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바이오텍, R&D 성과로 CB 조기상환 리스크 해소해야
자금 조달 위해 기술이전 성과 필요...펀더멘털 입증이 필수

올해 국내 바이오 벤처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기술이전을 통한 펀더멘털(기초체력) 강화가 해결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의 제약바이오 '오히려 좋아!' 보고서는 비상장 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는 추세이며, 상장 바이오 기업들은 전환사채(CB) 조기 상환 리스크 해소를 위해 R&D(연구개발) 성과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금리 인상과 바이오 IPO(기업공개) 감소 등으로 자금조달 환경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국내 제약바이오 신규 상장 업체는 4개에 그쳤으며, IPO가 어려워져서 자연스럽게 비상장 바이오 투자도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한국거래소,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신규 투자는 1350개사, 4조61억 원이 투자돼 전년동기 대비 24.3% 증가했지만,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 비중은 상반기 16.9%로 2020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미국 바이오텍도 마찬가지로 2분기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VC 투자가 감소했다.

허 연구원은 "지난 2020년 이후 바이오 업체들의 전환사채(CB) 조달 금액은 3조7000억 원 이상으로 2015~2019년 합산 금액(약 2조6000억 원)보다 많은 금액이 조달됐다"며 "보통 발행 후 1~2년 후부터 사채권자의 풋옵션 행사가 가능한 데, 주가가 전환가격 이하인 경우 만기 전 원리금 조기 상환 요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바이오텍의 경우 현금 상환이 쉽지 않을 수 있어 주가를 부양해야 하거나 CB 상환 자금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자료=한국거래소, 머니투데이,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최근 채무상환자금 마련을 위해 카이노스메드(485억 원), 에스디생명공학(352억 원) 등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틸렉스는 전환가액 대비 주가가 60% 하락하며, 최근 일부 투자자의 풋옵션으로 124억 원 규모의 1회차 CB가 조기상환됐다.

그는 "바이오텍 입장에서는 보통주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R&D 성과에 사활을 걸고 주가 부양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자금조달이 용이했을 때는 기술이전 가격 등 조건이 맞지 않아 보류했던 기술수출을 현재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허 연구원은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글로벌 유통망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국내 바이오텍은 자금 조달을 위해 기술 성과를 통한 펀더멘털 강화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주가를 관리해야 하는 상장사뿐만 아니라 IPO가 필요한 비상장사 또한 해당이 된다"고 했다.

한국거래소는 바이오 벤처의 기술특례상장 과정에서 기술이전 실적을 중요한 평가지표로 생각하고 있다. 지난 7월 '2022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에서 최종규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차장은 "바이오 기업 기술특례상장 과정에서 회사들의 원천기술 보유 여부, 기술이전 실적, R&D(연구개발) 역량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달 초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2'서 거래소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신약개발 기업들의 경우에는 보수적인 밸류에이션(Valuation)을 책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VC(벤처캐피탈)도 기술이전을 통한 매출 발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6월 '2022년도 제1회 제약·바이오 사업개발 전략 포럼'서 강지수 BNH인베스트먼트 전무는 "IPO(기업공개) 시점에 기술이전(L/O)은 필수라고 여겨진다"며 "L/O 자체보다 계약금 상대가 누구인지, 선급금(Upfront)이 얼마인지 등의 여부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 연구원은 "기업가치를 높이고 시장 신뢰도를 올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로벌 판매망을 가진 빅파마에 높은 규모로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라며 "상장 바이오텍은 임상 자금 조달을 위해 기술이전의 성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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