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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아야 할 약사 현안은 데이터를 요구한다

약사와 약국과 관련한 현안이 어느 때보다 많다. 내부적으로 최광훈 대한약사회 집행부는 선거 때 협력 관계였던 약사미래를준비하는모임과 갈등을 겪고 있으며, 외부적으로 보건의료시스템 안에서 약사 역할과 한시적 비대면진료에 이은 비대면진료 제도화, 화상투약기와 편의점 상비약 자판기 등과 직면해 있다. 내우외환이다.

역대급이라 할 수있는 위기 속에서 대한약사회의 대응은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외부에서 이어지고 있는 변화에 약사단체는 매우 취약한 모습이다.

원인으로 소극적 대응, 갈등으로 불안해진 내부 결속력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제일 큰 원인은 데이터 부족이다. 데이터를 근거로 입증해야 하는 시대지만, 그간 외부의 찌르기를 '전문적 영역'으로 일축해 왔던 전문가 집단에게는 데이터를 누적할 이유도, 누적할 방법과 분석할 능력도 쌓지 못했다.

 

막아야 할 현안은 데이터를 요구한다

예를 들어 비대면진료는 도입 취지는 공감하나 약 전달 만큼은 약사 손으로 이뤄져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서 약사들이 기대고 있는 것은 현행법인데, 법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약 배송은 약사법을 위반하는 행위이며, 환자의 안전한 의약품 복용에 큰 우려가 예상된다"는 의견보다 "약사법을 위반하는 행위이며, 실제 배송으로 전달된 약의 00%는 배송 과정에서 파손·분실된 것으로 나타났다"로 반론을 펼치지 못한다면, 실증특례를 막을 힘은 생기지 않는다.

'약사법상 위법하다' 뿐인 약사회 반대논리 앞에 낡은 규제를 뜯어 고치자는 정부가 등장했고, 규제를 뜯어고치는 방식은 실증특례다. 

공공심야약국 역시 효과성에 의견이 분분했다. 재작년 국감에서 당시 보건복지부장관이 공공심야약국은 실효성이 없다고 발언하는 등 수모를 겪기도 한 공공심야약국은 현재 법안 발의가 진행중이며 전액 삭감됐던 예산은 현재 35억원으로 재편성 돼 의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심야약국 필요성 자체는 인정받고있다 할 수 있다. 밤에 문을 여는 약국는 당연히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 그렇지만 이것이 정부예산을 받아 진행하는 사업이라면 그것이 경제적 시작 접근을 지양해야하는 보건의료제도라 할지라도 환자에게 얼마만큼 효과가 돌아갔는지는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공공심야약국 관련 공개된 데이터는 단순 만족도 통계가 대부분이다. 응답자 다수가 만족해 필요성을 확인했다는 수준인 것이다. 하지만 이를 수치로 증명하고 분석한 데이터는 등장하지 않는다.

만약 공공심야약국 도입 지역의 응급의료이용률 변화 등이 발표됐다면 관계부처장이 실효성이 없다는 발언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같은 면에서 보건의료시스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의사들은 전문적인 정책연구기관을 설립해 데이터와 연구결과물들을 생산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 보고서들을 살펴보면, 진찰시간과 진료 만족도·소진(Burnout) 을 분석해 진찰시간을 고려한 보상제도 논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일본 등 해외 원격의료정책 현황 연구를 통해 제도화를 선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된 의사, 일반검진에 정신건강 고위험 근로자 조기선별 필요성 등 추후 정책에 관여할 수 있는 근거들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심야약국과 다제약물관리사업 등 약사사회가 보건의료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사업이 시행되고자 하는 지금이야말로 약사사회 역시 약국 기능과 약사 역할을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 축적이 시급하다.

 

데이터는 곧 공신력을 만든다

또한 데이터는 다제약물관리사업과 내년 4월 시행 예정인 전문약사제도와도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알려진대로 전문약사제도 과목 확정에 갈등을 빚고 있는 대표적인 부분은 지역약료서비스다. 약사에 대한 공신력과 영향력은 인정할 수 있으나 이를 교육·수련하고 인증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약국이 없다는 것이 치명적이다.

의약분업 시행 이후 약국 상대가치항목이 20년간 고착화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7월 국회토론회에서 의약품정책연구소 서동철 소장은 △방문약료 △다제약물관리 △DUR 약물 모니터링 △알레르기·이상반응 모니터링 △향정·마약류 정보관리 등 기존 약국 상대가치항목으로 분류되지 않는 5개 약료 서비스의 상대가치점수 산정 연구결과를 공개하며 신설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렇지만 이날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해당 서비스들이 과연 어떤 경제성을 보일 수 있는 가 반문했다. 행위가 구체적으로 얼마만큼의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를 입증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약사 가치를 정량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요구는 전문약사제도에서도 필수사항이다. 이달 초 대한약국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는 내년 시행될 전문약사제도는 현재 민간기관(한국병원약사회)가 배출한 전문약사들을 중심으로 시행될 것이라 밝혔다. 

10년 간 대학병원 등에서 배출한 전문약사들이 생성한 데이터와 역할, 정형화된 프로세스와 달리 지역약사·산업약사들에 요구되는 전문영역은 인력 양성과 역할에 불안요소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보완하기위해 언급된 것은 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밀폐된 상담 공간, 그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시설기반 등이었다.

약국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공공심야약국과 다제약물관리사업은 모두 약사들의 기능을 요구한다. 약사들은 약물 중재, 처방 검토 등 전문적인 영역에서 직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아직도 그 과정들이 대부분 약사 머리 속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약사들의 가치와 역할을 정량화 할 수 있는 데이터 생산과 통합관리를 할 수 있는 기구, 기관, 시설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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