 약사들의 진로에 새로운 옵션을 제공하는 공직 약사가 그러했다.

그렇지만 가장 큰 의아함을 느꼈던 세션은 '디지털 전환' 관련 세션이었다. 처음 주제 발표에 나선 약학정보원 안상호 부원장은 자신의 시간 대부분을 디지털 전환 과정 설명에 할애했으며, 마무리는 다소 싱거웠다. 결국 △POS기를 사용할 것 △재고 관리를 시작할 것 △디지털 전환을 생각하고 있다면 전문가 의견을 수용할 것을 당부했다.

약학정보원 안상호 부원장
약학정보원 안상호 부원장

그 과정에서 안 부원장은 "약학정보원이 청구프로그램을 제공ㆍ관리하는 1만2000여개 약국 중 재고 관리를 하는 약국은 2000여개에 불과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품을 들여와서 제품을 공급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이들이 재고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과 그 같은 행위를 하는 이들이 국가 공인 면허를 취득한 전문가들이라는 점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재고 관리는 사업의 건전성과 지출ㆍ수익 효율화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제품의 △생산 △주문 △보관 △판매 △재입고의 연속적인 과정 속에서 소비자의 소비 행태를 파악하는데도 중요한 요소다. 재고 관리를 수행하지 않으면서 '약이 부족하니 약을 내어 놓으라', '현장에는 감기약이 없으니 생산량을 늘려라' 식의 주장은 다분히 일방적인 주문이면서 공급자에게는 수요를 예측할 수 없고, 무분별한 생산 후에 무분별하게 밀려오는 반품까지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대응 할 수도 없는 '떼쓰기'일 뿐이다.

한약 파동과 의약 분업, 비대면 진료 및 의약품 배송 등 보건의료계 대립의 대부분은 '안전성'과 '접근성ㆍ편의성' 구도였다. 이러한 대립은 한약사 배출, 기관 분업, 비대면 진료 일부 허용 및 약배송 불가 등 안전성과 편의성의 점접을 찾는 협상으로 마무리돼 왔다.

협상의 결론은 협상력이 좌우하며, 협상력은 대부분 협상자의 지위가 좌우했다. 약사 입장에서 1993년 한약 파동으로 '한약사'라는 새 직역을 만드는 것을 지켜본 것, 2000년 의약 분업 전면 시행을 '기관 분업'으로 이끌어 낸 것과 최근 비대면 진료에서 약 배달을 막아내고 있는 것 역시 결국은 협상력이 만들어낸 산물이었다.

그 협상력이 단체나 미디어, 정권이나 정책이던 때가 있었으며,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그렇지만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시대로 불리는 지금은 '데이터'라는 일발 역전의 카드가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POS 사용, 재고 관리, 디지털 수용을 하지 않으면 디지털 전환과 보건의료 데이터에 따른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은 불가능하다. 결국 약사 직능은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경고라고 하기에는 다소 따분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최근 사회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중요시 된 근거가 스마트폰으로부터 획득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과 질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비춰보면, 안 부원장의 디지털 전환 수용 당부와 이를 위해 준비해야 할 내용들은 '열심히 공부해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관성적인 당부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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