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위반 등 국내 규제 우려해 포기
심전도 측정기술 먼저 개발하고도 애플에 밀려

정보통신기술의 집약체 삼성전자, 바이오의약품 생산기반 시설을 갖추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상시험 기반과 환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의료원, 건강 데이터의 수요가 높은 삼성화재. 삼성은 헬스케어 사업에서 반도체 사업만큼이나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을까?

히트뉴스는 이광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헬스서비스팀 부장이 22일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스마트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삼성 갤럭시 워치와 삼성 헬스–스마트헬스케어 전략’을 토대로 삼성의 헬스케어 사업의 진행 과정을 짚어 봤다.

이광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헬스서비스팀 부장이 22일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스마트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삼성 갤럭시 워치와 삼성 헬스–스마트헬스케어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심박수 측정 갤럭시 워치 vs 심전도 측정까지 가능한 애플워치=‘기어(Gear)’에서 ‘갤럭시 워치’로 바뀌면서 추가된 헬스케어 기능은 ▲운동 자동 모니터링▲스트레스 모니터링 ▲수면 모니터링이다.

이 부장은 “추가적인 기능의 핵심은 심박수”라며 “갤럭시 워치를 통해 심박수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운동 강도를 조절해 주고, 심박과 움직임 정보를 조합해 수면이나 스트레스 정도를 모니터링 할 수 있다”고 했다. 즉, 갤럭시 워치가 개인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 앱 ‘삼성 헬스’를 통해 스트레칭을 권장하는 등 생활습관을 교정할 수 있다는 것.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헬스케어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헬스케어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기기에 헬스케어 산업과 접목하려는 움직임은 활발하지만, 이미 웨어러블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애플과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애플워치는 지난 9월 심전도 측정까지 가능해져 미국 FDA부터 의료기기로 허가 받았다.

이와 관련해 히트뉴스는 삼성의 갤럭시 워치 개발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에게 '왜 삼성은 심전도 측정을 탑재하지 못 했느냐"고 물었다. 이 관계자는 “삼성이 애플보다 심전도 측정 기술을 먼저 개발했다”며 “그러나 당시 심전도 측정을 탑재할 경우, 의료법 등의 규제를 받아 문제가 복잡해 질 것을 우려해 포기했다. 지금은 뼈 아픈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스마트워치 시장 1위는 애플워치로 약 41%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약 2%대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측은 갤럭시 워치가 8월에 출시된만큼 3분기를 기회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양한 헬스케어 기업과 협력하는 삼성=삼성헬스는 ▲개인의 건강을 간편하게 보여주는 대쉬보드 ▲걷기 경쟁을 통한 소셜 ▲각종 건강 컨텐츠 및 전문가 상담 기능 등을 강화했다.

이 부장은 “대쉬보드에 걸음, 운동, 수면, 음식, 체중 등의 내용을 제공해 개인의 건강관리에 방점을 찍었다”며 “우리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의 배너를 대쉬보드에 표시해 연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걷기 운동의 경우 삼성 헬스 앱 이용자의 소셜 기능을 강화해 1:1 걷기 경쟁, 글로벌 체인지 대회 등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어플리케이션 '삼성 헬스'를 통해 운동, 식단 등을 관리하고, 건강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어플리케이션 '삼성 헬스'를 통해 운동, 식단 등을 관리하고, 건강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헬스케어 전략은 다양한 헬스케어 전문 기업과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게 핵심이다.

그는 “삼성전자가 헬스케어 기업은 아니다”며 “현재 삼성전자는 인바디, 혈압계 등을 취급하는 70개 이상의 헬스케어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삼성화재에서는 애니핏(AnyFit)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삼성 헬스와 연동돼 일정 수준의 건강 관리 목표가 수립되면, 보험사의 포인트로 되돌려 주는 것이다. 이 외에도 삼성 헬스는 미국의 당뇨병 관리 서비스 ‘웰닥(welldoc)’을 플랫폼에 연동해 당뇨병 관리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 소장은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삼성화재가 출시한 당뇨병 환자 대상 보험을 헬스케어의 모범사례로 소개했다.

최 소장은 “삼성화재가 출시한 당뇨 환자 보험에는 국내 스타트업에서 개발한 마이헬스노트라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함께 제공된다”며 “이 스타트업은 앱만 사용하더라도 효과적인 혈당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강북삼성의료원과 임상 연구를 통해 증명했다. 이 결과는 지난 2월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됐는데, 이 앱을 6개월간 사용한 환자들의 당화혈색소 수치가 대조군에 비해 유의미하게 감소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렇게 당뇨병 약과 같은 효능을 보이는 앱을 당뇨 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에게 제공해서 당뇨 환자는 보험을 통해 본인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어 좋고, 보험사는 장기적 비용을 낮출 수 있어 좋다”고 평가했다. 삼선전자, 헬스케어 스타트업, 삼성의료원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헬스케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 것이다.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인공지능 사업 등 참여=삼성서울의료원은 지난 4월 산업통산자원부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 추진단’에 참여했다. 삼성서울의료원뿐만 아니라 세브란스병원 등 대학병원 및 관련 업체 40여개 기관이 참여해, 바이오 빅데이터 통계를 활용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러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약개발은 물론 질병 예방, 헬스케어 서비스, 의료기기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서비스 ‘빅스비’를 내놓으며, 인공지능 사업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2~13일 ‘삼성 AI포럼 2018’를 개최해, “인공지능 분야 전반이 커지고 있어, 석학 중심의 인공지능 인재풀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콘퍼런스 한 참석자는 “삼성은 웨어러블 기기를 만드는 하드웨어 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것이 관건”이라고 삼성의 헬스케어 산업을 전망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