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약가인하 차액정산 갈등도 정부가 살펴야 할 몫이다

기등재약 재평가 및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으로 7800여 의약품의 보험약가가 지난 9월 5일 인하됐다. 이번 약가인하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약 3000억원 절감한다고 정부는 추산했다. 기왕의 대규모 약가인하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최일선 당사자 격인 약사회가 깃발을 들고 의약품 유통업체 등을 불러모아 △실재고 서류반품 △정산기한 11월을 골자로 합의를 만들어 냈다. 합의는 나왔지만 늘 그렇듯, 덜 해주려는 자와 더 받으려는 자간의 줄다리기는 이번에도 반복될 것이다. 약국을 기준으로 정산 받아야 하는 약가 차액이 평균 30~50만원 정도라니, 마찰의 강도는 낮아질 지 모르지만 이해 당사자인 약국, 유통, 제약 사이 벌어질 소소한 잡음들은 그 간의 경험으로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렇지 않아도 이런 저런 잡음들은 이미 진행 중이다.

약가인하 차액반품 만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해보면 당사자 격인 약국, 유통, 제약 중 어느 한 곳 피해자 아닌 곳이 없다. 서류상 반품이라지만 의약품 상거래 특성상 거래선이 많고 중복적인데다 낱알을 포함한 실물 확인 프로세스까지 고려하면 감당해야 할 행정적 소요는 만만하지 않다. 약국 단위에서는 소액이라 치부하고 포기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보상 단위가 커지는 유통 단계에 들어서면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제약이 제시하는 약가인하 정산의 기준 및 프로세스가 동일한 것도 아니다. 낱알까지 고려해 차액 분을 계산한 후, 이를 입증해 정산하고 정산 받으라 하니, “우리가 왜?”라는 탄식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반품 창고를 열어 보여주고 싶다는 하소연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그렇다고 제약에게 “다 떠안고 무조건 받아주라”고 말할 처지도 아니다. 약가인하 차액반품에서 제약이 짊어질 원죄라면 ‘만들어 낸 죄’ 밖에 또 있을까.

반복학습 결과 덕인지 대규모 약가인하로 인해 발생한 차액반품 갈등이 예전 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일은 또 아니다. 약국, 유통, 제약이 차액 정산을 놓고 와글거린 끝에 합의의 질서를 일부라도 잡아 놓는 동안, 약가인하 결정의 주체인 복지부가 무엇을 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서류상 반품을 합법적 행정으로 인정해주거나 약가인하 고시와 시행일 사이 며칠간의 말미를 준 것이 전부이다. 이 역시 현장이 여러 차례 주장한 끝에 미루고 미뤄 수용한 개선책들이다. 기등재약 상한금액 재평가 결과가 반영된 대규모 약가인하에 따른 보건의료 현장의 애로에 복지부는 왜 제3자가 되어 방관해도 되는지, 마땅한 답을 찾기 어렵다. 9월 1일 약가인하를 고시하고 그 시행을 나흘 뒤인 9월 5일에 하는 것 정도로 현장의 문제점이 없어진다고 생각한 것일까. 정책 시행의 결과를 이해 당사자들끼리 모여 해결하라고 방관하는 것이야 말로 갑질 중의 갑질 아닌가. 3000억을 절감한다고 자랑할거라면 함께 머리를 맞대는 행정 서비스 정도는 해줘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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