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한약제제, 의약품 분류체계상 기준 미비
천연물산업협의체 가동...약사·한약사 반발 "약 전문가 의견 배제"
"한약사는 논의 단계에서부터 패싱"

최근 '천연물산업협의체' 재가동으로 한약·생약제제 산업 활성화 움직임이 재개된 가운데 약사단체가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한약제제 분류가 아직 명확하지 않고, 민관협의체 소통 단계에서 약사/한약사 의견이 제대로 반영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약사회(회장 최광훈)와 대한한약사회(회장 임채윤)는 각각 한약·생약제제 산업 활성화 이전에 △한약제제 구분 △민관협의체에 약사/한약사 의견 적극 반영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약·생약제제 침체"...천연물산업협의체 재가동

식품의약품안전처 한약정책과는 지난19일 전문언론 기자단 간담회를 통해 한약제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천연물산업협의체 재가동 계획을 밝히며 △민관 소통 채널 구축 △천연물안전관리원 설치 계획 △한약제제 이상반응 특별 임상센터 지정 등 산업발전방향 논의를 위한 소통과, 안전관리 구축 시스템 계획 등을 공개했다.

당시 고호연 한약정책과장은 한약제제 임상 재평가, 품질 관리에 업계 어려움이 있는 만큼 과도한 행정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통해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김강현 사무관은 천연물안전관리원 신설과, 동국대 한방병원의 '한약제제 이상반응 특별 임상센터' 지정 등 한약제제 안전관리를 위한 대책이 마련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고호연 한약정책과장(왼쪽), 김강현 사무관
식약처 고호연 한약정책과장(왼쪽), 김강현 사무관

 

약사단체 "한약·한약제제 의약품 분류체계 미비"

그렇지만 약사단체는 한약제제 산업을 육성하려면 우선 한약제제를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의약품 분류체계에 있어 한약제제를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은 약사단체의 오랜 요구사항이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한약과 한약제제는 약사법상으로만 분류 돼 있을 뿐 의약품 분류에서는 경계가 모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내용은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 검토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 의원이 발의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 주요내용은 한약제제 분류를 통한 약사 면허별 취급 의약품 구분이었다.

당시 전문위원실은 약사와 한약사 면허가 이원적 체계로 구분되고 있는 만큼, 의약품 판매에 있어 업무범위 체계화 하겠다는 입법취지는 공감하나, 아직 한약제제의 명확한 분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홍형선 수석전문위원은 "현행 약사법상 한약 및 한약제제에 대한 법적 정의는 마련돼 있으나 의약품 분류 체계는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으로만 구분 돼 있어 모든 의약품을 한약제제와 비한약제제로 분류하는 체계는 정립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약 및 한약제제 정의(약사법 제2조)
한약: 동물·식물 또는 광물에서 채취된 것으로 주로 원형대로 건조·절단 또는 정제된 생약
한약제제: 한약을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하여 제조한 의약품

이에 대한약사회는 한약제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한약제제 구분을 선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광훈 회장은 25일 성명을 통해 "한약제제 활성화를 위해 필연적으로 한약제제 구분을 선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계획 수립 없이 천연물의약품산업발전 협의체 가동과 천연물안전관리원 설립을 추진하는 등 미봉책 마련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이는 한약제제 구분 이후 야기될 논쟁에 대한 책임 회피 수단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민관협의체에 약사 의견 요청은 요식절차?

아울러 약사회와 한약사회는 이달 초 개최된 2022년도 제1차 한의약육성발전심의원회를 서면으로 개최하는 과정에서 '제4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 2022년 시행계획안(이하 시행계획안)'에 대한 검토 및 회신 요청이 있었지만 그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약사회는 복지부가 다소 무리한 일정으로 시행계획안 검토 및 회신을 요청했으며, 제출한 검토의견에 대한 설명 없이 '찬성 가결' 사실만을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최광훈 회장은 "복지부는 2022년도 제1차 한의약육성발전심의위원회 서면 개최 과정에서 100페이지에 달하는 시행계획안에 단지 4일 만에 검토 및 회신을 요청했다"며 "복지부 한의약정책과에 회신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제출한 검토의견에 대해 반영은 물론, '19인 중 13인 찬성으로 가결됐다'는 일방적 통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약사회는 시행계획안 수립 당시부터 복지부 한의약진흥원에 참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공개된 계획안에는 한약사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임채윤 회장은 "간 국정감사에서 한약사 문제, 원외탕전 문제에 대한 지적이 여러 번 있었으나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제4차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서 수차계 복지부, 한약진흥원에 한약사 참여를 요청했지만 한약사 의견 수렴 노력은 전무했다"고 설명했다.

 

협의체 구성에 약 전문가 포함 필수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생약학 전공 교수를 천연물의약품산업발전 협의체 및 천연물안전관리원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 계획이 지나치게 한의사라는 특정 직능 위주로 가동되고 있다는 의미였다.

최광훈 회장은 "중요 정부 정책시행에 대한 충분한 검토 및 의견 개진이 원활하지 않은 이유는 한의계 중심으로 구성된 담당부서, 위원회에 있다"며 "생약제제 관련 정책이 보다 전문적이고 균형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현재 원천 배제돼 있는 생약학 전공 교수를 필수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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