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회서 '건강보험 약제비 지출 현황 및 합리화 방안' 토론회
업계 "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 안에 혁신신약 진입 길 열어 달라"
정부 "달리 보면 다르다…총체적 관리 기전 필요성" 언급도

올해 중 수립돼 발표될 예정인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 안에 '혁신신약'이 진입할 수 있는 길을 넓혀달라는 업계의 요구가 국회에서 나왔다. 반면 정부는 재정환경상 어쩔 수 없는 측면과 실제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언급하며 업계와는 미묘하게 평행선을 달리는 분위기다.

4일 오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보건복지위원장과 고영인 보건복지위원회 간사가 주최한 '건강보험 약제비 지출 현황 및 합리화 방안 토론회'에서는 이른바 혁신신약의 국내 급여화의 길을 폭넓게 열어달라는 업계의 주장이 이어졌다.

이날 업계에서는 혁신신약의 빠른 접근에 힘을 쏟아달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앞서 환영사를 전달한 한국BMS제약 이혜영 대표는 "신약의 접근성을 위해 노력해 왔고 국민 보건 건강 증진과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가치를 만들어왔지만, 아직 신약의 접근성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며 "전 세계 출시된 뒤 1년 이후 도입된 신약의 비율은 6%에 불과하고, G20 하위권에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민 건강 담보와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을 어우러지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발제를 맡은 중앙대 약학대학 이종혁 교수는 '우리나라 신약의 약품비 지출 현황 분석 및 합리화 방안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공개하며 최근 10년간(2012~2021년) 급여된 신약 227개 품목의 재정지출 분석 결과, 최근 10년간 국내에 급여된 신약에 투입된 건보재정은 총 약품비 대비 약 8.5%로 낮았으며 건강보험 총진료비에서는 2.1% 수준이었다.

건강보험 등재시 경제성 평가, 경제성 평가 면제, 가중평균가 등에 따른 신약 재정 영향과 위험분담제(RSA) 체결 신약의 지출 비중, 중증질환 분류별 신약 재정 영향에서도 암, 희귀질환 등 중증질환 치료 신약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제성 평가 면제 및 RSA 대상 품목의 재정 지출도 전체 약품비 대비 각각 0.3%, 2.7%로 낮았다. 또 중증질환 분류에 따른 신약 재정 영향을 분석했을 때에는 중증·희귀질환(암, 희귀질환) 신약에 쓰인 약품비가 전체 약품비 중 3.3%에 그쳤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날 나온 최근 10년간 재정영향 분석 발표 내용 일부
이날 나온 최근 10년간 재정영향 분석 발표 내용 일부

이종혁 교수는 "우리나라 신약 접근성 개선에도 주요 선진국 대비 허가 및 급여율, 도입 속도 등의 접근성 지표는 좋지 않다. 특히 해외 도입 품목 중 국내 도입신약이 많지 않고 급여가 되지 않아 체감 접근성은 더욱 낮았다"며 "국내 진료비 대비 약품비가 23%로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며 진료비 증가에 비해 약품비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증질환 신약 접근성 확대를 위한 지출구조 합리화 방안과 약품비 이외의 다른 증가 요인으로 재정관리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도 업계와 환자단체는 이 결과와 같은 궤에서 증증질환을 비롯한 혁신신약의 진입을 가속화해달라는 입장을 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김진아 사무국장은 "치료제가 있는 질환 환우가 제도적 환경으로 인해 치료 접근성이 낮다. 이번 건강보험 종합대책에도 혁신신약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여기에 국민희귀질환센터 설립을 통한 대상 명확화 및 치료, 현행 경제성 평가 자료 제출 관련 규제 등 신약 접근성 강화와 연구 목적의 사용 승인 활성화, 신약 개발 활성화 조건 확충 등의 노력도 기울여달라는 것이 김 사무국장의 말이다.

한국존슨앤드존슨 황성혜 부사장은 한국의 혁신신약 재정 부담이 8.5%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낮은 등재가격, 약가 사후관리 등 신약 약가가 낮아지는 구조는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부사장은 "세계 10위권이라는 경제 규모에 맞게 신약의 신속 등재가 선진국 수준에 달하는 방안을 기대한다. 경쟁력을 갖춘 국내 신약 개발과 그의 접근성 강화로 인한 동기 부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적응증별 별도 약가 제도 등을 비롯해 중증 및 희귀질환 만큼은 신약의 접근성을 높이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제도적 개선을 통해 정부와 제약사 간의 균형을 맞추자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강진형 교수는 전체 건강보험 재정에서 신약의 신속한 의료보험 적용을 위해서는 규제기관-재정집행기관-제약사 사이의 대승적 합의, 항암제 건강보험상한 5% 비용 부담 등 지불체계의 제도적 혁신과 성과 방안, 관리 지출 방안 등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웅제약 강희성 실장은 "국내 신약의 경우는 외국에서 선발매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고, 또 나올 예정"이라며 "정부가 과감하게 국내 제약사가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도록 약가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있는 제도의 경우는 이미 정부가 디지털 의료기기 등에 선별 급여를 제공하듯 (의약품에 불가능했던) 최초 등재 후 선별급여화, 허가 초과 비급여 사용승인 등의 접근성 강화 등 접근성 자체를 높이는 방안 등을 고민해달라"고 말했다.

업계 등의 이같은 주장은 당초 9월설이 나왔던 정부의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발표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최근 건강보험료율 동결 등 재정 긴축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게 볼 만하다. 신약 접근성 확장과 더불어 빅파마가 한국 출시를 거부하는 '코리아 패싱' 문제에서 정부가 해결책을 내달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측면이 있어서다.

 

접근성과 재정은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정부 "다르게 보면 접근성 달라진다"

하지만 건보재정 관리를 맡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접근성 이슈의 키를 가진 보건복지부는 지금의 상황을 다른 차원에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최남선 약가제도개선부장은 "신약 접근성이 낮다는 것은 건보공단 역시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이같은 수치를 다른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과를 역산해보면 국내 허가약제의 약 67%가 급여화가 되고 있으며, OECD 평균 허가 약제와 급여 약제의 비율 70%를 계산했을 때 너무 낮은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우리나라의 허가율은 14%, 급여율 12%로 허가약제의 85%가 급여되어 OECD 평균 73% 높고, 항암제의 경우도 허가 약제 대비 77%가 급여돼 OECD 평균보다 높다. 진입 시점 46개월 역시 세계와 비교하면 너무 늦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남선 부장은 "신약 접근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신약 비율이 외국 대비 낮은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한다"며 "하지만 청구 데이터를 기반 자료로 보면 RSA 도입 이후 신약 성분이 204개 정도 등재된 상황에서 약 3조1200억원의 청구비가 나왔다. 2만3000개 24조원 중 1%가 안되는 약이 전체 약의 13%나 된다. 신약 약품비 증가율은 연평균 25%로, 총 약품비의 연평균 증가율 8%의 3배 수준이고 증가액도 5000억원으로 약품비 증가분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약제비 지출 관리와 접근성은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한 가지를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고 예측가능한 약품비 관리를 위해서는 포괄적인 관리기전도 검토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총액 관리 등이 신약의 접근성을 낮춘다고는 생각 안 한다. 신약이나 다른 약제들의 지출을 관리할 수 있을지 사회적 논의와 구체적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오창현 보험약제과장 역시 "10년치 데이터를 분석했고 의미가 있지만, 국가별로 제도 차이가 있다는 전제가 있다. 수출 등을 통해 정부에 합법적 리베이트 등을 통한 환수, 환자 보장성을 위한 국내 특유의 제도를 감안하면 국내는 비용적 측면에서 낮게 분석될 수밖에 없다"며 "작년과 올해 희귀질환 및 항암제 등재가 나오면 다소 달라질 수 있다. 다양한 차원에서 사회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이를 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담아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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