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외 CJ대한통운 등 대체 존재 의식해야 
마진율 낮아진 이유, 높일 방법 찾기 골몰할 때

의약품 도매유통업계와 한국의약품유통협회(유통협회)가 큰 고민에 빠졌다. 곧 닥칠 새해 1월17일부터 '생물학적 제제 등의 제조ㆍ판매관리 규칙(생물학적제제규칙, 총리령)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수송용기 및 배송차량에 대한 규정 강화가 특히 눈에 띈다. 종전에 요구되지 않았던 △용기 및 차량에 자동온도기록장치 설치 △용기 외부에서 내부의 온도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온도계 비치 △수송 중 자동온도기록 장치 가동중단 금지 △자동온도기록 조작 금지 △자동온도기록 장치의 주기적 검정 및 교정 등과 같은 의무 사항이 새롭게 추가됐다.

유통업계 고민의 중심에, 규정 준수를 위한 추가 비용을 과연 감당해 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유통협회는 현재 도매유통사들의 통상적인 생물학적 제제 유통비용(매출액 대비) 5~6% 중 약국 배송과정에서 기본적으로 4~5%의 비용을 사용하고 있어, 앞으로 새롭게 강화되는 규정의 장치 설치와 그 운영 등을 원활히 하려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특히 생물학적 제제의 소량 주문이 많은 약국의 경우 배송박스 등 관련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소량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을 재배치하고 별도의 배송 라인도 갖춰야 하는 등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일례로, 콜드체인 배송에 필요한 박스의 경우 크기별로 차이가 있지만, 적게는 10~20만원에서 많게는 50~60만 원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이를 다량 구입해야 하는 도매유통사들에게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업계에서 생물학적 제제 배송관리 강화는 약국 유통과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불만과 비판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협회는 이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관련 제약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비용 지원을 협조 받기 위한 간담회 등을 갖고자 했지만, 아직까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제약사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협회 고위 관계자는 "생물학적 제제 약국 배송을 위해 제약사들과 다각도로 협의를 추진했지만 제약사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해당 제약사를 비롯한 정부 측과 해결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약국 납품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통협회는 정부기관에 내년 생물학적 제제 약국 배송은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못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들은 '개정된 생물학적제제규칙'과 관련된 의약품도매유통업계의 어려움에 처한 총론적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각론적 상황으로 들어가면 사정은 전혀 달라진다.

유통협회는 2020년 12월22일 '국내 의약품 콜드체인의 현주소와 솔루션(해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비대면 의약품유통발전포럼을 개최한바 있다.

당시 유통협회 고위 관계자는 인사말을 통해 "최근 코로나 백신을 비롯한 백신류와 바이오 의약품의 증가 등으로 인해, 의약품을 안전하게 공급하기 위한 콜드체인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히고 "따라서 의약품유통이 본업인 우리 의약품유통업계가 주도권을 쥐고, 발 빠른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움직임을 위해서는 관련 최신 정보의 습득은 필수적인 것이므로, 오늘 이 포럼을 통해 유통업체들이 중요한 정보들을 공유해, 미래 지향적인 의약품유통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도록 하자"고 당부한 바 있다.

지오영은 2020년 3조7000여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국내 의약품산업 통틀어 당분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단연 최대다. 전국 각지에 18곳의 물류거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3PL(Third Party Logistics, 3자물류, 위수탁물류)은 물론 4PL(3PL+물류컨설팅) 물류 사업까지 아우르고 있다. 최근 천안에 대지 5000평에 건평 1만평의 제2허브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모든 물류센터에 최신 콜드체인 시설은 기본으로 장착됐다.

백제약품은 2020년 1조7000여억 원의 매출액을 올린 역사 깊은 거상이다. 제약사 매출액과 비교해 보면 최상위급에 속하는 수준이다. 평택 5500여 평, 파주 4000여 평 등 전국 모든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곳곳의 요지 9곳에 물류센터를 두고 있다. 제도가 요구하는 콜드체인 시설을 모두 갖췄다. 3PL 수탁물류도 한다.

동원약품의 경우, 2020년 그룹 매출액이 1조2000여 억 원에 달한다. 전국 각지에 계열사의 선진적 대형 물류센터가 산재에 있다. 특히 계열사 동원아이팜은 콜드체인 물류가 특화돼 있다. 범국가적인 코로나19 백신 유통관리체계 구축 운영 사업에서 유통 협력업체로 선정되기도 한 콜드체인 물류 전문유통사다.  

복산나이스도 전국 각지에 허브 물류센터 3곳과 지역 물류센터 3곳을 운영하고 있다. 6곳의 물류센터 총 면적은 9500여 평에 달하며 콜드체인 전용 시설 면적만도 450평이나 된다. 콜드체인 시스템의 완성을 위해 2019년 초저온(-80℃) 보관이 가능한 '한국초저온'에 입주하여 수도권남부 및 충청권 의약품 유통 사업과 제약물류(3PL) 사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 경기도 광주에 4000여 평의 부지를 확보했으며, 조만간 콜드체인 시스템이 장착되는 초대형 물류센터를 추가로 착공할 계획이다.  

태전그룹을 비롯한 인천약품, 신성약품, 지오팜그룹, 뉴신팜, 백광의약품 및 인산MTS 등도 콜드체인 시설을 갖추고 대부분 3PL 수탁 물류를 행하고 있다.

이처럼 각론적 상황을 들여다보면, 유통협회가 콜드체인 포럼 등을 통해 앞에서 이끌고, 도매유통사들마다 경쟁적으로 콜드체인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이미 갖춰 놨음을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총론적 상황하고는 딴판이다. 의약품 도매유통업계가 생물학적 제제의 약국 납품을 포기할 정도로 아주 고단하고 힘들며 개정된 생물학적제제규칙은 약국 유통과정의 어려운 현장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등의 상황과 달리, 각론적 상황은 영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해야 할까. 혹시 당해 제약사들이 도매유통업계의 각론적 상황을 세세하게 파악하고 유통협회의 협조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것은 아닐까. 

제약사들이 혹시, 도매유통업계가 총론적 상황에 대해 계속 수준을 높여가며 강조하고 있는 속뜻을, 앞으로 한 달 남짓 후 약국의 생물학적 제제 품절 혼란 발생 가능성을 미리 귀띔해주고 이를 담보로 당해 제약사들과 정부 당국으로부터 유통비용을 비롯한 뭔가를 얻어 내고자 하는 여론몰이 전략으로 이해하고, 유통업계의 요청에 가타부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닐까. 자칫하면 자신들도 손해 볼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도매유통업계가 필히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있다. 의약품 유통업계 주변에 최고 수준의 물류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협조자와 경쟁자 두 역할을 거의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물류전문업체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도매유통업계가 아직도 경원시하고 있는 매출액 1조 클럽의 외자도매유통업체가 노사문제 이외 건재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말이다.  

CJ대한통운은 3PL 전문 물류업체다. 의약품도매상 허가도 취득했다. 경기도 동탄에 KGSP 적격업소 지정을 받은 3000평 규모의 의약품 허브센터를 두고 전국 11개 전담지역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의약품 전담 콜드체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입고ㆍ보관ㆍ출고ㆍ운송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류과정에서 정온 관리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의약품 물류 이동 과정을 소상히 기록하고 있다. 

200여대의 의약품 전담 운송차량에 온도 조절장치를 설치하고 의약품 보관 온도를 조절하고 있으며 운전석에 온도기록계를 설치해 운행 중 10분마다 자동으로 적재함 온도를 체크한다. 의약품 보관 온도에 맞게 특수 포장 용기와 냉매제를 사용해 영하 70도 등 까다로운 조건을 유지하며 전국적으로 운송할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기반의 '쿨 가디언 시스템(Cool Guardian System)'을 통해 365일, 24시간 물류센터 곳곳의 온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차량 적재함 내부의 안쪽과 바깥쪽 온도 차이를 관리하는 타당성 검증(Validation), 온도계 성능을 검사하는 검교정(Calibration) 등의 온도관리를 빈틈없도록 수행하고 있다.

용마로지스(동아쏘시오 그룹)는 3PL(위수탁 물류) 전문 물류업체다. 4PL도 한다. CJ대한통운처럼 용마로지스도 의약품도매상 허가와 KGSP 적격업소 지정을 받았다. 전국적으로 총 33곳의 물류센터와 34곳의 배송센터를 바탕으로 의약품의 보관, 수송, 택배, 국제물류, 물류진단 등 물류 전 영역에서 최고의 종합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약품의 입고ㆍ보관ㆍ피킹ㆍ출고ㆍ운송까지 전 물류과정에서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배송 인프라(infrastructure)와 운영 시스템을 갖췄다. 이를 통해 의약품의 정온 보관과 배송이 가능하다. 의약품의 정온은 실온(1~30도), 상온(15~25도), 냉장(2~8도), 냉소(1~15도) 및 냉동(영하 이하) 등의 조건대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의약품을 제약사와 도매유통사로부터 안성 허브센터로 가져오는 것은 물론 보관 및 분류 후 전국 각 지역 물류센터를 거쳐 약국 및 의료기관에게 전달하는 등 전 물류과정을 담당하는 차량에 정온 설비를 장착했다. 특수 용기를 활용할 경우 영하 20~70도 조건을 유지할 수 있다. 안성 허브센터에는 업계 최초로 외부 공기를 차단하고 정온 상태에서 제품 보관 및 분류가 가능한 밀폐시설도 구축했다.
 
용마로지스의 정온 배송의 모든 과정과 장비는 표준화된 품질관리 절차로 운영되며, 품질 보증팀이 자동 온도 관제 시스템을 통해 의약품 및 백신의 보관, 운송 과정에 대해 실시간으로 온도를 관리하고 모니터링하며 기록한다.

그럴 리야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만약 유통업계가 똘똘 뭉쳐 약국에 생물학적 제제의 공급 중단을 끝내 결행한다면, 당해 제약사들이 마음먹기에 따라 하시라도 CJ대한통운이나 용마로지스 및 외자유통업체(경동사) 등을 통해 약국에 그 제품을 공급하는 대안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을, 도매유통업계는 유념해야 한다.

유통일원화와 의약분업이라는 제도적 선물과 외자도매유통사의 역설적인 강한 자극으로, 토종 도매유통업계는 이제 명실 공히 유통의 주역이 됐으며 1965년 DSC(DongA Sales Circle)로 잃어버렸던 주인 자리를 권토중래 되찾았다. 2020년 요양기관(약국 및 의료기관)의 의약품 시장에 도매유통업계의 공급 비중이 90.8%나 됐다.

비록 도매유통업계가 유통의 주인이 됐다 해도, 그 주인이 의약품 유통을 쥐락펴락해서는 안 된다. 제약사들이 유통마진을 적게 주어 돈이 안 되므로 어려움이 크다는 이유를 들어 약국에 생물학적 제제의 납품 포기를 할지도 모른다는 예고를 서슴없이 행하며 으름장을 놓는 사태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공공연히 공급 중단을 시사하는 언사는 과했고 아무튼 피했어야 했다. '도매유통'이란 자리는 의약품을 원활하게 유통시킬 사회적 책무가 부여돼 있기 때문이다. 

당해 제약사들이 왜 묵묵부답인지 유통업계는 서운함을 표하기 전에 곰곰이 따져 볼 일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제약사가 유통사에게 마진율을 더 올려 주는 길인가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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