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매학회 빅데이터 연구팀 최호진 교수

수요자 중심으로 실질적 성과 지표 만든 빅데이터 연구 결과
"치매 문제 지속적으로 우리 사회가 관심 기울여야 할 분야"

공공빅데이터를 활용해 약물 개발 시도가 있었지만 여러 가지 한계로 신뢰할만한 결과물을 얻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존 방식과 비교 빠른 결과물을 통해 치매 정책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대한치매학회는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 자료를 활용해 치매정책의 방향 논의에 중요한 근거를 마련할 수 있는 '치매환자 5년 지역사회관리율: 치매정책 제안지표' 연구 결과를 SCIE 등재, 국제학술지인 저널 오브 클리니컬 뉴롤로지에 발표했다.

대한치매학회는 의사뿐만 아니라 치매와 관련된 다양한 직역의 신경심리학자, 간호사, 사회사업가들이 참여하는 모임으로 시작해 2002년 정식 학회로 발족했다. 이후 약 20년 동안 치매 분야의 연구학술 활동과 다양한 사회적인 활동을 지속하면서 많은 발전을 거듭해 2022년 현재 회원 수 약 2000명으로 치매에 관한 한 명실상부한 대표적인 학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호진 대한치매학회 빅데이터 연구팀 교수(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는 히트뉴스와 만나 빅테이터를 활용한 치매 정책 방향 제시를 위한 연구를 소개했다.

최호진 치매학회 빅데이터 연구팀 교수(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실질적 성과 지표 만들어져 

빅데이터를 통한 이번 연구와 기존 방식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의료 정책의 경우 국민 건강에 큰 영향을 주므로 효과에 대한 분석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기존에는 대규모 역학 연구 조사 등을 통해서만 분석이 가능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인력과 자원,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더욱이 세밀한 분석이 쉽지 않았고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는 순발력 있는 분석도 힘들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대안을 고민했습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시스템 덕분에 활용할 수 있는 공공 빅데이터 자료를 활용해 짧은 기간에 정책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기존 방식과 비교해 학회의 치매 전문가들과 공공기관의 협조 덕에 빠른 시일 내에 결과물을 낼 수 있었고 향후 치매 정책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이번 연구는 공공 빅데이터의  활용을 통해서 연구에 투입되는 자원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질환의 전문가와 정책 관련 공공기관의 협력을 통해서 정책 효과에 대한 분석이 가능했다는 것이 차별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과 지표에 지역사회 치매관리비율이 포함된 까닭이 궁금합니다.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 사전 연구과정에서 이번 계획의 성과를 분석할 수 있는 지표들에 대해서 논의가 진행됐습니다. 기존의 성과 지표들은 공급자 중심의 산출 지표 중심이었습니다. 얼마의 예산을 투입해서 얼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했는지를 살펴보는 방식이 주된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수요자 중심의 정책 서비스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됐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정책의 결과를 평가할 수 있는 결과 지표를 고민했습니다.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 지역사회 치매관리비율이 제안됐고 분석 결과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는 판단하에 4차 치매관리종합계획 성과 지표에 포함했습니다.

 

지역사회 치매관리비율 지표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치매 진단을 받은 초기에는 환자는 가정이나 주간보호센터 등의 지역사회에서 약물 치료와 인지중재치료 등의 관리를 받습니다.  이 시기에는 관리 비용이 크게 소모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후 증상이 악화되거나 합병증이 생기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입원 또는 입소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환자 관리를 위해서 많은 전문 인력과 시설이 필요해지므로 급격하게 관리 비용이 증가하게 됩니다. 

국가의 치매 정책의 중요한 목적은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어려움을 줄여주는 것과 함께 향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치매 관리비용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감소시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초기 치매 환자들을 되도록 지역사회 안에서 관리가 가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치매환자 전주기 관리를 고려해 초기 치매 환자의 지역사회 치매관리비율을 제안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지표 개발을 바탕으로 치매 환자들의 지역사회 거주 지원 방안 마련에 많은 정책적 관심과 노력이 집중되도록 이끌었다는 점도 이번 지표 연구의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빅데이터 연구를 신약 개발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번 빅데이터 연구는 정책의 방향성과 관련된 연구입니다. 이러한 방식을 치료제 개발에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공공빅데이터를 활용해 일부 약물의 효과와 영향을 분석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여러 가지 한계로 인해서 신뢰할만한 결과물을 얻기는 어려운 현실입니다. 

다만 최근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IT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인지기능 진단 도구나 인지중재치료 기기들을 활용해 환자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이를 활용해 다시 환자의 치료에 활용하는 빅데이터 연구는 가능성이 높은 분야이고 대한치매학회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이 분야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하신 우리나라 치매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2008년 제1차 치매관리 종합계획이 발표된 이후 지난해 발표된 제 4차 치매관리종합계획에 이르기까지 10년 이상 치매 정책을 진행해오면서 이제는 우리나라의 치매정책이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서 오히려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치매정책의 새로운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해야 합니다. 치매정책의 수요자인 치매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수요자 중심의 정책 방향이 돼야 하고 따라서 이번 지역사회 치매 관리비율과 같은 결과 지표의 개발과 활용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연구처럼 치매학회의 전문가 그룹과 정책 관련 공공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의미 있는 결과물들이 개발되기를 기대합니다.

 

학회의 비전을 소개해 주세요.

저희 대한치매학회는 그동안 치매 분야의 학술활동 외에도 치매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어려움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다양한 사회적인 활동과 정책적인 조언을 위해서 노력해왔습니다. 이번 연구도 그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치매 문제는 우리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입니다. 치매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치매 친화 사회가 올 때까지 앞으로도 대한치매학회는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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