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국가 중심으로 수출 박차·FDA cGMP 실사준비 끝 일정 조율중
"기존 제조소 분리만으론 타성분과 교차오염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전문의약품 포함 다양한 치료옵션으로 파이프라인 확대해 나갈 것"

 색 다른 공장  그 자체가 경쟁력이다 

생산 능력은 제약회사의 강력한 힘이다. 양적 능력은 물론 질적으로 차별화된 공장은 경쟁력의 원천이다. 완제의약품이 발전한 우리나라는 다양한 역량을 보유한 생산시설이 적지 않다. 색 다른 생산시설을 찾아가 본다.

① 호르몬제 희귀템 지엘파마 안양공장

② 유일무이 카바페넴 독립시설 비씨월드헬스케어 원주공장

비씨월드헬스케어 원주공장 전경
비씨월드헬스케어 원주공장 전경

2016년 '의약품 등의 제조업 및 수입자의 시설기준령 시행규칙'이 개정되며, 2년 유예를 거쳐 2018년부터 페니실린, 세팔로스포린, 카바페넴 계열 등의 항생제 작업소와 타 작업소의 분리가 의무화 됐다.

이 제제들은 타 제제들과 다르게 교차오염 등에 의해 역가(제제 내 주성분함량)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완전한 작업소 분리는 FDA, EMA 등 해외 규제기관의 주요 실사 검토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FDA와 EMA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시설 분리를 의무화했다. FDA는 권고 조치를 2013년 4월에 했으며, EMA는 2015년 3월 분리를 의무했다. 

특정 항생제만을 생산하기 위해 수백억원에 신축 비용을 투자하며 독립된 별도의 공장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대부분의 업체들은 한 공장 내 공조 시스템 등 내부 시설/설비를 별도로 구비해 작업소 분리를 통한 생산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씨월드헬스케어(대표 홍성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를 위한 독립된 전용시설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 CMO(위탁생산) 사업을 진행 중일 뿐만 아니라, 중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GMP 인증 영역을 넓혀가며 수출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히트뉴스는 지난 7월 20일 비씨월드헬스케어 원주공장 품질(보증)부서 책임자인 김준 전무를 만나 카바페넴 독립 공장의 시설과 특장점 등에 대해 취재했다.

김준 전무는 2020년 11월 비씨월드헬스케어에 합류해 cGMP 구축을 지휘하고 있다. 그는 이전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의약품 유관부서에서 GMP 심사, 의약품사후관리 등을 담당했었으며, 한국로슈, 릴리 등 빅파마들의 GMP 실사 이력이 있다. 

과거 대웅제약에서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의 미국 FDA를 포함해 유럽 EMA, 브라질 ANVISA, 콜롬비아 INVIMA 등 해외 규제기관 실태조사를 성공적으로 실시해 해외 진출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김준 전무가 비씨월드헬스케어 원주공장의 시설 및 특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준 전무가 비씨월드헬스케어 원주공장의 시설 및 특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카바페넴 항생제 전문 생산 기업 비씨월드헬스케어

비씨월드헬스케어는 DDS(약물전달시스템) 분야에 특화된 기술을 보유한 제약회사인 비씨월드제약(대표 홍성한)의 자회사다.  

비씨월드헬스케어는 2016년 의약품 제조시설 규정이 개정됨에 따라, 자사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 작업소 분리를 위해 2017년 설립됐다. 이후 원주공장 신축에 착수해 2018년 11월 완공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020년 3월 GMP 인증을 받았다.

회사가 생산하고 있는 품목은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인 △메펨큐주 500밀리그램(주성분 : 메로페넴) △맥펨큐주 1그램(주성분 : 메로페넴) △이펨큐주 500그램(주성분 : 이미페넴, 실라스타틴) 등이다.

(사진 왼쪽부터) 메펨큐주 1그램, 메펨큐주 500밀리그램, 이펨큐주 500밀리그램
(사진 왼쪽부터) 메펨큐주 1그램, 메펨큐주 500밀리그램, 이펨큐주 500밀리그램

국내 메로페넴 주사제의 첫 출시는 1996년 유한양행의 '유한메로펜주사 0.5그램'이다. 이후 고함량 제품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비씨월드제약은 이후 2009년 '메펨주 1그램', '메펨주 2그램' 주사제 제형을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현재 '메펨주 1그램'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해 메로페넴 1그램 주사제들의 대조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또한 비씨월드헬스케어는 메펨주 시리즈의 품질을 향상시켰다는 의미에서 메펨큐 시리즈를 2020년 출시해 생산하고 있다.

ESKAPE 균(항생제 내성을 일으키는 주요 병원균)에 항균력을 가지는 항생제는 카바페넴, 세페핌, 피페라실린/타조박탐 등으로 약 1500억원 규모의 국내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시장을 차지하는 건 카바페넴이다. 국내 유통되는 제제는 △메로페넴 △이미페넴 △도리페넴 △얼타페넴이 있다. 

김준 전무는 "이 중 메로페넴이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며 "메로페넴이 가장 뛰어난 항균력과 안전성을 가진 치료제로 현장에서 평가받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회사 원주공장의 메로페넴 생산케파는 설계상 연간 1000만 바이알이다. 무균 제제 특성상 6개월에 한 번씩 셧다운을 해야 하기 때문에, 1년에 두 달은 무균공정 밸리데이션 기간으로 생산이 정지된다. 그래서 실 생산케파는 연간 약 800만 바이알이다. 

회사는 국내에서 삼성메로페넴주(삼성제약), 오로페넴주(한미약품), 유니큐펨주(유니온제약), 메펨주(HK이노엔, 비씨월드제약), 메바페넴주(동아ST), 티펨주(명문제약), 실라신주(비씨월드제약) 등 제제를 위탁생산하고 있다.

회사 품목 허가(A) 및 GMP 실사(I) 현황 (자료 출처 : 비씨월드헬스케어 내부자료) 
회사 품목 허가(A) 및 GMP 실사(I) 현황 (자료 출처 : 비씨월드헬스케어 내부자료) 

다만, 회사는 수출에 더 두각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예멘, 멕시코, 페루, 아제르바이잔 등 중남미 국가로부터 GMP 인증을 받았으며, 지난해 cGMP를 준비하면서 향상된 품질정책을 기반으로 멕시코 수출을 시작했다. 예멘, 페루, 아제르바이잔에 대한 수출도 조만간 개시될 예정이다. 

최근 멕시코에서 코로나 2차 중증 환자들을 위해 메로페넴이 국가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된 것이 중남미 진출의 주 원인으로 소개됐다. 

또한 회사는 미국, 유럽, 일본, 동남아 등에 대한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메로페넴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2조원 이상이다. 

김 전무는 "현재 코로나19로 일정이 다소 지연됐지만, 미국 진출을 위한 cGMP 승인을 가장 우선순위로 준비하고 있다"며 "모의실사를 통해 하드웨어적으로나 소프트웨어적으로 실사는 준비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페루 등 남미 국가를 포함한 다양한 국가에서 수출 문의를 적극적으로 응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제조소분리 vs 독립된 전용시설 신축
비씨월드가 후자를 선택한 이유는?

회사 측은 최근 해외 규제기관의 작업자 간 교차오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 전용공장 신축과, 법적 요건만을 충족하는 기존 공장의 리모델링 방안을 고민했다고 한다.
 
김준 전무는 "비씨월드는 국제 수준에 맞는 글로벌 GMP 요건을 만족하는 것에 우선 순위를 뒀고, 3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지금의 공장 신축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강원도의 '신설기업 정부지원금 지원정책' 혜택을 통해 지금의 강원도 원주시에 자리 잡게 됐다.

김준 전무에 따르면, 해외규제기관이 요구하고 있는 완전한 제조소 분리를 위해서는 기존 제조소를 리모델링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조 시설과 생산 라인 등을 완전히 타 제조소와 분리했다고 하더라도 작업원 간의 교차오염까지 막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구내식당을 들 수 있다. 물론 제조 시설 내·외로 나오는 동안 교차오염방지를 위한 절차들이 있겠지만, 가능성을 0%라고 말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김 전무는 "유럽, 일본에서는 제조소만 분리하고 구내 식당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걸 분리의 개념으로 말하지 않는다. 서로 얘기하고, 배식 중 옷에 묻어나지 않는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우리는 완전히 독립된 시설로 식당도 우리 밖에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교차오염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이런 카바페넴 제조소는 국내에서 우리가 최초"라고 설명했다.

또한 베타락탐(β-lactam) 고리 구조를 가지고 있는 항생제들은 아나필락시스 쇼크의 위험이 있어 더욱 교차오염에 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품질'을 최우선으로 한 비씨월드헬스케어 원주공장의 특장점

독립된 카바페넴 항생제 전용 공장인 비씨월드헬스케어 원주공장의 가장 큰 장점은 타성분과의 교차오염 가능성이 '제로'라는 점이다. 

그리고 회사는 과거 큰 이슈를 가져왔던 발사르탄 등 원료의약품으로 인한 불순물 문제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해외 수출제품부터 국내 유통제품까지 모든 제품을 미국 FDA에 등록된 원료의약품(US DMF)만 사용하고 있다. 

또한 오염원인 중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하는 '작업원'을 통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작업 시간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약액을 순간적으로 밀어 넣는 도징(Dosing) 방식을 써 무균공정 시간을 최적화해서 원료 성분의 공기 접촉시간을 최소화하는 공정을 가지고 있다.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추가적으로 질소 터널도 사용한다. 

김준 전무는 "항생물질은 공기와 장시간 접촉하게 되면 역가(제제 내 주성분 함량)가 떨어질 수 있다. 항생제에 이 부분은 치명적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불필요한 작업원 수도 제한하고 있다. 비씨월드헬스케어 원주공장은 생산팀 13명, QA팀 7명, QC팀 12명 총 32명의 작업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비씨월드헬스케어 QC 작업자가 가스크로마토그래피 기기를 사용해 잔류용매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비씨월드헬스케어 QC 작업자가 가스크로마토그래피 기기를 사용해 잔류용매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무균제제 특성상 바이알 세척부터 충전까지의 자동화 공정은 타 제조소와 비슷하지만, 무균 유지를 위한 폐쇄적 장치로 '아이솔레이터(Isolator)'와 'C-RABs(Closed-Restric Access Barrier system)' 등 2가지를 사용해 칭량·공정 과정에 더욱 신경 썼다.

C-RABs는 아이솔레이터와 비슷하지만, 작업자와 원료가 완전 폐쇄된 아이솔레이터와 달리 슬라이드 식으로 '터널열림기'에 바이알이 투입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 

이렇게 진행된 무균 공정을 보증하기 위해 무균 작업자가 실시간으로 감시하면서, 7대 카메라가 부착된 자동이물검사기를 통해 이물을 검사한다. 

(사진 왼쪽) 비씨월드헬스케어 생산팀 제조 작업자가 아이솔레이터 내에서 무균원료 칭량 작업을 수행중이다. (사진 오른쪽) 생산팀 제조 작업자가 이물검사기를 이용해 작업을 수행 중이다.
(사진 왼쪽) 비씨월드헬스케어 생산팀 제조 작업자가 아이솔레이터 내에서 무균원료 칭량 작업을 수행중이다. (사진 오른쪽) 생산팀 제조 작업자가 이물검사기를 이용해 작업을 수행 중이다.

또한 회사는 FDA 지침에 따라 무균제제 작업자 감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FDA는 CCTV를 통한 감시, 창문 밖에서 내부 작업자를 감시하는 등 오버사이트(Oversight) 개념의 감시를 가이드라인에 안내하고 있다. 

이 외에도, 실시간 기록으로 문제 발생의 추적성을 보장하고, 안정화된 충전방식을 통해 바이알 충전 편차를 최소화 하고 있다.

 

비씨월드헬스케어의 비전

현재 항생제에 주력하고 있는 비씨월드헬스케어는 지난해 3분기부터 재무상태가 흑자 전환한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그 영역을 확장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김준 전무는 "다양한 환자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다양한 치료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라며 "전문의약품을 포함해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를 포함해서 디지털 치료제 등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씨월드제약 판교 신사옥 전경
비씨월드제약 판교 신사옥 전경

또한 최근 모기업인 비씨월드제약은 파마리서치와 컨소시움을 통해 최근 판교 제2 테크노밸리에 신사옥을 신축했다. 

이에 그동안 다른 건물에서 근무하던 GRI 연구소, 국내영업, CMO, 수출사업부서, 경영지원부서가 한 곳에서 근무하게 됐다. 또한 연구시설은 연구생산성을 향상하면서 높은 수준의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GMP 수준으로 설계했다.  

비씨월드헬스케어는 이렇게 본격적 시너지를 발휘하려는 비씨월드제약과 '복리후생제도' 등을 공유하며, 모기업의 체계와 작은 회사만의 유연함과 자율성을 동시에 갖춘 문화로 젊은 직원들에게 성장의 기회이자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cGMP와 관련된 업무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글로벌 GMP 사관학교'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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