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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부담 경감-기등재약 약가인하-제네릭 영향 등 일석삼조 효과

내달 급여등재되는 신약과 자진 약가인하를 선택한 기등재 약 목록을 보면 '트레이드오프(Trade-Off)'를 활용해 협상한 것으로 보이는 약제들이 있다. MSD와 아스텔라스의 품목들이다. 

MSD의 경우 회사 숙원사업인 '키트루다'의 급여확대를 위해 15개 품목의 약가를 자진인하 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자누비아'와 '자누메트', '자누메트엑스알' 등 1700억원대 실적을 기록하는 자누비아패밀리는 6% 인하했고, 120억원 실적의 항구토제 '에멘드캡슐'는 35%, 180억원대 항암제 '테모달캡슐'은 77% 하향 조정했다. 적용은 내달부터다.   

키트루다는 25일 예정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내달, 폐암 1차 치료와 호지킨림프종 등에 급여가 확대될 전망이다. 2019년 급여기준 확대를 신청한 후 횟수로 4년만이다. 

아스텔라스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치료제 '조스파타' 등재를 위해 과민성방광치료제 '베시케어'를 내어준 것으로 보인다. 

조스파타는 지난해 경제성평가 면제 약제 A7 최저가에서 20%를 추가 인하하겠다는 심평원의 계획이 알려진 후 첫 대상 약제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었다. 업계 반발로 해당 기준은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정리됐고, 내달 급여권 진입을 앞두고 있다. 2020년 급여등재를 신청한 후 3년 만이다.  

동시에 아스텔라스의 대표품목 중 하나인 베시케어5mg과 10mg의 약가가 533원에서 516원으로 3.2%씩 인하된다. 2개 약제의 상한금액은 동일하다. 이들은 지난해 약 120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MSD와 아스텔라스 기등재약 자진인하 목록
MSD와 아스텔라스 기등재약 자진인하 목록

기등재 약의 자진 약가인하와 신약의 급여등재 또는 급여확대 시기가 맞물리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자누비아와 베시케어 등은 소위 잘나가는 약들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기등재 약의 약가를 내려 신약에 투입되는 재정을 분담한 트레이드오프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등재 약 약가인하 압박 우려도 나오지만 정부는 제법 괜찮은 협상 카드를 챙긴 것으로 보여진다.

우선 신약에 투입되는 건보재정 부담을 덜 수 있다. 특허만료된 약 또는 특허만료를 앞둔 약 즉, 기등재 약의 약가도 인하시킬 수 있다. 

이는 곧 제네릭 의약품에도 영향을 미쳐 제네릭 약가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자누비아의 약가가 인하되면, 내년 특허만료 후 출시되는 제네릭 약가도 낮아지게 된다. 베시케어의 가격이 516원으로 조정되면, 현재 출시돼 있는 70여개의 솔리페나신 성분 약제들(533원 수준)보다 더 저렴해지기 때문에 가격경쟁을 통한 후발약 약가인하도 유도 가능하다. 정부는 일석이조가 아닌, 일석3조를 기대할 수 있다.  

신약을 가진 회사들에게 트레이드오프는 기등재약 보다 투자가치가 있는 신약을 등재시킬 수 있는 협상전략 중 하나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아직 잘나가는 약들을 인하해야 하는 아픔일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 트레이드오프는 분명, 나쁘지 않은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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