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바이오텍, 임상약리전문가 태부족
마차를 말 앞에 둔 것처럼 개발과정 혼선 빚어
후보 물질만 확보한 회사라도 수탁개발 충분해

가톨릭 의과대학에서 30년 가까이 약이 사람 몸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사라지는지(PK), 약물농도와 약효의 관계는 어떻게 추정할 수 있는지(PD), 이것을 신약개발의 의사결정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연구해 온 임동석 교수는 2019년 9월 '모든 국내 신약 개발사를 위한 전문가 집단'을 기치로 AIMS BioScience(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했다.
 
"임상약리학이라는 학문이 국내에 도입된 지 30년이 넘도록 대학병원에서 임상1상을 수행하는 CRO역할에 매몰되어 정작 신약개발에서 해야 할 중추적 역할들을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총대를 멨다"는 임 대표는 "마차를 말 앞에 매는 식의 무질서한 개발을 보면서 안타까웠다"고 했다. 글로벌 신약개발 붐이 일면서 기초 연구자들이 좋은 타깃을 연구하고, 여기에 후보물질 한 두 개를 확보하면 투자가 따라붙는데 정작 이를 상품으로 만들어 나가는 개발단계는 너무 취약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초기개발을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않다"며 "글로벌 빅파마에게 라이센스 아웃하는 것이 대부분 국내사들의 개발 목표이고 보면 디스커버리부터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단계인 PoC(Proof of Concept)까지 빈틈없고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약 연구개발을 R&D(Research & development)라고 부르지만 연구와 개발은 완전히 다르다"는 그는 "훌륭한 연구자분들의 성과(신약 파이프라인)를, 임상약리를 기반으로 한 개발전문가들이 모인 애임스 바이오사이언스가 평가하고 해석해 보석으로 세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을 전주기 관점에서 해낼 수 있는 국내 회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벤처사가 신물질의 유효용량과 투여경로도 논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자들의 등쌀에 못이겨 GLP 독성시험을 덜컥 들어가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시행착오부터 막는 것이 임상약리가 신약개발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어린이날 다음 날 판교 애임스 바이오사이언스 사무실에서 임동석 대표를 만나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임동석 AIMS Bio Science 대표(사진제공, 애임스 바이오 사이언스)
임동석 AIMS Bio Science 대표(사진제공, 애임스 바이오 사이언스)

 

통상 대한민국에 400개 가까운 전통제약회사와 1500개 넘는 바이오텍이 있다고 합니다. 애임스 바이오사이언스의 창업은 어떤 의미인 거죠?

"4~5년전부터 국내 제약바이오 생태계에 신약개발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하려는 변화가 두드러졌습니다. 자연히 바이오벤처를 상대로 PK/PD 컨설팅 일도 급증했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다보니 PK/PD만 도와준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많은 국내 제약사나 바이오벤처 일선 연구개발자 분들과 그 윗선 모두 약리학에 대한 인사이트가 충분하지 않아 서로 힘들어 했죠.

임상약리학의 전문성 자체를 기업에 통째로 이식하는 방식의 총체적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즈음 마침 일동제약으로부터 자사의 R&D를 도와줄 수 있는 회사를 설립해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됐습니다. 이후 가톨릭의대 산업협력단과 2년 가까이 내부적 논의를 거쳐 2019년 대학 기술지주사의 자회사로 창업했어요. 그리고 일동제약의 파이프라인들을 시작으로, 비임상 전문가들을 영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의뢰가 들어오는 국내의 모든 제약사, 바이오벤처의 개발도 돕고 있습니다."

 

신약 초기개발과 관련해 글로벌 빅파마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규모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으니, 회사마다 임상약리 전문가들을 100명이 넘게 두고 있고 PK/PD 모델링 그룹 역시 버금가는 규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회사 내에서 이들 임상약리 그룹과 PK/PD 그룹이 다른 전문직능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개발과정의 크고 작은 의사결정들을 합니다. 릴리의 경우 임상약리의 이런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20년 전부터 Chorus R&D라는 독립적인 조직을 만들어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고요. 우리나라 벤처들의 경우 임상약리 전문가가 1명도 없는 곳이 99%이고, 중견제약사들에는 더러 채용되어 있기도 하지만 회사에서 시키는 동떨어진 일들을 하면서 전문성을 살리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약개발이 이뤄지는 과정
신약개발이 이뤄지는 과정

 

그동안 만나본 국내 제약회사나 바이오벤처들은 어디에 집중하고 있던가요?

"솔직히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전주기 개발을 한 후 글로벌 신약 허가를 확보할 수 있는 기업은 한 손에 꼽을 정도에요. 대부분 초기개발 이후 라이센스 아웃(L/O)에 집중을 합니다. 신약 파이프라인의 가치가 가장 크게 증가하는 비임상에서 초기임상, PoC 단계까지에 집중하겠다는 것인데, 정작 그 과정을 맡아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직능인 임상약리학자는 없다시피 하고요. 그런 면에서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인 저희 회사는 특별합니다."

 

라이센스 아웃의 설득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뤄져야 하는 초기 개발의 핵심 작업은 어떤 일일까요?

"시장 수요를 바탕으로 한 명확한 TPP(Target Product Profile)를 정의하고, 소분자 개발이라면 TPP를 충족할 수 있는 생리학적 기전을 보이는 히트(hit) 구조를 파악하며, 다양한 유도체 합성을 통한 충분한 개발 원동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시간/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인 평가를 통한 최적 후보물질을 도출해 임상 초기에 최적의 방법으로 PoC를 입증하는 것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TPP가 뭐냐는 질문을 아직도 종종 받는다는 겁니다."
 

뭘 모르고 드리는 질문인데요, 신약의 초기 개발이 후기개발 보다 쉽지 않을까요? 

"하하하. 단순해 보이지만 딱 잘라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다만 줄곧 임상약리만 해온 제 입장에서 초기개발은 과학적 입증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싸움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PK/PD 관점에서만도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는 이야기죠. 초기개발은 과학적인 측면에서 머리를 싸맬 일이 많은 시간이라면 후기개발은 대규모 데이터의 품질 싸움으로 임상시험 등에서 통제할 것이 많은 몸이 고달픈 시간이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국내사들은 초기 개발에서 어떤 면에 집중해야 하죠?

"초기개발단계는 말씀드린대로 신약개발 전 구간 중 가장 지식집약적인 단계인 까닭에 다양한 전문가들의 동시 관여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지향점이 중요합니다. 대다수 국내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에게 라이센스 아웃을 목표로 하니까 구매자의 눈높이에 맞춰 필요한 데이터를 논리적인 허점이 없도록, 탄탄하게 준비해야만 합니다. 건물을 3~4층 정도 올려놓고 난 후에 1층 골조의 심각한 하자를 뒤늦게 발견하게 된다면... 끔찍하잖아요."
 

컨설팅을 통해 본, 다시 말해 몸으로 체험해 본 국내 환경 혹은 현실은 어떻게 말씀하실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①자본과 연구자의 큰 기대 ②준수한 소재 ③빈약한 성과라고 요약하고 싶습니다. 소규모 바이오텍의 준수한 소재에 투자가 이뤄진 것을 출발점 삼아 설명해 볼게요. 시간이 좀 흐르면 투자자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무리한 성과를 요구하게 됩니다. 그런데 바이오텍은 해야할 과제(task)와 개발여건의 부조화로 인해 내실있는 개발을 이뤄내지 못합니다. 투자자들은 이를 지켜보며 다시 불안감이 높아집니다. 악순환이지요" 

 그렇다면 애임스 바이오사이언스의 비즈니스 콘셉트는 뭔가요?

"전문가 집단이 신약개발에 필요한 모든 전문성을 제공한다는 개념의 회사입니다. 통상 R&D를 뭉뚱그려 하나인 것처럼 말하지만, 연구(Research)와 개발(Development)은 천지차이죠. 신약개발은 점진적으로 개선(Improve)시켜 나가는 것이 아니라 평가(Evaluation)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평가를 통해 될 물건인지, 아닌지 선별해 적절한 것 하나를 남기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텍들이 이런 전문성들을 모두 확보하기에는 규모도 작고, 파이프라인 숫자도 많지 않아요. 이같은 어려움에 있는 개발사들이 애임스 바이오사이언스의 전문가풀을 활용하면 국내 신약개발 과정의 품질을 최단시간 상향평준화 시킬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애임스 바이오사이언스가 확보한 '분야별 개발에 필요한 모든 전문성'은 어떤 것이죠?

"①임상약리학 업무(CP) ②in vitro 및 in vivo 약동학 연구전략 ③in vitro 및 in vivo 효능/독성 연구 전략 ④임상 개발 전략(CD) ⑤제형 개발 및 IP 조달 전략 ⑥AI 활용 근거 확보 전략 및 실무 ⑦계량약리학 실무(PMX) ⑧in vitro 및 in vivo 등 외주 연구 관리 ⑨의약품 허가 전략 및 대관 커뮤니케이션(RS) 실무 담당 전문가들을 이미 확보한 상태입니다. 

다만 ⓐ바이오마커 탐색, 분석 등 관련 실무 ⓑ임상 개발 실무(시험기관/CRO관리) ⓒ 각종 문서 작성 실무(MW) ⓓ각종 통계 전문성 제공 및 통계 분석 실무(ST) 분야 전문가는 계속 확보 중에 있습니다." 
 

애임스 바이오사이언스의 핵심 인력은 누구죠?

 "우선 가톨릭의대 임상약리학 교수진으로 TPP에 근거한 임상개발 전략을 담당하는 한승훈 교수, 계량약리학 분석 및 초기 임상시험 설계를 맡으신 한성필 교수, 그리고 제가 전임상 효능/독성에 근거한 전임상/임상 중개(Translation)를 담당합니다. 또 10년이상 경력을 가진 국내 비임상 개발 전문가인 정수용 팀장, 지성미 팀장, 원상범 팀장과, CMC전문가이면서 AI 기반 신약 개발과 신사업을 추진하는 권진선 연구소장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가톨릭의대 교수진과 비임상 개발 전문가들은 어떤 현장 경험을 갖고 있나요?  

"교수진은 가톨릭의대에 계량약리학연구소(PIPET) 설립을 통해 연간 20건 이상 신약개발 컨설팅과, 연간 10건 이상 초기 임상연구를 수행했습니다. 또 후기 임상연구에 공동연구자로 참여했고 큐피터(Q-fitter) 사의 PK/PD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현재 고객사가 50곳이 넘습니다. 큐피터는 가톨릭의대에서 임상약리학을 수련받은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임상약리학의 핵심 도구라 할 수 있는 PK/PD 모델링으로 비임상, 임상데이터를 해석하고 설계하는 회사입니다. 

애임스의 비임상개발 전문가들은 100건 이상 국내 신약개발 프로젝트의 비임상 개발을 담당했으며 국내외 30곳 이상의 질병영역별로 특화된 비임상 CRO들과 협업해 오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텍들이 개발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데다 오랜 세월 한팀으로 손발을 맞춰 온 게 강점입니다."
 

애임스 바이오사이언스는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하게 되는 건가요?

"좋은 타깃을 연구해 왔고, 유망한 물질을 가진 연구자분들이 TPP가 뭔지도 모르고 개발에 뛰어드는 상황도 간혹 봅니다. 상품화됐을 때 시장에서 팔릴지, 어떤 강점으로 어느 치료 영역으로 갈지 결정하려면 신약개발 과정의 내비게이션이라고 할 수 있는 TPP(Target Product Profile)가 필요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죠. 이것부터 도와드리고, 간트 차트(Gantt Chart)로 플랜을 펼쳐놓고 어떤 기준으로 결정할지 논의를 합니다. 

약 개발에 필요한 여러가지 연구들, 예컨대 특정치료영역의 특정물질 같은 경우 어느 실험이 필수인지, 그러면 어느 CRO가 전세계에서 이것을 제일 잘하고, 그들에게 맡겼을 때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어떤 실험을 먼저 하고, 어떤 건 나중에 해도 되는지, 아예 할 필요 없을지 등을 판단하면서 함께 개발 전략을 세웁니다. 비임상 데이터를 가지고 의뢰사와 의견을 나누며 사람에서의 타깃 질환, 용량용법 등을 예측하여 전략을 수립합니다. 이후 임상진입과 환자에서의 PoC 등도 마찬가지의 맥락으로 임상약리 전문가들을 주축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제가 신약 후보물질을 들고 고객으로 방문했다고 했을 때 애임스가 제공하는 서비스 모델은 어떤 게 있죠?

"먼저 컨설팅이에요. TPP와 개발현황을 비교분석해 최선의 향후 개발전략 및 타임라인을 제시하는 서비스입니다. 다음으로 기존에 확보한 신뢰성 높은 파트너 CRO들에게 연구용역을 주고 이를 관리 감독해 고객사의 후보물질이 신약으로 개발되는데 필요한 주요 근거를 마련하는 연구를 수행합니다. 끝으로 위 두 가지 서비스를 합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의뢰한 기업의 신약개발 관련 모든 업무를 대행하는 종합수탁개발 서비스입니다. 감히 저는 후보물질만 확보한 회사라도 애임스를 통해 위탁개발이 가능하다고 자신합니다. 애임스는 이미 20건 이상 신약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 집단이거든요." 
 

기존 CRO와 애임스 바이오사이언스는 어떻게 다른가요?

"신약개발에 있어 애임스는 팔다리가 아닌 머리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애임스는 개별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 전체의 설계도를 그리면서 CRO들에게 일을 분배하고 소통, 감독하는 역할을 합니다. 맡긴 일만 하지 않고, 의뢰사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합니다. 의뢰사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능동적인 역할을 한다는 면에서 CRO와 다릅니다." 
 

신약 개발 전문인력 역할을 하겠다는 대표님과 애임스의 비전은 어느정도 달성하셨다고 보시죠? 

"좋은 후보 물질을 맡겨 주시면 개발의 A부터 Z까지 다할 수 있는 회사를 목표로 하는데 아직 Z까지는 못 왔습니다. PoC 단계까지의 능력은 이미 확보했으니 알파벳의 절반 정도에 왔을까요. 릴리의 Chorus R&D가 애임스의 벤치마킹 대상일 수 있지만 우리는 특정 회사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닌, 한국의 제약사, 벤처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꾸준히 나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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