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장관 "근거법령 만들어 강제화"...국감서 못박아

정부가 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DUR) 사전 점검을 강제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의료계의 반발을 우려해 주저해왔던 그동안의 태도에서 급선회한 것이다.

실제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29일 종합감사에서 "근거법령을 만들어 강제화하도록 하겠다"고 사실상 의무화 추진을 못박았다. 이런 분위기가 하루 아침에 생긴 건 아니다.

여기에는 DUR의 산파이면서 자·타칭 'DUR 국회의원'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의 노력이 있었다. 전 의원은 20대 국회에 재입성한 뒤 줄곧 국정감사에서 DUR을 완성하는데 공을 들여왔다. 과거 심사평가원 상임감사 시절부터 시작된 인연이자 숙원이다.

전 의원은 지난 10일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한 올해 국정감사 첫날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 건보공단과 심사평가원, 종합감사까지 DUR 쟁점을 놓지 않고 계속 이어왔다. 그리고 종합감사 날인 29일에는 "이제는 DUR 점검을 의무화해야 할 때가 왔다"며, 박 장관을 몰아붙였다.

논거도 분명했다. 전 의원은 이날 금기약물이 처방된 4개의 처방전을 들고 나왔다. 요양병원에서 12개 약제를 처방받은 84세(남) 어르신이 첫 사례였다. 처방전에는 소염 효능 약과 결핵 약이 각각 3개 씩 중복 처방돼 있었다. 

또 79세(여) 어르신의 한달 분 처방전에는 미국에서 노인금기 1등급으로 지정된 항우울제는 물론 우울증일 때 복용하면 안되는 금기약물이 포함돼 있었다. 치료군 중복약 3개도 빠지지 않았고, 독성을 증가시키는 상호작용 약물도 3가지나 처방됐다.

36세 임신부에게 임부금기약인 할시온정을 처방한 처방전도 제시했다. 임부금기 1등급 약물로 신생아 포유곤란, 근긴장 저하, 졸음, 황달증가, 분만 전 연용 시 신생아 금단증상 등이 보고된 약물이다.

문제는 이런 금기약물 처방이 몇몇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 의원이 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병용금기 약물에 대한 처방변경은 23.9%에 불과했다. 나머지 64.1%는 병용금기 DUR 정보가 제공됐는데도 처방됐다는 얘기다.

연령금기와 임부금기(1등급) 변경률은 각각 57.5%, 56.2%로 병용금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위험을 상쇄할 수준은 아니었다. 물론 금기약물도 특별한 사유가 있다면 의사가 사유를 기재한 뒤 예외적으로 처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전 의원은 "애초에 DUR이 의료법과 약사법에 들어올 때 번거로움, 새로운 규제 등 여러 반대의견들에 부딪혀서 의약품정보 확인 미준수에 대한 벌칙규정과 DUR 점검 의무화 없이 도입됐다"고 했다.

전 의원은 "그러나 이제는 DUR 점검을 의무화할 때가 왔다고 판단한다. 법령개정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사전점검을) 의무화해서 준수하지 않으면 조치하는 입법 등을 검토해보겠다"고 했다가, 전 의원의 재질문에 "관련 근거법령을 만들어 강제화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의료법과 약사법에 의약품정보 확인 의무화 근거가 마련된 지 꼭 2년 10개월만에 완성을 위한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해당 규정은 2015년 12월29일부터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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