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현 약사, AI 챗봇 대한 약사의 역할 피력
"약국과 약사의 본질인 '환자 케어' 역할에 집중해야"

 검색 끝판왕 구글, 넌 괜찮아? 눈 떠보니 챗 GPT 세상  

구글과 네이버에서 궁금증을 해소한 게 어제인듯 한데, 사람들은 유튜브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가까스로 유튜브에 익숙해 졌는데, 이젠 Chat GPT라고 한다. Who are you, Chat GPT?

① 한 아이를 둔 엄마 기자, 챗 GPT 입문
② 약사와 환자 소통 전문가가 본 앞 날
③ 지역 주민 건강서 역할 찾았던 약사의 눈 

성기현 약사는 서울 노원구에서 이화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근무약사로 일한 기간까지 합하면 19년 째 한 자리를 지켜왔다. 성 약사에게 '인공지능'과 '챗봇'에 대해 의견을 물은 이유는 국민에게 필요한 '약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걸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는지 답해줄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였다. 

누구보다 지역사회와 밀착된 약사로 살아오며 최근 수년 간 의약품 부작용 보고와 환자안전보고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온 성 약사에게 '대화하는 인공지능'은 어떤 존재일까. 

성기현 약사
성기현 약사

약사님, 챗GPT 알고 계시죠? 사용해보셨어요?

네, 물론입니다. 뉴스에서 접하고 저도 가입해 요즘 자주 활용하고 있어요. 약국에 틀기 적합한 치유음악이라던가 여러가지를 확인 차, 궁금증 해결 차 물어보았는데 정말 그럴듯 한, 때론 아주 정확한 답을 하더라고요. 약물 관련해서도 질문을 넣어보았는데, 상당히 근접한 답을 내놓기도 하고 부족한 부분도 볼 수 있었고요, 재미있게 이것저것 질문하며 살펴보는 중입니다. 앞으로 더 많이 좋아지겠죠. 

 

'재미있다'고 표현하셨는데, 의료 소비자들에게 얼마만큼 효용 가치가 있을까요? 

지금은 미흡하지만 앞으로 정확도나 신뢰도가 점점 높아지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편리하고요. 이 점에서 여러 방면에서, 특히 의료 약료 분야에서는 널리 쓰일 수 밖에 없을 거에요.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벽오지에 있는 국민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이 툴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챗GPT가 근거 중심의, 더 높은 수준의 소스를 탑재한 정확한 답을 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야 하고요. 

 

전문가들도 챗GPT을 이용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아직은 챗GPT 답변 수준이 전문가 영역에 한참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의료 소비자도 이용하겠지만 전문가인 약사나 의사도 이 툴의 도움을 받게 될 겁니다.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니까요. 오픈AI가 더 많은 소스와 고급 정보원을 포함한 수준 높은 서비스를 곧 공개한다고 발표했죠. 앞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빠른 시일 내에 의약사도 참고할 만한 답변을 인공지능 챗봇이 할 수 있을 거라 봐요. 

구글 번역기도 보세요. 처음 출시됐을 땐 모두가 비웃을 만한 형편 없는 번역본을 내놓았지만, 수많은 스터디와 정보 수집을 통해 지금은 번역 정확도가 아주 높아졌어요. 챗GPT는 그보다 빨리 성장할 거라 봐요. 우리가 지금 챗GPT에서 발견할 수 있는 부분적인 오류를 이유로 앞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무시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픈AI'사가 출시한 인공지능 챗봇 'chatGPT'. 회원가입 만으로 누구나 질문을 입력하고 인공지능이 도출한 답을 구할 수 있다.
'오픈AI'사가 출시한 인공지능 챗봇 'chatGPT'. 회원가입 만으로 누구나 질문을 입력하고 인공지능이 도출한 답을 구할 수 있다.

잠재력에 대해서는 누구나 동의하는 분위기예요.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의료 소비자에게 많은 이점이 있겠죠.

챗봇이나 인공지능이나 모두 '툴(tool)'일 뿐이에요. 스마트폰이 일반화되기 전후, 네이버 지식in이 생겨나기 전후, 약정원 의약품 검색 앱 출시 전후를 생각해보세요. 그 전과 후, 의료 소비자의 정보 접근성과 의약사 역할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챗봇도 의료 소비자가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돕는 도구에 지나지 않아요. 이제는 도구만 잘 다룰 줄 알게 되면 누구나 고급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말인즉슨, 도구가 있기 전에는 전문가와 일반인이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있었다는 뜻이죠. 의약사는 정보의 우위를 점하고 의료 소비자에게 정보를 주고 가르쳤어요. 두 관계가 동등하다고 볼 수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의료 소비자에게 좋은 도구가 쥐어지고, 소비자와 의약사가 동등한 수준에서 대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건 분명 긍정적인 발전입니다. 약사는 의료 소비자에게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정보를 줄 수 있게 됐고, 소비자도 더 좋은 환경에서 케어받을 수 있게 됐어요. 어른이 아이와 대화할 땐 대화 수준에 한계가 있지만, 어른끼리 더 깊이있는 대화가 가능하죠? 소비자 수준이 높아지면 전문가도 더 양질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지금도 환자들을 대할 때 '이전보다 똑똑한 의료 소비자'로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약물에 대해 잘 알고 잘 복용할 수 있게, 건강 관리의 전문가가 될 수 있게 알고 있는 많은 걸 소비자들과 공유합니다. 이제 그 역할을 인공지능이 해줄 수 있게 됐으니 저는 한편으론 반가워요.

의료 소비자에게 유리한 상황인 건 맞습니다만, 의료 소비자가 전문가와 동등한 수준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전문가는 위협을 느낄 수 밖에 없을텐데요. 그래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일부 전문가들에게 반감을 사고 있고요. 인공지능이 전문가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보세요?

'약사 영역을 치고 들어온다', '역할을 대체한다'는 건 적합하지 않는 말이라 생각해요. 그저 역할이 달라져야 하는 거라 봅니다. 

이제 정보를 모두가 공유하고 확인할 수 있게 됐으니, 약사는 환자에게 정보 그 이상의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건 이제 약사 자질의 기본 중에 기본이 된 거죠. 의료 소비자가 약을 잘 이해하고 잘 복용할 수 있게, 건강 관리를 위한 동기를 얻을 수 있게 약사가 새로운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의료 소비자가 '이런이런 정보가 있던데요?'라고 질문한다면 무시할 게 아니라 '이런 부분에선 맞지만 이런 부분에선 적절치 않다'라거나, '정확한 답이 무엇인지 우리 같이 찾아보자'라며 소비자 의견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정보 만으로는 의료 소비자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근거 중심의 '팩트'를 가지고 이게 왜 중요한지, 왜 해야 하는지 소비자를 설득해야 합니다. 이제는 약사가 챗GPT 이전보다 소비자와 더 밀착해 끈끈한 라포를 형성해야 하는 때입니다.

정보만 전달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비로소 약사가 진정한 '건강 코치'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시대가 된 거죠. 많은 도구와 수단이 발달하면서 전문가가 비로소 직업 윤리에 기반한 올바른 코칭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술의 발달은 그래서 의료 소비자와 의약사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합니다. 반대로, 환자와의 라포를 형성하지 못하거나 환자보다도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전문가는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거예요.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환자에게 얼마만큼 진정성있게 다가가느냐에 약사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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