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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역사가 짧은 K바이오, 신약 탄생 좀 더 지켜보자

올해 K바이오는 연초 에이비엘바이오가 글로벌 빅파마 사노피에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ABL301을 1조2720억 원(계약금 910억 원) 규모로 기술이전을 진행하며 힘찬 날갯짓을 펼쳤다.

화려한 출발을 알렸지만 이후 K바이오의 성적표는 신통치 않았다. 상장 바이오텍의 기업 가치가 낮아졌고, IPO(기업공개) 문턱은 예년에 비해 높아지고 있다. 올해 K바이오 기술수출 규모는 작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투자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뚜렷한 매출이 없는 신약개발 바이오텍은 극심한 돈가뭄에 시달렸다.

모 벤처캐피탈(VC)은 내년 상반기까지 바이오 분야 투자를 진행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바이오 전문 VC 관계자는 "최근 신규 투자 포트폴리오 중 신약개발 바이오텍은 전체의 20%에 불과하다"며 "예년에 비해 신약개발 바이오텍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 바이오 벤처 관계자는 "창업투자회사들이 투자 행위를 중단했다"며 "내년에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날 것이다. 저희의 내년 목표는 생존"이라고 전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은 내년 상반기에 자금난으로 문 닫는 회사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하나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바이오텍 옥석가리기의 순기능은 분명 존재하지만, 일각에서는 옥석가리기를 넘어선 '생태계 파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신약개발 벤처 대표는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한 바이오텍이 존재해도 VC들이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환경이 마련되면, 투자를 받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어난다"며 "이후 상장도 안 되기 때문에 자금 조달을 할 수 없다. 이는 생태계 파괴"라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성장의 싹을 틔운 바이오텍에 대한 지원을 끊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제약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그동안 모태펀드 조성 및 투자 환경을 어느 정도 구축했다"며 "현재 상황에서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나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 방향이다. 하루빨리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바이오텍의 끝은 조 단위 규모의 매출을 일으키는 신약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바이오텍에 대한 의구심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떤 회사에서 개발한 신약이 꽤 많이 판매돼 지속가능한 형태로 회사가 성장하는 성공 모델이 나와야 합니다. 아직 그 시기가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국내서 개발한 약 중 많이 판매된 약이 2000억 원 정도 매출이 나옵니다.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결국 신약을 출시해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을 많이 팔아야 하고, 현금을 창출해 공격적인 경영을 해야 합니다.

 

2015년 한미약품의 잇단 글로벌 기술수출 이후 시장에서 바이오의 잠재력을 주목했습니다. 신약개발은 최소 10년에서 15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지금은 뚜렷한 결과가 나올 수 없는 구간에 있습니다. 바이오 분야 비즈니스는 다른 산업보다 허들이 높기 때문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R&D(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바이오 기업 특성상 적자는 당연한 일입니다. 국내 바이오텍을 조금 더 믿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분명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텍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미국바이오협회의 2011년~2020년 임상 분석에 따르면, 임상 1상 진입 후 품목허가를 받는 성공률은 약 7.9%로 나타났다.

국내 신약개발 벤처는 신약을 개발해 글로벌 품목허가와 매출을 달성해 본 경험이 아직 없다. 그렇기 때문에 8%의 신약개발 성공률에 도전하는 바이오텍 관계자들은 신약개발을 위해 밤낮없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3일(한국시간) 한국 축구대표팀은 포르투갈전에서 2대1로 승리하며,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미국 통계 업체 파이브서티에잇은 포르투갈전을 앞둔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9%로 내다봤다. 9%의 가능성을 뚫고 16강에 진출했기에 그 성과는 더욱 값졌다.

신약개발도 마찬가지다. 올해 신약개발 바이오텍을 둘러싼 환경은 척박했지만, 신약개발에 대한 목표를 저버릴 수 없다. 8%의 성공률에 도전하는 바이오텍에 있어 가장 필요한 자세는 '신약개발에 대한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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