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무식 속 메시지, 신성장·선순환·ESG 등 강조
사업 구체화부터 구성원 의식 다지기도

코로나19 분위기가 조금 수그러든 가운데 맞은 제약업계시무식 신년사에는 이루지 못한 실적이나 실행하지 못한 사업까지 아쉬움과 희망, 도전이 고스란히 담겼다. 신년사를 보면 올해 기업들이 '무엇'을 할 것인지 유추할 수 있다. 2일 국내 주요 제약사의 시무식 풍경을 스케치했다.

AI 신약부터 디지털치료제까지
신성장 힘주는 업계

종근당은 신성장 동력 발굴을 목표로 세웠다. 회사 이장한 회장은 올해 경영 목표를 '첨단 기술 기반의 신성장 동력 발굴'로 제시하며 "디지털 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디지털 치료제(digital medicine)과 맞춤 의약품 등 신사업 영역을 개척하는 한편 인공지능(AI) 플랫폼을 통해 초기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신약의 작용기전을 탐색하는 등 정보기술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전력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지난해 회사가 동일하게 신약 개발을 외쳤지만 이번에는 신약개발이 아닌 '신성장'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이다. 이미 시장에서 관심이 몰리고 있는 분야에서도 힘을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종근당의 2023년 시무식 모습
종근당의 2023년 시무식 모습

최근 '펙수클루'와 '엔블로' 등 연이어 신약을 출시하는 대웅제약은 '혁신 신약 플랫폼 강화'라는 콘셉트를 제시하며 그 흥을 더 돋우는 분위기다.

대웅제약은 "국산 34호 신약 펙수클루의 성공적인 출시와 더불어 국산 36호 신약 엔블로 허가 획득으로 2년 연속 신약 허가 승인이라는 성과를 통해 대웅제약의 탄탄한 파이프라인을 대내외에 확실히 각인시켰다"고 자평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경영방침에 고객 가치 향상, 도전과 변화를 주도하는 인재 육성, 혁신 신약 플랫폼 강화를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대,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육성 등 4개 항목을 정했다.

특히 회사는 혁신 신약 플랫폼 강화를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대를 위해서 글로벌 신약 개발 성과가 지속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글로벌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써 나아가는 펙수클루, 엔블로와 함께 특발성 폐섬유증, 자가면역질환, 항암제 신약 등 치료적 미충족 수요가 큰 분야에서의 계열 내 최고·계열 내 최초 신약 개발 및 글로벌 제제 성과 고도화를 통해 글로벌 빅 파마로서의 도약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대웅제약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협력을 통한 기술 혁신을 더욱 가속화, 혁신적인 국내외 파트너들을 지속 발굴하고 동반 성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동성제약은 더 큰 도약을 준비하는 세가지 계획으로 △브랜드 이지엔과 허브 마케팅 강화로 염모제 시장 리딩 △이산화염소수 방역을 통한 K-방역 선도주자 도약 △광역학(PDT) 췌장암 임상 연구 등을 꼽았다.

실제 이지엔의 경우 해외 시장 진출에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며 광역학 치료는 회사가 회사의 중심사업으로 '밀고 있는' 분야다.

이양구 대표이사는 "브랜드 이지엔과 허브 마케팅을 강화하여 염모제 시장의 트렌드를 리드할 것이다. 지난해 이루었던 글로벌 시장 확장과 더불어 매출 신장에 힘쓸 예정"이라며 "이산화염소수 방역 사업의 경우 친환경 살충제 '비오킬'의 성공신화를 바탕으로 K-방역 선도주자로 발돋움하겠다"고 강조했다.

광역학(PDT) 연구에 대해서도 계획을 전하며 전통 제약 바이오 회사로서 자리매김을 공고히 할 것이라는 의지를 전하기도 했다.

 

사업부 재편·수익성 등 내부 다지기

성장 위한 '선순환' 방점도

반면 업계 안팎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내부를 다듬고 '선순환'을 목표로 하는 곳도 있다. 일동제약그룹은 본사에서 연 시무식을 통해 올해 경영지표를 '사업구조의 질적인 도약과 혁신'으로 정하고 3대 경영방침에 △품질 최우선 △수익성 증대 △생산성 향상을 내걸었다.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각 사업별 경쟁력을 제고하는 동시에 목표 달성과 수익 창출 등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인데 트기 R&D 분야에서 신약 파이프라인과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 투자 유치, 개발 진행 속도 향상, 상용화 및 수익 실현이 서로 연계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또 생산부문에서 외부 환경과 대응하는 경쟁력 강화 및 제조원가 절감 노력을 극대화 하는 한편, ETC(전문의약품)와 CHC(컨슈머헬스케어) 등 영업 마케팅 사업부문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성 증대 및 수익성 제고에 역량을 기울일 계획이다.

일동홀딩스 박대창 대표는 "지난 한 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사업 매출 신장, 신약 개발 진척, 기업 가치 향상 등 가시적인 성과를 이뤘다"며 "각자의 위치에서 헌신해 준 임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올해 역시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위기의식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경영목표 100% 달성 및 R&D 성과 도출을 위해 뛰어 달라"며 "창의와 몰입의 자세로 새해 업무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동제약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상대적으로 경영 환경에서 좋지 못했던 상황이다. 내부적인 강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위기감과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동제약그룹의 2023년 시무식 모습

제뉴원사이언스는 별도의 시무식 없이 이삼수 대표의 신년사로 업무를 시작했다. 이삼수 대표는 "올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한마음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며 "생산, 품질, 연구, 개발, 영업, 지원 모든 부서가 원리 원칙을 지키고 유기적으로 순환하며 일할 때 제뉴원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뉴원은 올해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 대한 신제품 발매와 더불어 기존 보유 제품의 성장률을 극대화하고 연구개발 서비스를 확대해 CDMO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제뉴원의 경우 지난 2022년 시설 신규 투자를 비롯해 여러 일이 있었던 만큼 회사 내 일체 의식을 통해 성장을 지속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진제약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금 직원들의 힘을 모아달라는 의지를 전했다. 삼진제약 측은 올해 역시 국내의 사회적 불안과 혼재된 글로벌 유동성 그리고 고금리 등으로 인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예측되고 있지만 다 같이 합심해 새 기회를 찾자는 점을 언급했다.

눈길을 끈 것은 회사 최용주 대표이사가 밝힌 조직 재정비와 핵심역량 강화. 기존 주력품목의 성장과 함께 올해 신규 발매 예정인 당뇨 및 내분비계 품목의 성과 창출에 힘을 쏟자는 것이다.

또 해외 시장 신규개척을 비롯해 지난해 증설한 오송공장 가동 정상화, 오픈이노베이션 등을 통해 글로벌 신약개발을 앞당길 수 있는 체제를 갖추자는 것이 최 대표이사의 설명이다.

최용주 대표이사는 "올 한해도 수많은 위기를 마주하겠지만 질적 성장을 통해 내실을 더욱 강화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위한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한다면 우리는 분명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며 '안정적인 성장을 통해 토탈 헬스케어 기업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삼진제약 역시 3분기까지의 매출이 상대적으로 아쉬웠던 상황에서 외부 상황에 따른 위기감을 일단 극복하는 데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의 2023년 시무식 모습.
유한양행의 2023년 시무식 모습.

유한양행은 자사의 기업비전인 'Great & Global' 달성을 위해 2023년 경영지표를 무결성(Integrity), 진보(Progress), 효율성(Effiiciency)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제약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아쉬운 경영성적을 받아든 유한양행 역시 조직 문화를 다지면서 기회를 잡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회사의 핵심 덕목인 정직, 신의, 성실이라는 무결성을 기반으로 목표를 위한 진보 그리고 효율성 있는 능동적 활동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조욱제 사장은 "올해 역시 작년의 기조를 이어 여전히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임직원 모두가 회사의 핵심가치인 진보와 무결성을 기반으로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R&D 역량 강화와 미래 지속성장을 위한 신규 투자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제2, 제3의 렉라자를 조기에 개발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유망 파이프라인의 도입과 기반기술의 확장을 통해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C녹십자는 허은철 대표의 신년사로 시무식을 대신했는데 지난 해에 이어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면서도 내부 구성원의 의지를 모으는 데 좀 더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허은철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창립 후 56년의 시간 속에서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다져온 시간이 겹겹이 쌓여 성장을 위한 양질의 연료가 됐고 목표를 향해 도약할 수 있는 견고한 디딤돌이 됐다"며 '이제 다시 청년의 심장으로 목표를 향해 다시 한 번 뛰어오르고자 한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지속해온 끈질긴 도전의 시간처럼 불가능해 보일수록 더 악착같이 달려들고 어려울수록 포기를 모르는 도전의 DNA를 다시 흔들어 깨울 때라고 강조했다.

GC녹십자의 신년사는 지난 2021년 백신유통 분이 빠지면서 2022년 3분기 다소 하락한 성적표에도 헌터라제의 성장을 비롯해 전반적인 흐름이 나쁘지 않다는 점을 내세워 구성원의 의지를 고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그룹의 2023년 시무식 모습.
한미약품그룹의 2023년 시무식 모습.

지난 해 좋은 성적에도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한미약품은 '새로운 50년, Global 한미!’'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구성원의 의지를 모아주길 당부했다. 한미약품그룹은 사내 업무망으로 2022년 성과와 2023년 새로운 비전 등 내용이 담긴 시무식 영상을 시청했다. 

송영숙 회장은 "임성기 선대 회장은 50년 전 문전성시를 이뤘던 동대문 임성기약국을 뒤로 한 채 '창·의·행'(創·義·行, 창조적으로, 정의롭게, 행동할 것) 정신을 가슴에 품고 한미약품을 창업했다"며 "인간존중과 가치창조를 경영이념으로 삼아 비전을 향한 도전의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반세기가 임성기 선대 회장의 역사였다면 앞으로 다가올 반세기는 한미약품그룹 임직원이 만들어가는 새 역사로 기록돼야 한다"며 "한미의 새 시대가 열리는 2023년, 임성기 선대 회장을 뛰어넘기 위해 다 함께 힘을 내보자"고 독려했다. 

송 회장은 신년사 말미에서 "임성기 선대 회장을 뛰어넘는 일이 그가 우리에게 간절히 바라는 일이며 우리 모두 반드시 이뤄내야만 하는 숙제"라며 "새로운 50년 역사의 주인공이 된 여러분들의 당차고 담대한 도전과 혁신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일양약품은 성장의 '기반'을 강조하며 회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성원의 힘을 모아달라 당부했다.

회사 김동연 사장은 비대면 시무식을 통해 "지난 FY52기는 여전히 상존하는 코로나와 불확실성으로 쉽지 않은 과정의 연속이였지만 임직원 모두의 헌신과 현장의 굵은 땅방울로 위기 앞에 더욱 강해져 있는 일양을 확인하는 회기였다"며 "국내 제약산업의 새로운 비전제시와 함께 중장기적 양적·질적 성장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단 1%의 가능성도 포기하지 않는 임직원 모두의 인내와 꾸준함, 목표 가치 달성을 위해 청출어람을 당연시하는 건강한 조직문화, 부서별 서포팅 시스템을 가동하여 조직마다 점 되는 기업문화 등을 필요로 하며 "그 어느 때보다 제품력과 수익성, 고객 가치와 기업이윤 등 성취하고 성장되는 53기 회계연도가 되자"고 전하기도 했다.

 

올해도 ESG

동아쏘시오홀딩스의 2023년 시무식 모습
동아쏘시오홀딩스의 2023년 시무식 모습

업계의 또다른 관심 분야인 ESG를 강조하는 곳도 있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정재훈 대표이사는 본사에서 열린 2023년 시무식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동아쏘시오그룹의 철학이며, 변함없는 목표"라는 점을 강조했다.

창의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격의 없는 소통의 시작을 강조하고, 모든 구성원의 인권이 존중받고 행복한 몰입을 추구하기 위한 인권경영의 적극적인 실천과 사회와 기업 시장에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길 독려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정재훈 대표이사는 '2023년은 동아쏘시오그룹 100주년을 향한 첫걸음의 해"라며 "포부와 용기를 가지고 각자의 일에 성실히 임해 주시기를 바라며, 동아쏘시오그룹 가족을 포함한 이해관계자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희소식이 가득한 2023년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이미 지난 해 온라인 시무식에서 ESG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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