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차관 "내년도 사업 추진" 이어 업계 22개 참가의향까지
전문가도 회사도 AI기업도 '협업 없인 성공 없다' 한목소리

수년간 업계가 노력해왔으나 구체적으로 쉬이 드러나지 않았던 AI 신약개발에 업계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복지부가 지난 3월 보건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신약개발을 돕는 K-멜로디 사업에 힘을 쏟겠다 밝힌 가운데 난관으로 여겨졌던 제약업계가 협업을 외치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업계 안팎이 모두가 협업을 외치는 이 때 정부의 움직임에도 불이 붙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업계와 정부의 한 목소리는 지난 19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제약바이오 AI 혁신 포럼'에서 나왔다. 특히 이 날 행사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노연홍 회장의 개회사에서부터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꾸려졌다.

좌측부터 노연홍 회장, 박민수 차관.
좌측부터 노연홍 회장, 박민수 차관.

노 회장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그러한 예측을 바탕으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정부가 지난 2월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전략을 통해 제약바이오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적극 지원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연합학습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지원사업인 K-멜로디(MELLODDY)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제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모아 성과를 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그는 "연합학습 기반 AI 모델이 단독 AI 모델에 비해 성능개선 효과가 있다는 것은 EU MELLODDY 프로젝트에서 확인됐다. 한국형 MELLODDY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연합학습 기술을 상용화하고 신약개발 데이터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신약개발의 생산성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 회장의 말은 실제 그동안 AI 신약개발 분야에서  여러 노력은 있었지만 이번에 국내 주요 22개 제약바이오기업이 K-멜로디를 위해 참가의향을 밝히는 등 사업이 본격화 가능성을 높이는 가운데 지금이 더없는 기회라는 뜻이다.

 K-멜로디(MELLODDY) 사업 
 

K-Machine Learning Ledger Orchestration for Drug Discovery의 줄임말로 지난 2020년 6월 암젠 등 10개 제약사, 유럽 주요 대학, 바이오 스타트업이 참가한 머신러닝 기반 데이터 플랫폼인 멜로디의 한국판이다.

물리적 데이터 공유 없이 다기관 데이터 활용·협력이 가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연합 학습 기반 다기관 데이터의 안전 공유 체계 구축을 시작을 AI 고도화, 시장 선점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축사를 맡은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 역시 "최근 우리 기업들 사이에서 AI 신약개발 관련 연구와 기업간 협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며 "유럽 등 글로벌 제약산업에서 보듯이 우리도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해서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신약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신약개발의 핵심은 양질의 데이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R&D를 준비해 AI 신약개발 가속화를 지원하겠다"며 2023년 신규 기획에 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주관으로 K-멜로디 사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혼자만 열심히 하는 AI 한계 있다'

한국인 대상 신약개발 위한 데이터 필요

이어진 발표에서도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결국 국내 시장을 위해서는 협업만이 살 길이라는 업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연합학습을 강조한 카이스트 예종철 교수는 해외 시장에서의 사례와 의료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사례 그리고 국내에서 향후 신약개발을 위해 연합학습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가령 국내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의 경우 의료 현장에서는 수요 대응이 어렵고 데이터를 다시 응용해야 한다는 점, IRB와 MOU 과정 등을 하나하나 검토해야 해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서 민간 데이터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연합학습이라는 개념이 의료업게로 도입됐지만 형식이 다른 전자의무기록을 같은 형태로 묶는 과정이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즉 이를 봤을 때 향후 신약개발과정에서는 각 데이터를 통일하고 편향성을 해결해 데이터 자체가 의미를 가지게 만들고, AI가 이를 통해 상호간의 데이터를 습득해 자체학습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도우미 될 것이라는 뜻이다.

중앙집중적으로 한 AI가 가지는 데이터는 오히려 한계를 부를 수 있는 이상 여타 AI와 함께 시너지를 노려야 한다고 예 교수는 말했다.

예 교수는 "과거에는 '(연합학습을 통한)자기주도학습'의 성능이 어떻게 좋을 수 있냐고 물었던 상황이지만 지금은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것이 더욱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하나를 모으는 것보다 서로 공유를 하는, 이를 통해 엔드-투-엔드로 학습했지만 잘 되지 않은 것들의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업계가 서로의 목적인 협업을 중요한 가치로 여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 교수는 "중요한 것은 동기부여다. 회사가 무엇을 위해 자신들의 데이터를 열어줘야 하느냐의 당위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약사의 수요를 맞추는 모델을 함께 연합하면 모두가 좋고 개발 성공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발표를 맡은 발표를 맡은 숭실대학교 김상수 교수는 이와 함께 K-멜로디 사업의 기본이 될 데이터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리제네론과 GSK가 엑솜 시퀀싱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인 UK바이오뱅크는 2006년부터 10년간 50만 명을 조사했다"며 "국내에서 이런 것을 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한국인 GWAS와 eQTL는 등에서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해외 시장 내 연구가 서양인 데이터 위주인 상황에서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은 유전형 구조의 차이로 이같은 결과를 직접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기존 사업 역시 개별 연구자의 데이터를 모은 것으로 직접적인 GbDD 활용은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데이터 생산 사업이 필요하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좌측부터 예종철 교수, 김우연 센터장, 한태동 상무.
좌측부터 예종철 교수, 김우연 센터장, 한태동 상무.

 

"이제는 제약바이오-AI 협업에 상호이해도"

협업 통한 성과 필요성 주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 김우연 센터장은 좀 더 구체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최근 몇년 간 불어왔던 AI 신약개발의 바람에서 국내 제약업계가 좀 더 주도권을 가지기 위한 단서를 연합학습에서 찾았다.

지난 2018년 이른바 '알파고' 이슈로 불붙은 AI 신약개발은 이미 2020년 2억 7700만 달러에서 2027년 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연평균 성장률 역시 45.7%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전체 시장내 투자 및 펀드 약 50%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아스트라제네카 등을 비롯한 자국 내 주요 제약사의 움직임이 강한 영국, 아시아권에서도 구각을 보이는 중국 등의 영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좀 더 세부적으로만 봐도 AI로 개발된 신약 관련 파트너십 건수는 232건에 달한다. 제약기업과 AI 기업 간 협업에서 올해 1분기 기준 27건으로 가장 앞서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등을 비롯해 이른바 글로벌 빅파마가 AI를 활용한 타깃을 발굴하고 약을 개발하는 현재 상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가운데 등장해 2022년까지 약 3년여에 걸쳐 아스트라제네카, 암젠, 바이엘 등 유럽소재 빅파마 10개 기업 등 17개 기관이 참여한 EU 멜로디는 연합 개발을 위한 협력 모델로 개별기업 AI 모델보다 최대 4%의 성능을 향상하는 결과를 낳은 바 있다.

국내 시장 역시 29개 AI 신약개발 기업이 2022년 기준 누적 6000억 원의 투자를 받았고 15개 AI기업의 신약파이프라인 역시 총 104건에 다다라 이 중 7개가 임상 단계에 접어드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대부분이 타깃 및 후보물질 도출단계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정부가 2023년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통해 이른바 '한국형 로제타필드'를 구축하고 K-멜로디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단계별 협업과 가시적인 성과가 부족하고 인력·기술·데이터·투자 등에서 아쉬움이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 센터장은 향후 AI 신약개발 분야를 성공시키기 위해 △수요-공급을 맞추는 연구를 통해 단기 성공사례를 축적하는 한편 △연합학습의 기술을 활용해 민간-공공 데이터 활용을 활성화하고 △신약개발의 단계별 AI 로드맵을 구축해 공동연구 및 투자를 더욱 활성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업게에서는 이와 함께 제약바이오분야와 AI  분야가 서로 조화롭게 신약개발 과정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동아에스티 한태동 상무는 먼저 국내에서 고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제약사의 경우 영업이익부족으로 신약개발 투자비 증가가 어려워 '높은 위험만큼 높은 가치로 돌아오는' 신약개발에서 AI의 필요성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의약품'이 가지는 물성 및 독성을 파악하고 있는 제약바이오와 AI 업체가 조화가 필요하다는 소신발언을 던졌다. AI기술을 상대적으로 낮게 보는 업계와 약의 특징을 고려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AI 업체 등이 서로 협업을 위해서는 상호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K-멜로디는 많은 기관 혹은 회사가 가진 데이터를 통해 데이터가 부족한 AI기업과 데이터는 많지만 AI기술 적용이 어려운 제약바이오기업이 정부기관 주도화 속에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주요한 단서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한 상무의 설명이다.

한 상무는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신약 개발 역량을 높이고 있다"면서도 "꾸준히 해외 시장과 연구비 격차가 벌어지는 만큼 K-멜로디 등의 사업이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AI 신약개발 기업 스탠다임의 김한조 이사는 개발 과정에서 비즈니스/기술/데이터 차원에서 설명하면서 각 분야에서 바람직한 협업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조율할 수 있는 코디네이터의 중요성, 기업이 가진 고유의 방법론 도입, 그리고 데이터의 연합과 학습 마지막으로 이를 위한 투자과정이 모두 담겨야 한다고 평했다.

김 이사는 "현재까지 AI 신약개발로 허가를 받은 이는 전세계에 한 명도 없다. 2상이 가장 잘 나가는 것이고, 3상(베네볼렌트의 아토피치료제) 역시 효과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나머지는 리포지셔닝이다. 누가 AI 신약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상상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면 AI를 사용해 허가를 받고 성과를 받는 이들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회사의 잠재력을 믿는 협업과 투자가 맞아떨어져야 사업적인 성공을 끊임없이 만들어 낼 수 있다"며 협업 과정과 함께 투자 역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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