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업과 만나다|
남재환 가톨릭대학교 의생명과학과 학과장

 릴레이 기획  대학, 기업과 만나다 ①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은 ‘K-제약바이오’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까지 왔다. ‘사람’이 제약바이오 발전과 변화의 핵심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가야할 길은 멀고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높다. 사람을 빼면 K-제약바이오의 미래는 없다. 신약개발을 위한 인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약바이오 산업계가 성장하고 있는 만큼 대학 역시 최근 신약개발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히트뉴스는 릴레이 기획 [대학, 기업과 만나다]을 통해 대학에서 제약바이오산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전한다. 이를 통해 K-제약바이오의 산학협력이 올바르게 자리잡기를 소망하면서.

 

"대학교 4년을 마친 학생들이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취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생각해 봤어요. 이런 학생들에게 과연 대학의 의미가 무엇일지 고민했죠. 학생들이 취업 환경에서 활용 가능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가톨릭대학교는 생명과학과와 별도로 의생명과학과를 신설했다.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는다. 신설된 학과는 신약개발과 인간의 질병에 대해 기업 맞춤형 커리큘럼으로 강의가 진행된다. 특히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기업 맞춤형 산업인력 양성 프로그램(학사 졸업 후 산업체 취업) 전문연구인력 양성 프로그램 (대학원진학) 학·석사 연계 프로그램[산학협력코스 ; 전액 장학금 지급, 졸업 후 해당 기업 (SML 바이오트리 그룹 등) 취업 우선 보장]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세 프로그램 중 하나를 선택해 이론과 취업 실습을 병행할 수 있다. 히트뉴스는 남재환 가톨릭대학교 의생명과학과 학과장을 만나 신약개발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의생명과학과에 대해서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히트뉴스는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학과장을 만나 내년에 새롭게 신설되는 학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의생명과학과, 기존 생명과학과와 무엇인 다른가요?

"신약개발과 질환 연구 등 기업 맞춤형 강의를 할 예정입니다. 3학년까지는 탄탄하게 기초과학 이론을 익히고, 4학년부터는 이론과 실습을 병행합니다. 5일 수업 중 3일은 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이틀은 학교에서 집중적으로 이론 수업을 진행합니다. 특히 4학년 과목의 경우 기업들과 협의를 거쳐 매년 교과목을 수정해 나갈 예정입니다."

 

4학년 산학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학·석사 연계 프로그램 ▷전문연구인력 양성 프로그램 ▷기업 맞춤형 산업인력 양성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학·석사 연계 프로그램은 약 2년동안 기업으로부터 2000만원 상당의 장학금을 지급받고 학교를 다니게 됩니다. 현재 SML 바이오트리그룹에서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고, 지원 기업은 추가될 수 있습니다. 4학년 1학기부터 약 3일동안 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게 되고, 나머지 이틀은 학교에서 이론 수업을 듣습니다. 이 후 자연스럽게 석사과정 연계되어 이후 일주일에 4일간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하루를 학교에서 집중적으로 수업을 듣게 됩니다. 단순히 취업 실습을 나가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은 이틀동안 이론 수업을 밀도있게 들을 수 있습니다.

4학년 이론 수업은 유전자치료제, 항체치료제, 면역치료제, CMO, CRO 등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과목들로 구성했습니다. 이후 석사 과정생으로 회사에 입사해 3학기 동안 석사 과정을 이수하면 됩니다. 총 5년 만에 학사와 석사 학위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습니다. 2년 후에 장학금을 지급한 회사(SML 바이오트리 그룹 등)에 근무 기회가 주어집니다.

전문인력양성프로그램의 경우 2학기에 학생이 원하는 교수 연구실에 인턴 과정을 거치는 것입니다. 여기에 별도 6학점을 부여해, 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학부 졸업 후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은 기업 맞춤형 산업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각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가톨릭대학교 의생명과학과 커리큘럼[출처=학과 홈페이지]

SML 바이오트리그룹 이외 다른 기업도 학·석사 연계 프로그램 지원할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모든 회사에게 열려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경우 학생들에게는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미리 인재를 선점할 수 있습니다."

 

보통 생명과학 분야는 학사 졸업 후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기 쉽지 않잖아요. 학부 졸업 후 취업을돕는 '기업 맞춤형 산업인력 양성 프로그램'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총 3시간으로 운영됩니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추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을 15~16곳의 CEO, 연구소장을 비롯한 연구인력과 그 밖에 다양한 바이오 실무자를 불러 약 2시간 동안 강연과 토의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 이전에 약 1시간 정도 학생들과 학과 교수들이 해당 기업에 대한 사전 조사와 토의 과정을 거칩니다.

가령 항체접합의약품(ADC) 개발사를 초청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사전에 제가 학생들과 함께 해당 회사에 대해서 조사한 뒤, 발표와 토론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이후 초청 연사는 회사에 대한 소개와 함께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상을 발표합니다. 이미 사전조사와 충분한 토의를 거친 학생들은 연자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 있고, 자연스럽게 회사와 학생들이 일대일 면담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입니다.

이 교육 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현황과 자신들이 어느 회사에 취업할 수 있는 알려줄 것입니다. 비단 신약개발 분야뿐만 아니라 바이오인포그래픽, 전문기자 등 다양한 영역을 소개해 줄 예정입니다."

[출처=가톨릭대학교 의생명과학과 홈페이지]
[출처=가톨릭대학교 의생명과학과 홈페이지]

 

전문인력양성프로그램은 기존 대학원 진학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의생명과학과 과정을 통해 좀더 탄탄하게 기초를 다질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실험 위주 대학원의 경우 이론보다 각 교수의 프로젝트에 합류해 실습을 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반적인 이론 공부를 하기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의생명공학과 4학년 과정은 좀더 심도깊게 이론을 공부할 수 있는 다양한 과목이 구성돼 있습니다.

전문인력양성프로그램을 마친 학생들은 대학원에서 각종 실험 실습 기법을 익히면서, 자신의 원하는 분야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의생명과학과의 4학년 과목은 특화된(specific) 과목으로 구성돼 있어, 대학원 과목처럼 보이는것도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기존 다른 대학교들도 취업 특성화에 초점을 맞춘 곳이 있지 않나요?

"성균관대학교 반도체학과처럼 일종의 계약 형태를 맺은 것을 제외하곤, 바이오 분야 취업에 특성화 된 곳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바이오는 분야 자체가 워낙 다양해서, 그동안 바이오 특화 취업 학교를 만들기 쉽지 않았습니다. SML 바이오트리그룹이 선제적으로 우리와 손을 잡고, 시작했습니다. 점점 더 많은 회사와 함께 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출처=가톨릭대학교 의생명과학과 홈페이지]
[출처=가톨릭대학교 의생명과학과 홈페이지]

 

대학이 지나치게 취업 위주로 가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물론 그런 우려도 이해는 합니다. 우리 학과가 취업 위주로 커리큐럼을 구성해도, 3학년까지는 매우 심도있게 기초분야를 가르칩니다. 생화학, 세포생물학, 면역학, 분자생물학 등으로, 학생들이 버거울 정도로 탄탄하게 기초 분야를 교육하죠.

전 이런 이야기도 해 보고 싶어요. 그럼 4년동안 전공을 마친 학생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거나 전공 외에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든 학생들이 박사가 될 것도 아니고, 결국 모든 학생들은 취업을 합니다. 대학이 기업에 지나치게 휘둘릴 필요도 없지만, 대학에서 산업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충분하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석사 혹은 박사 졸업생들이 대기업이나 중견제약회사가 아닌 바이오벤처 취업을 희망하는 경우가 늘고 있나요?

"물론 지금도 대기업을 더 선호합니다. 다만 벤처의 경우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자신이 직접 연구 설계부터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물론 좋은 바이오벤처를 찾는 눈이 있어야 하겠지만요. 큰 기업의 경우 안정적인 대신 연구를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위치로 가는 데 꽤 시간이 걸립니다."

 

종종 벤처 대표님들이 국내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학생들은 지나치게 수동적이라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맞는 말씀입니다. 때문에 앞서 말했듯 본인 성향에 맞게 벤처와 대기업을 선택해야 합니다. 주도적으로 무언가 하고 싶으면 벤처에, 주어진 업무를 수행해 나가고 싶으면 중견기업 혹은 대기업에 가는게 맞겠죠.

반대로 저는 벤처 대표님들께 이런 말씀을 해 보고 싶어요. 굳이 석·박사 과정생만 뽑을 게 아니라, 훌륭한 학부생을 뽑아서 잘 교육시키는 방법도 있거든요. SML 바이오트리그룹 역시 학부생을 선발해서, 적절한 교수에게 파트타임으로 석사를 마칠 수 있도록 해 줘요. 회사 입장에서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고, 직원 역시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죠"

 

끝으로…

"예전엔 좋은 인력이 모두 학계에 남아 있었어요.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죠. 기업에 더 좋은 인재가 있고, 연구비 역시 더 규모가 크죠. 아직까진 국내에서 대학교수를 하다가 기업에 가는 경우가 흔하진 않지만, 미국만 하더라도 학계에서 산업계로 활발히 이동하거든요. 우리도 점점 변할 거에요. 기업에서 자신의 연구 성과를 현실화 하는 게 훨씬 수월할 테니깐요. 저보다 젊은 세대의 교수들은 활발하게 산업계로 갈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재환 교수가 추천하는 Next Interviewee?

"홍기종 건국대학교 교수님을 히트뉴스에서 뵙고 싶어요. 홍 교수님은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에서 보건연구관으로 계시다가,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인터파크바이오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체를 거치셨거든요. 현재 다수의 회사를 컨설팅하며, 학교 교육과 기업에서 원하는 수요를 잘 알고 계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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