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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파마 노보 노디스크 품은 덴마크… '메디콘 밸리' 보유

"룬드벡(Lundbeck)은 조현병 및 우울증 등 중추신경계(CNS) 계열에 집중된 기업입니다. 2021년 기준 매출 3조원이 넘는 회사입니다. 룬드벡이 빅파마는 아니지만, 전체 매출 중 북미 매출이 50% 정도 됩니다. 저희 파이프라인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에이프릴바이오 관계자는 지난달 회사 온라인 기업설명회(IR)에서 덴마크 제약사 룬드벡과 파트너십을 이같이 밝혔다. 에이프릴바이오는 2021년 10월 룬드벡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인 'APB-A1(개발코드명)'에 대한 기술이전(L/O)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선급금은 1600만달러(약 190억원)였고, 마일스톤 달성에 따라 계약 규모는 최대 4억3200만달러(약 5180억원)다.

현재 국내에서 글로벌 진출을 선언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1순위 진출 지역은 단연 미국이다. 미국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 규모 1위를 차지하는 지역인 만큼, 합리적인 의사결정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미국이 아닌 글로벌 시장 규모 2위 지역인 유럽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 기업 입장에서 유럽은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며 "기업들이 유럽에 진출한다면, 유럽 내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럽 내에서도 제약 강국으로 우뚝 선 덴마크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산균의 나라로 알려진 덴마크는 인구수가 590만명에 불과하고, 면적은 우리나라의 절반에 못 미친다. 그러나 덴마크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강소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덴마크 제약바이오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은 비만 치료제 위고비, 삭센다를 품은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달 초 유럽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해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덴마크에는 빅파마 노보 노디스크뿐만 아니라 뇌질환 전문 제약사 룬드벡, 피부질환 전문 제약사 레오파마(LEO Pharma) 등 특정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특히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바이오 클러스터인 '메디콘 밸리(Medicon Valley)'가 위치해 있다. 메디콘 밸리 소속 기업들의 연합체인 메디콘 밸리 연합(Medicon Valley Alliance)에 따르면 약 80개의 바이오텍, 제약사 20곳, 메드테크 기업 100곳 등이 자리잡고 있다. 현재 메디콘 밸리에 위치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혁신신약(First-in-class)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우수한 연구개발(R&D) 경쟁력을 갖춘 덴마크 기업들과 손잡은 사례는 여럿 있다. 동화약품의 후시딘은 1980년 출시된 상처 치료제로, 덴마크 레오파마가 개발한 제품이다. 동화약품이 레오파마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제품 생산 및 판매에 나서고 있다. 후시딘은 상처 치료제 분야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 제품이다.

부광약품은 2014년 덴마크 신경질환 전문 기업인 콘테라파마(Contera Pharma A/S)를 약 34억원에 인수했다. 룬드벡은 2024년 에이프릴바이오의 자가면역질환 후보물질(APB-A1)에 대한 임상 2상을 진입할 계획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과거 덴마크 기업과 손잡아 유의미한 결과물들을 창출했다. 여러 국내 기업들이 유럽 제약 강국인 덴마크와 R&D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건 어떨까. 글로벌 다국적 제약회사 못지 않게 내실있는 기업들이 많은 곳에도 눈을 돌려보자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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