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케어 최신 동향부터 규제 제언까지 한 권에

[HIT 초대석]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저자

최윤섭 저자 

인공지능, 빅데이터, 웨어러블 기기, 3D 프린팅, 4차 산업혁명. 그리고 디지털 헬스케어.

4차 산업혁명 기술이 헬스케어 분야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알게 된 건 2014년 출간된 그의 첫 번째 저서 <헬스케어 이노베이션>을 통해서다. 이후 그의 페이스북, 블로그를 통해 국내외 디지털 헬스케어 동향을 접했다. 단순한 동향 전달만이 아니라 한국에서 왜 디지털 헬스케어가 자리잡지 못 하는지, 외국이 어떻게 헬스케어 규제를 풀어 나갔는지 접하며 그의 팬이 됐다.

그가 일하는 방식이 궁금해서 읽은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 인공지능이 도대체 헬스케어의 어디까지 왔는지 궁금해 읽은 <의료 인공지능>. 그리고 그의 4번째 저서 <디지털 헬스케어-의료의 미래>. 디지털헬스케어의 동향부터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그의 관점까지 담긴 책이다.

팬심을 가지고 네이버 D2 스타트업 팩토리로 향해 책 이야기부터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해 그동안 궁금했던 모든 것을 물어봤다.

-책의 두께에 압도되긴 했지만, 역시 문장이 간결해 쉽게 읽히더라고요.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요.(웃음) 4번째 책까지 쓴 소감은 어떠세요?

“후련해요. 이 책을 쓰는 데 약 5년 정도 걸렸거든요. 업무 시간 외에 틈틈이 써 왔는데, 휴가를 가서도 한 글자라도 더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스스로 시달렸어요. 그동안 글 쓰던 시간만큼 이제 여유가 생겨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어요. 원래 글 쓰는 걸 좋아하고, 여러 번 고쳐 쓰면서 최대한 간결하고 쉽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헬스케어 이노베이션>이 10쇄 넘게 팔렸잖아요. 이후 부담감이 컸을 것 같은데요.

“<헬스케어 이노베이션>은 우연한 기회에 낸 책이에요. 블로그에 제 관심 분야를 정리하는 정도였는데, 출간 제안이 왔어요. 생각보다 반응도 좋았고, 특히 기업과 정부 부처에서 많이 보셨거든요.

첫번째 책을 통해 처음 디지털 헬스케어를 접하시는 기업, 정부 관계자가 많았죠. 충분히 준비하고 출간한 책이 아니었기 때문에 부끄럽기도 했고, 일종의 부채 의식도 있었어요. 이번 책은 첫 책의 부채 의식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를 집대성해서 제대로 소개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정부, 대기업, 스타트업 별로 챕터를 나눠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제언을 드렸죠.”

-개인적으로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라는 책을 좋아해요. 대표님 페이스북을 보니 아픈 손가락으로 표현하시기도 했던데요.

“참 공을 많인 들인 책인데, 판매 권수로 보면 아쉬움이 있어요. 이 책은 제가 독자들에게 업(業)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를 제공하려고 쓴 책이에요. 저도 연구소, 대기업 등을 거쳐 1인기업 등을 통해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해보기도 했고요.

앞으로 직장은 사라지고, 직업만 남게 되는 시대가 분명 올거에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조직에 속하기 보다는 각자의 인생관과 철학에 맞게 자신의 ‘업’에 대해 재정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직 저자님을 모르고 있는 히트뉴스 독자 분들을 위해 본인 소개 좀 해 주세요.

“디지털 헬스케어가 제 직업을 응축한 단어에요. 대학생 때 포항공대에서 생명과학과 컴퓨터공학을 복수 전공했어요. 전통적인 실험과 컴퓨터 모두 다뤄봤어요. 박사과정 때 스탠포드에 방문연구원으로 갈 당시 구글 등 미국의 IT 산업을 실리콘밸리에서 목격했어요.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죠.

그 이후 서울의대에서 연구교수 시절과 KT종합기술원에서 헬스케어 분야의 팀장으로 일하다 퇴사한 후 한동안 1인 기업으로 활동했어요. 디지털 헬스케어를 좀 더 본격적으로 연구했죠. 스타트업, 대기업, 제약사, 정부 등에 자문을 했어요. 이후 2016년 정지훈 교수님, 김치원 원장님께 함께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를 설립해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를 이끌고 있어요. 현재까지 초기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14곳을 투자했죠.”

-어떻게 대학교 때 생명공학과 컴퓨터공학을 동시에 공부하신 거죠?

“굳이 거창하게 설명하자면 두 학문의 융합이 미래에 꼭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했고요. 좀 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컴퓨터공학만으로 자신이 없었어요. 친구들에 비해서 프로그래밍 능력이 뛰어나지 않았거든요. 차별화 전략으로 생명과학까지 융합된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을 전공하기로 결정했어요.”

-스탠퍼드 방문연구원 시절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표현하기도 하셨는데. 그 당시 이야기 좀 더 들려 주세요.

“세계 최고의 연구 환경과 실리콘밸리를 몸소 경험할 수 있었죠. 대가의 연구실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연구가 이뤄지는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고요. 또 마침 그때가 2007-2008년에 걸친 기간으로, 아이폰이 갓 나와서 실리콘밸리에서 여러 혁신이 태동되던 시기였어요. 구글 본사도 가 보고, 스티브 잡스가 맥북 에어를 발표하는 행사에도 갔죠. 그때 넓은 세상을 보면서 제 시야가 많이 넓어졌습니다.”

-이제 책 이야기 좀 해볼게요.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단어 자체를 책 제목인데. 디지털 헬스케어는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요?

“모호한 개념이라 사실 딱 잘라 정의 내리긴 힘들어요. 그래서 제 책에서 벤다이어그램을 이용해 설명 드렸고요. 저는 디지털 헬스케어 개념을 좀 넓게 보고 있는데요. 디지털과 헬스케어를 융합되는 모든 것을 지칭한다고 봐요.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약개발, 유전체 분석, 의료인공지능, 웨어러블 기기가 적용된 각종 헬스케어 분야 모두 디지털 헬스케어에 속하는 개념이죠.”

-첫 번째 저서 <헬스케어 이노베이션>과 <디지털 헬스케어>와 큰 차이점은 뭔가요?

“첫 번째 책인 디지털 헬스케어를 리뷰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책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보는 제 관점(view)를 녹여내 이 분야를 집대성한 책입니다. 단순히 동향 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심층적으로 접근해 성공 요인과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도 함께 제시하려고 했어요.

특히 국내 실정에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직면한 어려움 점과 제언을 제약사, 대기업, 보험사, 스타트업, 규제기관 등으로 나눠 제시했어요. 책 말미에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를 위한 10가지 제언’을 명시했는데요. 이는 정부 부처(식약처, 심평원, 복지부, 산자부 등)에 드리는, 일종의 작심발언을 한 챕터에요.관계부처의 의사결정권자들과 실무자들이 많이 보시기를 바라고 있어요”

-디지털 헬스케어는 항상 정부 규제로 인해 산업으로 크지 못 한다는 지적이 있잖아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비단 규제 때문에 성장하지 못 하는 건 아니에요. 물론 규제로 인해 시작도 못 하는 산업 부분도 있어요. 그렇다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기보다는, 규제를 더욱 합리화, 명확화, 일관화해야 해요.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는 사용자나 환자에게 위해를 줄 수 있으므로 오히려 지양되어야 하고요.

사실 정부 탓만 할 수도 없어요. 결국 합리적인 규제를 만들기 위해선 전담 부서와 인력, 그리고 예산이 필요한데, 한국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에요. 현재 식약처에서 디지털헬스케어 관련 심사를 보는 인력이 고작 2명이에요.

지난 몇년 동안 식약처에서 나온 관련 가이드라인 등은 모두 이 분들이 전담해 온 거에요.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디지털 헬스 유닛이라는 새로운 부서를 만들고, 또 예산까지 배정 받았어요. 국내 규제 기관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전담 부서와 전문성의 질적, 양적 확충이 시급해요. 이를 위해서는 결국 예산이 필요한데요. 식약처를 넘어서 행안부와 기재부와 같은 관계 부처의 지원이 절실해요.

분명 우리나라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기회는 있어요. 하지만 이 기회로 넘어갈 창(window)은 빠르게 닫히고 있어요.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도전하기 위한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역시 기존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에서 혁신 사례가 나올 거라고 보세요? 국내엔 IT 대기업도 많잖아요.

“대기업의 역할도 물론 있어요. 대기업이 디지털 헬스케어를 하면 구글이나 아마존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봐요. 지금 구글은 겉으로 보기에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하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인공지능, 웨어러블, 유전체 분석, 로봇수술 기기 등. 그들이 왜 이런식으로 할까요? 디지털 헬스케어와 같은 신기술 분야에서 미래는 예측하기가 불가능해요. 어디에서 큰 기회가 터질지 모르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일단 방향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여러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예요. 하지만 CEO 지시사항으로 큰 방향을 미리 잡고 움직이는 한국 대기업이 쉽게 따르긴 힘든 모델이죠. 그래서 저는 국내 혁신의 주체는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스타트업이 될 거라고 봐요.”

-4차 산업혁명의 여러 기술이 헬스케어 모습을 바꾸고 있잖아요. 이 과정에서 기술이 인간이 대체할 것이란 두려움도 꽤 있고요. 인간은 새로운 기술을 어떤 관계를 맺게 될까요?

“저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는 ‘디지털’이란 단어를 없애는 것이라고 봐요. 과거에 많은 기술과 마찬가지로 처음에 나오는 기술이 새롭게 보이지만 어느새 우리 일상으로 스며 들잖아요.

공존을 위해 각 주체의 역할 분배가 중요해요. 질병을 치료하고 더 나아가 예방하는 게 헬스케어의 개념이잖아요. 단순하게 기술의 정확성을 증명하는 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치료제와 마찬가지로 실제 치료 효과나 개선 효과를 입증하고, 보건의학적 효용을 입증해야겠죠.”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는 책 두께에 압도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 읽는 있는 팁이 있다면요?

“필요한 부분만 읽으셔도 됩니다. 최대한 평이하게 서술하면서 전문 용어도 피하려고 노력했거든요.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용어를 써야 할 때는 사례를 많이 넣었고요. 또 이해를 돕기 위해 도표, 그림도 많이 넣었어요. 가령 제약사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제약사 챕터부터 읽으셔도 돼요. 거기에 ‘디지털 치료제’ 개념이 나오는데,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은 ‘디지털 치료제’ 챕터에서 읽어보면 되고요.

특히 참고문헌(reference)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요즘 의학은 기본은 ‘근거중심’이잖아요. 저 역시 근거 중심으로 서술하고 싶었어요.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fact)이나 현상에 대한 기술은 가능하면 모두 참고문헌을 달려고 노력했어요. 참고문헌을 통해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을 원하는 독자가 자료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도록 기재했고요. 7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전문가 분들이 보기에 내용이 부족해 보일 수도 있는데, 참고문헌을 통해 이 분야를 더 깊이 공부해볼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길 바랍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VR 등 디지털 기술 혁신이 의료와 융합되면서 태동된 혁신 분야인 ‘디지털 헬스케어’ 전반을 포괄적이면서도 상세하게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 최윤섭 박사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가로, 활발한 연구, 저술과 강연을 통해 국내에 이 분야를 처음 소개한 장본인이다. 집필 기간만 5년, 분량은 700페이지가 넘는 이 역작은 디지털 헬스케어의 기본 개념부터, 의료 인공지능, 디지털 치료제, 웨어러블과 같은 최신 기술, 그리고 원격의료와 개인 유전정보 분석 및 규제 혁신과 같은 민감한 이슈까지 거침없이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더 나아가, 대기업, 제약사, 스타트업 및 투자사가 디지털 헬스케어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전략과, 규제 기관 등 관계 당국에 던지는 날카로운 지적과 구체적인 제언까지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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