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17일 긴급회의서 "제약계 마진 인하 척결하자" 합의
"제약계와 소통 물론 유통 내에서 해결 의지 있어야" 지적

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미해결 현안 중 하나인 '제약사들의 마진 인하로 인한 업계 어려움'을 두고 강경 대응방침을 예고했으나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적정마진 확보를 위한 제약-유통 간 협의체를 제안하고, 유통업계 실적악화 요인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회장 조선혜)는 18일 보도자료를 내어 "지난 17일 긴급 회장단 회의를 열고 제약계 마진 인하 등 긴급 현안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마진 인하 등 유통정책 변화를 예고했던 제약사 두 군데가 유통업계의 요구에 마진을 인하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와 협회가 다른 제약사에게도 마진 인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언급됐다.

협회는 "회장단이 국내 제약사들의 마진 인하는 고스란히 유통업계로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국적사와 경쟁해야할 국내 제약사가 도매 역할을 하며 시장을 키워주는 등 문제가 많다고 보고 강력 대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의 유통 마진은 생존권과 직결되는 데다 최근 지출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업계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게 협회 방침이다. 하지만 제약사의 마진 인하가 유통업계를 어렵게 한다는 근거나 제약계와의 협의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협회 관계자는 "회의는 최근 불거진 현안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뒀다. 제약계와 협의할 의향은 있지만 자세한 대책은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며 "과거에 마진을 인하한 제약사 품목을 유통하지 않는 조치를 했었다. 고질적 현안인 만큼 대책은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유통업계는 "(유통업계의) 조마진율이 해마다 하락하는 원인은 제약업계의 마진 인하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책임과 원인을 제약업계에 돌렸다. 조마진율은 매출액총이익률로 매출총이익에 매출액을 나눠 100을 곱한 비율이다.

류충열 히트뉴스 유통전문기자가 지난달 초 157곳 도매유통업체들의 결산자료를 분석한 결과 실제 지난해 조마진율은 6.9%로 2019년 7.2%보다 감소했다. 업계는 8%대를 적정 수준으로 보기 때문에 '저마진'이라 규정한다.

하지만 마진은 제약과 유통 간 계약인 데다 조마진율은 유통업계의 영업실적이기 때문에 조마진율이 낮은 것을 제약업계 책임이라고 돌릴 수 없다. 유통업체가 제약사의 유통마진보다 판매가를 낮춰 약국이나 요양기관에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의 마진 인하와 업계의 어려움은 다른 사안이라고 본다"며 "업계의 어려움은 유통업계 내의 경쟁에도 있다. 고질적 현안을 해결할 만한 협회 고민과 제약계와의 협의 의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의약품유통협회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알고 있다. 협회는 지난 2019년 합리적인 유통마진 수립을 위해 적정 마진 산출 및 공론화를 추진하겠다며 관련 연구를 착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협회 산하 정책연구소(소장 이재현)도 지난해 발간한 정책 보고서를 통해 "적정 마진 협의를 위한 제약사와 유통업계의 'Supply Chain 협의체'가 필요하다. 제약사와 도매상이 최소마진율에 대해 정기 간담회, 상시 협의체계 등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이견이 존재할 사항을 의논할 '소통 채널'을 구축해 협력 분위기도 조성하며 제약-유통산업의 공동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협회는 적정 마진 산출 연구는 진행 중이지만 협의체 제안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없는 상태다. 아울러 조마진율 악화에 대한 업계 자체적인 해결 의지 또한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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