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업을 만나다 |
장구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릴레이 기획  대학, 기업과 만나다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은 'K-제약바이오'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까지 왔다. ‘사람’이 제약바이오 발전과 변화의 핵심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가야할 길은 멀고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높다. 사람을 빼면 K-제약바이오의 미래는 없다. 신약개발을 위한 인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약바이오 산업계가 성장하고 있는 만큼 대학 역시 최근 신약개발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히트뉴스는 릴레이 기획 [대학, 기업과 만나다]을 통해 대학에서 제약바이오산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전한다. 이를 통해 K-제약바이오의 산학협력이 올바르게 자리잡기를 소망한다. 

 

"쥐(mouse)뿐만 아니라 설치류(rat), 더 나아가 큰 동물(소, 돼지 등)에서도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연구자나 개발자들이 원하는 맞춤형 동물모델을 디자인하고,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고도화 해 나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하기 전 JTBC <차이나는 클래스> '아낌없이 주는 동물' 편에서 과학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장구 교수 모습을 봤다. 과학적 사실들을 전문용어를 쓰지 않고, 정확하게 전달하기란 쉽지 않다. 장구 교수는 대중들에게 별다른 전문용어를 쓰지 않고, 친숙한 동물을 소재로 백신의 개발부터 유전자교정 기술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동물진료와 연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장구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그날도 동물들 진료와 연구계획서 작성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 와중에 들려준 유전자 수준에서 동물을 연구하는 이야기는 한 권의 교양 과학서적처럼 흥미로웠다.

동물진료와 연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장구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그날도 그는 동물들 진료와 연구계획서 작성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동물진료와 연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장구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그날도 그는 동물들 진료와 연구계획서 작성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바쁘신데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의 연구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아픈 동물들을 진료하고, 특히 동물의 임신과 출산에 관한 진료를 봅니다. 임신과 출산을 진료하다 보면, 유전병으로 인해 불임과 난임으로 고통 받고 있는 동물을 종종 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료 현장뿐만 아니라 유전자 수준에서 기초연구를 진행하고, 학생들에게 이와 관련한 내용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시험관 아기 기술은 처음에 동물들의 불임과 난임 연구를 통해서 탄생한 기술입니다. 동물에서 적용되던 기술이 사람까지 적용된 것이죠. 보통 신약개발 연구자들에게 마우스 등 설치류가 친숙하겠지만, 저는 주로 소, 돼지 등 큰  동물과 관련된 유전병과 전염병을 연구합니다.

이런 큰 동물을 대상으로 자연교배 뿐만 아니라, 원하는 형질을 발현시키는 유전자 도입 및 선별 기술을 적용해 체외 수정을 하기도 합니다. 1970년대 후반기부터 시작된 시험관 동물 기술은 더 많은 고기와 우유를 생산할 수 있게 해줬죠."

 

배아줄기세포 등으로 동물연구가 활발히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교수님은 배아줄기세포 대신 직접 유전자를 교정하는 방식으로 연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초기에 저도 배아줄기세포에 관심을 가졌고 아주 잠깐 연구를 했는데, 이후 자연스럽게 배아 수준에서 유전자를 원하는 형태로 바꾸는 연구 방향으로 가게 됐습니다. 진화의 과정을 거쳐 선택된 형질이 배아줄기세포, 유전자 편집 및 체외 수정의 발달로 맞춤형 동물 시대가 열렸습니다.

가령 쥐와 설치류를 중심으로 마우스의 원하는 표현형이 발현될 수 있도록, 맞춤형 동물 제작이 가능해 진 것이죠. 이를 통해 국제적으로 마우스 표현형 컨소시엄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질병 모델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 졌어요. 현재 잭슨과 찰스리버 등 다양한 회사가 이러한 맞춤형 동물을 제작하고 있는 것이고요.

하지만 설치류에는 잘 적용되는 배아줄기세포기술이 큰 동물(소, 돼지, 닭) 등에서는 적용하기 힘듭니다. 왜 이들 동물에서 배아줄기세포가 만들어지지 않는지, 정확한 원인은 현재는 모릅니다. 물론 일부 논문에서 유사(like) 배아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보고는 있지만, 맞춤형 동물을 만들 수 있는 수준까지는 아닙니다."

 

큰 동물에서 맞춤형 동물 제작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재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돼지 등을 활용해 사람에게 필요한 혈액과 장기 등을 얻을 수 있는 분야에 활용될 수 있겠죠. 가령 일반 돼지가 아니라, 사람에게 장기이식을 했을 때 면역거부반응이 적게 일어날 수 있는 맞춤형 돼지를 제작하면 좋을 텐데, 현재 배아줄기세포가 없어 유전자 편집 및 도입을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물론 동물복제 연구 방법을 이용해 유전자 편집을 할 수 있긴 하지만, 과거 제가 박사학위 연구할 때 만해도 지나치게 효율이 낮았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 10년전에 등장한 '유전자가위' 기술입니다."

 

유전자가위 기술, 맞춤형 동물 제작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요?

"처음 징크 핑거(zinc finger) 유전자 편집 기술이 나왔을 때 원하는 유전자를 타깃하는 정확성과 효율성이 제가 동물 실험해서 해보니 너무 낮게 나왔어요. 오프 타깃(off target) 현상도 발생하는 것 같기도 해서, 이후 김진수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탈렌(TALEN) 가위 기술에 대한 연구를 중-대동물 세포에 적용해보니, 설치류를 포함한 다양한 동물 모델 생산 연구에 진행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어요.

이후 CRISPR-Cas9 유전자 가위 기술을 배아에 최적화하여, 이를 활용해 광우병 관련 유전자 기능을 알아보고, 동맥경화 관련 유전자 기능을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툴젠 및 여러 공동 연구기관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원하는 동물은 만들 수 있지만, 산업적·과학적으로 의미있는 동물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해 오신 광우병과 동맥경화 관련 연구를 좀더 듣고 싶어요.

"광우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이 프리온인데, 이 프리온은 도대체 왜 있는지 유전자 수준에서 이해해 보기 위해 시작된 연구였어요. 현재 프리온 관련 유전자 기능을 밝히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이를 규명해 나가고 있는 단계입니다. 10년전에 시작해서 이제 낙아웃 동물을 통한 유전자 분석을 심도있게 진행 중에 있습니다.

동맥경화는 사람에서는 발병하는 질환이지만, 설치류 모델을 통해서 연구를 하여 다양한 임상 시험을 하는데, 실제 마우스에서 나타나는 표현형이 사람의 동맥경화와는 조금 차이가 있어서, 신약 개발 및 치료제 개발에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사람과 비슷하게 동맥 경화 증상이 나올 수 있는 동물 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랫드를 이용해서요."

 

마우스보다 큰 Rat를 맞춤형 동물로 제작하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이 역시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rat를 제작해서 제공하는 것이죠. 마우스 맞춤형 제작이 가능한 곳은 꽤 있지만, 국내에서 rat를 맞춤형 동물 모델로 제작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연구자들의 수요가 일정부분 있음에도 불구하고요. 국가 프로젝트를 통해 비교 의학적 연구를 위한 rat 제작 연구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마우스가 연구자들에게 가장 많이 쓰이는 동물 모델이긴 하지만, rat를 필요로 하는 연구자들의 수요도 분명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 동물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빠른 속도로 간편하게 유전자를 없애거나(knock out) 삽입해서 관련 세포와 동물을 만드는 맞춤형 동물 디자인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형질전환 동물 연구 관련 모식도[사진출처=라트바이오 공식홈페이지]
형질전환 동물 연구 관련 모식도[사진출처=라트바이오 공식홈페이지]

 

<차이나는 클래스>에서 소의 우유 단백질에서 항암제를 생산할 수 있다는 설명도 인상적이었어요.

"지난 2009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GTC 바이오세러퓨틱스가 유전자 변형 염소의 젖에서 추출해 개발한 항응고제 에이트린(ATryn)을 승인했어요. 저도 이런 사례를 통해서 동물의 우유 단백질에서 약물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 봤어요.

현재 항체의약품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초(CHO) 세포(cell)에서 재조합단백질(recombinant protein)을 발현시켜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CHO cell을 배양하기 위해선 큰 규모의 시설과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들었어요.

우리가 단순하게 사육하는 유전자 도입 소에서 (CHO cell의 생산량 이상의) 의약품을 얻을 수 있다면 이상적이겠죠. 물론 아직까지 한계는 분명합니다. 소는 염소대비 임신기간과 길고, 사육하는데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합니다. 이런 한계를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해결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구뿐만 아니라 강연에도 활발히 임하는 장구 교수. 
연구뿐만 아니라 강연에도 활발히 임하는 장구 교수.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소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나요?

"맞춤형 동물을 만드는 여러 목적이 있지만, 연구 목적일 수도 있고 산업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우유 단백질 생산을 목표로 할 수도 있습니다. 소를 이용한 생산성을 높이는 부분으로 건강하고 근육량과 우유 생산량이 많은 품종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우유의 생산성과 단백질 조성을 맞춤형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우유의 단백질을 맞춤형으로 바꾼다면, 좀 더 건강한 우유의 생산과 우유 단백질을 이용한 다양한 산업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소 한마리가 연간 9000kg 우유를 생산합니다. 이중 단백질 비율이 약 360kg(4%) 입니다.

이중 우리가 원하는 단백질이 약 10%만 된다고 해도 소 한마리에서 원하는 단백질이 약 36kg 정도인 것입니다. 이런 맞춤형 단백질 생산 기술이 완성되고, 이를 정제하는 기반이 만들어지면 연구용 및 의약품 단백질을 생산하는데, 큰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전자 도입 동물 모식도 
유전자 도입 동물 모식도 

 

 

우유 단백질을 활용해 약물을 생산하는 기술은 어디까지 왔나요?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 토끼 및 염소의 우유 단백질로부터 의약품을 상용화해서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저도 실제 우유에서 나오는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현재 특정 재조합 유전자(recombinant gene)만 있으면 실험실에서는 간단하게 확인하고, 환경만 뒷받침 된다면 가능합니다. 물론 DNA 기술을 고도화 시키는 문제 및 크기가 큰 단백질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허들 들이 있습니다.

실험적에서 항암제 성분 단백질이 나오도록 하는 결과도 얻었습니다. 현재 소를 사육하는 문제로 해당 물질은 보관 중입니다. 향후 이 항암제 성분이 나오는 우유를 더 만들어, 분리한 뒤 직접 쥐 실험까지 하고 싶은데, 해야 할 일이 많죠.(웃음)

현재 우리 연구실에서도 소를 활용해 우리가 정확하게 원하는 단백질을 많이 나오게 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산업적으로 필요한 단백질을 무엇일지 고민하고 일부는 이미 실험실 수준에서 진행하고 있고, 미래를 좀 더 잠재력이 있는 단백질에 대해서 고민 하고 있습니다."

 

향후 이 기술이 사업화 된다고 했을 때, 대량생산 조건을 맞추기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미국과 유럽은 이 기술을 활용한 약물 승인까지 내 놓았기 때문에 표준작업지침(SOP)가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이러한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아 어려움은 있습니다. 심지어 많은 국가들이 마련해놓은 유전자가위 기술 관련 제도로 몇 년째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유전자 가위 적용 관련하여 제도적으로 모든 것을 마련해두고, 연구와 산업화의 활성화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미래 기술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합니다."

 

연구 내용을 실용화 하기위해 라트바이오를 창업하셨네요.

"현재 경상북도와 맞춤형 소를 농장에서 키우고 있습니다. 향후 특허 출원과 논문 발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정도는 아니지만, 개념입증(POC)를 마치고, 원하는 성분이 함유된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습니다."

 

회사 파이프라인을 보니 알부민 관련 연구도 하고 계시네요.

"소의 알부민 유전자를 사람의 알부민 유전자로 바꾸는 연구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한데, 일부 윤리적 이슈가 있습니다. 소에서 사람의 알부민이 100% 나오게 해서, 화상이나 염증 치료제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현재는 시장성 등의 문제로 보류되긴 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 화장품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과 공동개발에 임하고 있습니다."

 

해당 기술을 갖고 창업 결정까지 쉽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향후 이 기술을 활용해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요?

"의약품 개발은 제 인생에서 큰 목표입니다. 유전자 도입 동물이 일종의 원하는 단백질을 생산하는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소 한마리에서 단백질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이를 정제하는 일종의 '바이오파밍(bio-farming)'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현재 관련 내용으로 몇몇 지자체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 연구실에서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자궁내막 관련 질환으로 인해 착상을 방해하는 유전자를 없애서 오가노이드 제작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물실험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오가노이드 연구도 활발히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동물들이 어디가 아프고, 이를 이해하기 위한 유전자(DNA) 수준에서 이해하려는 연구 활동을 지속할 것입니다."

 

장구 교수가 추천하는 Next Interviewee?

"유종만 차의과대학 교수를 히트뉴스에서 뵙고 싶어요. 유 교수님은 국내에서 오가노이드 연구 뿐만 아니라 사업화에도 앞서 있는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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